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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문닫은 호프집에 비맞으며 입장객들 줄 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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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적 아트페어 '솔로쇼' 입소문 타고 화제

녹사평대로 옛 맥주집 자리에서 20일까지

첫 회는 서대문 영천시장서 5,000명 모아

종이 주제로 드로잉,콜라주,설치 등 다양

서울경제


19일 용산구 녹사평대로, 비 때문에 우산을 든 관람객들이 아트페어가 열리는 낡은 건물의 좁은 문 앞으로 길게 늘어섰다. 기다리는 게 지겨울 법도 하건만 방문객 곽인영(31) 씨는 “경리단길에서 친구와 만나 산책하는 기분으로 나왔다. 그림 하나 살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안적 성격의 아트페어로 ‘솔로쇼’가 용산구 녹사평대로의 옛 맥주집 자리에서 20일까지 5일간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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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아트페어가 대형 컨벤션 전시장을 빌려 칸막이로 만든 부스형 공간에서 각 화랑의 주력 작가들을 대거 선보이는 것과 달리 ‘솔로쇼’는 매 회 다른 장소에서 열리며 딱 한 작가 만을 집중 조명하는 방식이 참신하다. 정재호 갤러리2 대표와 김인선 윌링앤딜링 대표, 여준수 갤러리조선 실장 등이 새로운 미술유통 실험을 위해 결성한 협동작전(COOP)이 행사를 기획했다. 지난해 10월 서대문구 영천시장 입구 해담하우스에서 처음 열렸을 때는 닷새 동안 5,000명이 몰렸다. 낡은 건물의 수용 능력 한계 때문에 부득이 관람객 수를 제한했기 때문에 기다리는 줄이 건물을 에워싸 시장통 전체가 북적여다. 작가에 집중한 솔로쇼에 이어 12월 청담동 WAP아트스페이스에서는 작품을 선택하는 취향에 초점 맞춘 ‘더 갤러리스트’ 아트페어를 열었다. 살롱같은 고급형 아트페어로 입소문을 탔고 이서현 삼성미술관 리움 운영위원장도 다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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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솔로쇼는 ‘종이’를 주제로 잡았다. 종이는 화가의 드로잉, 조각가의 에스키스 등 초벌 작업이나 아이디어의 생생한 형태를 포착하는 매체로 즐겨 이용된다. 캔버스보다 종이 작품이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일러스트레이터 등 종이에만 작업하는 경우도 있고 종이를 이용한 입체작품과 설치작품으로 독특한 조형세계를 보여주는 작가도 있다. 가격 부담이 높지 않아 종이 작품으로 미술품 수집을 시작하는 초보 컬렉터가 많은 편이다. 이 점을 고려해 솔로쇼에서는 유망작가의 질 좋은 종이작품과 콜라주,조각,설치작품 등을 선보였다. 가격대는 30~40만원 선에서부터 수백만원 대까지 다양하다. 협소한 공간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큐브형 가벽 대신 열십(十)자 형태로 기둥을 세워 8개 면에 작품을 설치해 이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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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처음 참가한 LA의 백아트갤러리는 개념미술가 메리로즈 코바루비아스 멘도자를 선보였는데 천장에 매달린 작가의 종이풍선이 눈길을 끈다.

이태원 경리단길의 P21은 호프집의 주방이었던 자리를 차지해 황수연 작가의 설치작품들로 ‘실버 키친’을 꾸몄다. 의류 재단용 도구로 그리고 잘라 만든 종이조각은 청동이나 목재, 석고를 연상시키며 존재감을 보여준다. 추상조각이지만 유기적형태 또는 인체를 상상하게 만드는 묘미가 있다. 무거워 보이지만 생각보다 가벼운 종이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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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윌링앤딜링이 선보인 작가 엄유정은 사람부터 식물까지 뭐든 단순화 하되 작가만의 필치로 구현한다. 구부정하게 선 사람의 형상이 여러 겹으로 표현돼 움직이는 모습을 그린 것인가 싶다가도 이들이 각각 다른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별스러울 것 없이 엇비슷한 우리네 자화상임을 알게 된다. 수십 명이 차곡차곡 쌓인 군상은 그림의 검은 선이 어느 것 하나 끊어지지 않고 모두 연결돼 있다. 그렇게 삶은 이어져 있다는 뜻이다. 작가의 조형능력도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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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조선의 작가 안상훈은 설치용 벽에 그림을 그린 다음 사진을 찍고 그렸던 것은 다 지워버린 채 전시 중이다. 촬영한 사진으로 제작한 에디션 작품을 통해 원본 없는 복제품의 가치에 대해 묻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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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2는 먹으로 그린 그림이 증식하는 듯한 이미지를 이루는 이소정의 작품들을 선보였다. 지난 2008년 금호미술관의 금호영아티스트로 선발돼 전시하기도 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림을 따라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문다. 갤러리2는 종로구 평창동 전시장 외에 마포구 서교동에 작은 전시공간을 두고 있으며 제주도의 농장 내 ‘갤러리2 중선농원’도 운영하고 있다.

부산의 조현화랑은 젊은 작가 안지산의 작지만 강렬한 작품들을 내걸었다. 갤러리플래닛의 박광수 작가의 밀도있는 펜 드로잉, 학고재가 내놓은 박지혜 작가의 종이콜라주 등은 짙은 여운을 남긴다. 아트사이드·휘슬·갤러리신라·가나아트·의외의조합·ERD·원룸 등 15개 공간이 참여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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