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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사설] 北, 인도지원·기업인 방북 호응해 비핵화 대화 물꼬 트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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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정부가 국제기구를 통해 북한 영·유아와 임산부 등에 대한 800만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 동포들을 돕기 위한 조치다. 2016년 2월 가동 중단된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의 방북도 승인했다. 북한 미사일 시험발사의 실체가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한 결정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나쁜 행동에 보상을 준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은 대북 인도적 지원 결정에 지지를 표명하면서도 제재는 확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대북 인도적 지원이 대북제재의 둑 붕괴로 이어지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대북 인도적 지원이 실행되면 식량지원이 뒤따를 공산이 크다. 김대중·노무현정부 시절처럼 연간 10만∼20만t가량, 1억달러 안팎의 쌀이 지원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군량미 전용 의혹이 제기되는 대북 식량지원은 자칫 남남 갈등을 유발할 소지가 있다. 북한이 제재 완화를 위해 식량난을 과장 선전한다는 보도까지 나오는 마당이다. 정부는 국민적 합의나 국회와의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식량지원을 추진해 갈등을 키우는 우를 범하지 말기 바란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 방북 승인은 공단 재개가 아닌 자산 점검이 목적이라고 정부가 미국을 설득해 이해를 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한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를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방북이 진행돼야 하는 이유다. 섣불리 개성공단 재가동을 협의하다가 대북제재에 구멍이 생기면 북한 비핵화는 요원해질 것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적대세력이 식량난을 겪게 해 우리를 굴복시키려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미사일 개발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 식량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상황의 책임을 미국과 남한 탓으로 돌리려는 것이다.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 북한 동포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우리 정부의 선의를 무시하는 처사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메아리’는 우리 정부에 한·미 공조 대신 남북 공조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한·미동맹의 틈을 벌리려는 상투적 수법이다. 북한은 상황을 오판해선 안 된다. 북한 도발에 면죄부를 준 게 아니라 순수한 인도적 지원이고 개성공단 재산권 보호 차원의 조치다. 북한은 한·미의 선의를 받아들여 개성공단 기업인 방북을 수용하고 인도적 지원 협의에 나서야 한다. 여기서 신뢰를 쌓아 비핵화 대화 재개를 이끌어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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