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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사설] 정치권, 5·18 갈등 벗고 통합·치유의 길 모색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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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은 올해도 숱한 논란 속에 진행됐다. 가뜩이나 꼬인 정국은 5·18 기념식 이후 더욱 냉각되는 분위기다. 그제 기념식은 5·18의 아픔을 치유하는 데 앞장서야 할 여야 정치권이 오히려 5·18을 둘러싼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켜 줬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식에서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의 ‘5·18 망언’을 정면 비판한 발언이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도 ‘5·18 망언’ 정치인을 겨냥해 “우리 사람이 되기는 힘들어도 괴물은 되지 말자”고 영화 속 대사를 인용해 비난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반쪽짜리 기념식을 본 듯해 씁쓸하다”며 문 대통령 기념사에 유감을 표했다.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도 “반쪽짜리 대통령의 모습”이라고 비판하면서 김정숙 여사가 황교안 한국당 대표와 악수하지 않은 것까지 문제 삼았다. 황 대표는 의자, 물병 세례를 뚫고 겨우 기념식에 참석했으나 일부 시민의 격렬한 반발로 분향도 하지 못한 채 식장을 빠져나왔다.

최근 한국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5·18과 관련해 북한 침투설을 제기하고, 5·18 유공자를 괴물집단으로 폄하하는 등 역사를 왜곡하고 진실을 헐뜯는 시도가 이어졌다. 한국당과 황 대표는 5·18의 상처를 덧낸 언행에 깊이 반성하고 사과해야 한다. 황 대표가 5·18 망언 의원들에 대한 징계 문제를 확실히 매듭짓지 못하고 기념식 참석만 고집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렇다고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광주를 방문하려는 황 대표에게 ‘사이코패스’ 운운한 것은 실망스럽다. 공당 대표가 사용해서는 안 되는 저급하고 유치한 막말이다.

5·18민주화운동이 39주년을 맞았지만 이처럼 정치·사회적 논란은 확산 일로다. 정치권은 통합과 치유의 길을 모색하기는커녕 막말·망언으로 갈등을 일으켜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 5·18은 불의와 독재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려 한 숭고한 시민운동이다.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에 큰 획을 그은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그런데도 40년이 다 되도록 논란은 거듭되고 분열이 깊어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당은 진정으로 5·18 광주의 아픔을 껴안아야 한다. 정부와 여당도 갈등을 벗고 통합을 향해 나아가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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