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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금주의역사 - 5월20∼26일] 멕시코를 침범하라는 ‘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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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6년 5월23일 멕시코가 미국에 선전포고를 한 결과는 잘 알려져 있다. 멕시코가 싸움에 져서 미국에 136만㎢의 영토를 뺏겼다. 현재 멕시코 영토의 3분의 2와 맞먹는 넓이다.

그처럼 파멸적인 선전포고를 한 멕시코를 비웃을 수는 없다. 미국이 그보다 11일 전에 선전포고를 했고 실질적인 전쟁은 그보다도 먼저 벌어진 판이었다. 그렇다고 미국을 비난할 수도 없다. 그들은 나름대로 ‘성전(聖戰)’을 수행한 셈이다.

미국인은 당시 미개한 원주민이나 살았던 멕시코 지역을 차지하는 것은 ‘신의 명백한 계시’라고 믿었다. 비슷한 말로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을 내세운 논객도 있었다. 언론인 존 오설리번은 1845년 “늘어나는 미국인이 자유롭게 뻗어나갈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할당해주신 대륙을 온통 뒤덮기 위한 명백한 운명을 이행하자”고 역설했다.

따라서 그것은 얼핏 신·구교의 종교전쟁을 방불케도 한다. 멕시코의 전 주인인 가톨릭의 스페인도 지난날 원주민에게 선교하는 것을 소명으로 내세우면서 멕시코를 차지했고, 스페인에서 독립한 멕시코도 그 전통은 이어받았다.

그러다 보면 미·멕시코 전쟁의 서전 격으로 1836년 벌어진 알라모 요새 전투가 새삼 눈길을 끈다. 영화로 유명한 ‘알라모 요새’는 군사적 건물이 아니었다. 스페인이 세운 선교원이었으나 버려진 상태로 있던 것을 미국인이 요새로 썼던 것이다. 거기서 신·구교도가 싸웠으니 주님도 어느 편을 들어야 할지 난감했을 것이다.

그 요새를 지키던 187명의 미국인 수비대가 3000명의 멕시코 군에게 전멸하다시피 했으니 주님은 구교를 편들어준 것일까. 그렇지만도 않다. 그것을 계기로 미국인은 “알라모를 기억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알라모 요새를 넘어, 텍사스를 넘어, 깊숙이 멕시코로 진격했으니 주님의 뜻은 헤아리기 어렵다.

양평(언론인)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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