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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염호석 주검 빼내려 장례비 보증까지…‘삼성 경찰’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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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염호석 사건 조사결과보고서 입수

강남서 정보관이 장례비 보증 서 주검 빼내

이재정 의원 “철저한 책임 규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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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조사위)의 ‘고 염호석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양산분회장의 장례 개입 사건’ 조사 결과 발표로 정보경찰과 삼성의 유착이 드러난 가운데, 경찰이 장례식장에 보증까지 서가며 염호석씨의 주검 탈취를 도운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09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7명의 경찰이 삼성전자서비스에 채용된 사실도 확인됐다.

19일 <한겨레>가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고 염호석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 사건 조사결과보고서’(결과보고서)에는 경찰이 삼성의 손발 역할을 넘어 삼성의 입맛에 맞게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정황이 고스란히 들어있었다.

강릉의료원에 안치되었던 염씨의 주검은 2014년 5월18일 새벽 2시께 서울 강남구 서울의료원 강남분원으로 이동했다. 이곳에서 애초 염씨의 친어머니와 아버지는 “노조가 승리하는 날 장례를 치러달라” 염씨의 유서대로 노동조합장례로 치르러 했다. 하지만 삼성전자서비스와 경찰이 집요하게 ‘가족장’ 요구하고 합의금으로 6억원을 주겠다고 하자 마음을 바꾼 아버지 염씨는 아들의 주검을 부산 쪽으로 옮겨 화장하기로 했다. 문제는 아버지 염씨에게 당장 장례비를 지급할 여력이 없다는 점이었다.

이때 해결사로 나선 이가 경찰이었다. 강남경찰서 정보과의 한 정보관은 병원 직원에게 ‘내가 보증할 테니 주검을 인도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고, 해당 정보관은 염씨의 사체인식표에 “강남경찰서 정보과 ○○○ 추후 책임지고 결재(제)함”이라고 적었다. 당시 주검을 인도한 병원 직원은 “유족 쪽이 돈을 내지 않은 상태라 발인할 수 없었다. 그때 사체인식표에 경찰이 책임지겠다고 써서 발인한 것이다. 경찰관이 아니었으면 돈을 받지 않은 상태로 발인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경찰이 가족장을 원하는 삼성전자서비스를 위해 장례비 보증까지 선 셈이다.

장례비 보증은 상징적인 사례일 뿐이다. 경찰은 염씨가 실종됐을 때부터 주검 발견 순간까지 초기 정보들을 유족보다 삼성 쪽에 먼저 전달했다. 2014년 5월17일 염씨의 주검이 발견됐을 때 이상훈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은 박상범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이사에게 유서가 있는지 물었고, 박 대표는 유서의 내용은 ‘노조는 모르고 경찰에서 이를 모르게 조치하고 있다’라는 취지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심지어 경찰은 아버지 염씨가 삼성과의 협의를 거부하자 아버지 염씨를 설득할 수 있는 지인 이아무개씨를 ‘섭외’해 삼성에 알려주기까지 했는데, 그 과정 역시 고스란히 삼성에 전달됐다. 관련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삼성 쪽 내부보고 문건에는 “10:40 염호석 부친의 지인(OOO 정보관 동행) 서울 출발”이라고 적혀있었다. 이씨와 함께 서울의료원으로 향하던 김아무개 양산경찰서 정보계장은 이씨에게 ‘아버지 염씨를 잘 설득해서 가족장으로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고, 이씨는 곧장 아버지 염씨에게 전화해 “노조에 장례절차에 대한 위임장을 써주지 말고 내가 올라갈 때까지 기다리라”고 설득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밖에도 삼성의 내부 문건에는 “강남서 정보관과 협의하여 장례식장 동향 공유”, “강남서 정보관으로부터 동향에 대한 정보 입수” 등 경찰이 지속해서 당시 사건을 삼성의 입맛에 맞게 해결해주기 위해 도움을 준 정황이 고스란히 나타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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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삼성이 받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조사위가 확인한 결과 2009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경찰 직원 67명이 삼성계열사로 취업하겠다고 취업 심사를 신청했고 이중 17명(3명은 취업제한으로 자진 퇴사)은 삼성전자서비스에 법률컨설턴트 등의 명목으로 취업했다. 조사위 관계자는 “고 염호석씨 사건과 경찰 삼성 입사의 직접적인 인과관계에 대한 조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지만, 이런 협조 관계가 여러 노사 대립 사건에서 영향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결과보고서에는 조사위가 경찰의 비협조로 문서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던 사실도 담겨 있었다. 조사위는 당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경찰청 정보국에 정보관리프로그램(NPIS) 열람을 수차례 요구했으나 지난 3월5일 경찰은 “검찰에서 NPIS를 압수수색하여 관련 재판에서 증거자료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어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록을 추출하여 공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거부했다.

이번 사건의 조사대상이었던 경찰관 ㄱ씨는 허위공문서로 인권 침해를 당했다는 진정을 조사위에 내기도 했다. ㄱ씨는 서울의료원 관계자가 사건 당시 자신에게 “사람들(노조원)을 몰아낼 테니 발인실 문을 열어달라”라고 부탁했다고 지목한 서울 강남경찰서 정보관이었다. 하지만 ㄱ씨는 “사건 당시 현장을 둘러보기만 했고 맡은 업무가 없어 바로 돌아왔다. (사건 이후인) 2015년 2월 정보외근으로 보직이 변경되어 서울의료원 관계자에게 명함을 준 사실은 있으나 2014년에는 병원관계자를 만난 사실이 없다”라고 반박하며 조사위 조사관들이 자신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진정을 넣었다. ㄱ씨는 2017년 10월부터 지난 1월까지 조사위에서 조사관으로 활동한 인물이었다. 진상조사 대상이 조사위에서 활동했던 셈이다. 진조위는 ㄱ씨의 진정을 최근 각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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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 경찰의 유착이 심각했고, 경찰의 비협조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지만 진조위는 지난 14일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수사 의뢰 등을 하지 않은 채 미온적 권고만 내놓았다. 진조위의 한 관계자는 “조사결과와 비교하면 권고 내용이 너무 미약하다는 여러 시민사회 단체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생각한다”며 “조사권의 한계 때문에 확인하지 못한 경찰 고위직의 연루 여부, 경찰의 삼성전자서비스 취업 과정에 대한 의혹 등에 대한 수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재정 의원은 “그동안 삼성은 모든 방법을 동원해 노조와해 작업을 벌였고 경찰은 삼성의 지시와 요청에 따라 움직였다”며 “진상조사 결과에 걸맞은 보다 철저한 책임규명과 재발방지가 요구된다”라고 말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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