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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실조에 부러진 다리로 공연… 현실판 ‘아기코끼리 덤보’의 비극 [뉴스 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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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폐사 뒤늦게 알려져 충격 / 사육사들 동물학대 여론 뭇매 / “구시대적인 동물공연 사라져야”

세계일보

지난달 중순 포착된 야윈 모습의 아기코끼리 점보. 영양 실조 상태로 각종 묘기와 공연을 소화하다 골절상 등 건강 악화로 숨져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무빙 애니멀스 제공


‘현실판 덤보’로 사랑받았던 태국 푸껫동물원의 아기코끼리가 과도한 공연일정을 소화하다 결국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영양실조 상태로 무리한 공연을 계속하다 묘기 도중 다리가 부러진 것이다. 사육사들은 점보의 다리가 부러진 것도 모른 채 일정을 강행했다.

더타이거와 푸껫뉴스 등 태국 언론은 17일(현지시간) ‘점보’라는 이름의 아기코끼리가 폐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태국 국립코끼리연구소가 운영하는 태국남부코끼리전문병원에 따르면 점보는 지난달 20일 사망했다. 사망 일주일 전 진흙탕에서 일어나다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쓰러진 점보는 전문병원으로 이송됐지만 회복하지 못했다.

병원 관계자는 “지난달 17일 처음 이송됐을 때부터 영양실조가 심각했고 뒷다리도 부러져 있어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사육사들이 점보의 다리 부상을 병원에 와서야 알았다는 점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러나 병원 측은 골절상 방치가 사망의 직접적 원인은 아니며, 아기코끼리에게 치명적인 헤르페스바이러스(EEHV)에 감염돼 있어 각종 합병증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다리 골절이 직접 사인은 아니더라도 동물 학대 논란을 피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태국 푸껫동물원에서 하루에 3번씩 코끼리 쇼에 동원된 점보는 뼈가 드러날 만큼 앙상하게 마른 상태로 춤을 추거나 자전거타기 등 묘기를 부려야 했다. 골절상은 두 다리로만 물구나무서기 하듯 몸을 지탱하는 묘기를 선보이다 입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동물권단체 무빙 애니멀스는 지난달 공개한 영상에서 “아기코끼리 ‘덤보’를 연상시키는 점보가 쇠사슬에 묶여 학대성 공연을 펼치고 있다”며 국제적 관심을 호소한 바 있다. 이 영상을 통해 점보는 ‘현실판 덤보’로 세계의 관심과 우려를 한몸에 받았다. 점보의 보호소 이송을 위해 무빙 애니멀스가 진행한 청원에는 단 일주일 만에 20만명이 넘는 지지가 쏟아졌다고 뉴욕포스트는 전했다. 하지만 점보가 결국 지난달 사망한 사실이 알려지자 무빙 애니멀스는 “점보의 비극적인 이야기가 구시대적인 동물 공연의 종지부를 찍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며 애도했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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