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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눈물 흘린 양현종…김기태 감독에게 바친 부활의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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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KIA 양현종이 19일 대전 한화전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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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전 KIA 감독이 떠나기 전 가장 마음에 걸렸던 선수는 양현종(31ㆍKIA)이었다. 김 전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던 최근 2경기 연속 양현종은 7이닝 1실점으로 잘 던지고도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패전투수가 됐다. 김 전 감독은 “못 이기게 해줘 (양)현종이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김 전 감독의 퇴진 소식에 말을 아꼈던 양현종은 그렇게 자신을 애틋하게 여겼던 스승에게 바치는 부활의 승리를 따낸 뒤에야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양현종은 19일 대전 한화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탈삼진 7개를 곁들이며 3피안타 무실점으로 완벽히 틀어막았다. 4사구도 허용하지 않을 만큼 올 시즌 최고의 투구였다. 5-0 완승을 이끈 양현종은 시즌 2승(7패)째를 올렸다. 그는 경기 후 취재진과 인터뷰가 끝난 후 자청해서 “한 말씀만 더 드리겠다”고 한 뒤 “김기태 감독님께서”라고 말을 꺼내자마자 울먹였다.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던 양현종은 “고생도 하셨고, 죄송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다. 좋은 추억 많이 남겨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양현종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왼손 에이스다. 지난 시즌까지 5년 연속 두 자릿수 승을 챙겼고, 2년 전엔 11번째 팀 우승을 일구며 20승 투수의 반열에 올라섰다. 그러나 올 시즌엔 4월까지 1승도 따내지 못했다. 원래 발동이 늦게 걸리는 ‘슬로 스타터’이기도 했지만 이날 전까진 9경기에 등판해 1승7패, 평균자책점 5.36으로 이름값과 거리가 멀었다.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구속 저하다. 양현종은 최고 시속 153㎞의 강속구를 뿌리는 파워 피처지만 올 시즌 평균 구속은 140㎞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이날도 직구 구속은 비슷했지만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등 변화구 구사 능력이 돋보였다. 4월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9.82로 부진했던 양현종의 5월 4경기 평균자책점은 1.00에 불과하다. 모두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에 성공하며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떨어진 스피드를 보완하기 위해 제구력에 더욱 신경을 쓴 결과다. 최근 절정을 이루고 있는 류현진(LA 다저스)의 투구를 연상케 한다.

타선에선 2번 박찬호가 5타수 4안타 1타점으로 맹활약하며 양현종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KIA는 박흥식 감독대행 체제로 새 출발하자마자 위닝시리즈(3연전 2승 이상)를 가져가며 분위기 쇄신의 계기를 마련했다. 박 대행은 경기 후 “양현종이 에이스답게 좋은 피칭을 해줬다. 팬들의 응원에 좋은 경기로 보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고척에선 키움이 롯데를 9-3으로 완파하고 시즌 첫 3연전 독식에 성공했다. 잠실 LG-NC, 인천 SK-두산, 수원 KT-삼성전은 비로 순연됐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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