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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째 ‘연구 호흡’ 두 장인… “우리는 아직 일이 고프다” [포토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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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학기술大서 금형기술 연구 이남형·이용구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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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사 이남형 할아버지(왼쪽)와 괴짜 이용구 할아버지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방전가공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생각이 남다른 87세 괴짜와 어려운 문제를 척척 해결하는 93세 해결사가 만났다. 함께 손발을 맞춰 연구를 시작한 지도 24년째다. 정년을 마치고 노후를 준비할 때 이들은 서울과학기술대학에서 전공분야인 금형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소재 연구를 시작했다.

경기공업을 졸업한 이용구(87) 괴짜 할아버지의 첫 기계와 만남은 방앗간을 운영하면서다. 하지만 동생의 손가락 절단으로 방앗간을 그만두고 삼촌과 만화 인쇄소를 운영했다. 밤새도록 돌아가는 인쇄소의 특성상 저녁이나 새벽에 기계가 고장 나면 고칠 사람이 없었다. 그런 인쇄기계를 고치면서 기계 공부를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고 웬만한 부품을 비롯한 새로운 인쇄기계도 만들어 쓰기 시작했다. 사진 제판 인쇄를 시작하면서는 좀 더 정밀한 부품들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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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형 할아버지가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공작용 기계로 쇠를 깎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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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우연히 국내 10대밖에 없던 방전가공기(방전 현상을 이용하여 공작물을 가공하는 특수 공작 기계)를 두 대 사들이면서 정밀부품 가공업체를 창업했다. 하지만 방전가공기를 수리할 수 있는 직원은 국내에 몇 명 되지 않았다. 고장이 나면 며칠씩 기계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일본에서 방전가공기를 수리하러 온 본사 직원과 친해져 견학 갈 기회를 얻었다. 이후 보고 배운 것을 함께 나눴으면 하는 마음으로 방전가공 기술연구회를 만들었다. 일본에서 기술자를 초청해 무료 강습도 하고 연삭기 세미나도 열었다. 그런 노력으로 1980년 금형공업협동조합을 창설해 초대 이사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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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할아버지의 작업장에 수많은 공구들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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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형 할아버지가 일곱 손가락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


이남형(93) 해결사 할아버지는 농부였다. 하지만 6·25 피란길이 할아버지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가족을 먹여 살리려면 어떠한 일이라도 해야 했다. 기술을 배우면 굶지는 않을 거 같았다. 부산의 한 공장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체신부에 전화기 단자를 납품하는 회사였다. 어린 시절 아버지는 갱도열차를 만드시는 분이었다. 아오지 탄광과 만주까지 아버지를 따라다니면서 보고 배운 게 도움이 됐는지 금방 실력이 늘었다.

어느 순간 회사에서 손기술을 인정받고 회사 최초로 전화기 플라스틱 형틀까지도 만들게 됐다. 당시 월급이 국회의원보다도 많았다. 하지만 내 사업을 해보겠단 욕심에 그 좋던 회사를 그만뒀다. 사업을 하면서 나만의 기계도 많이 만들었다. 수출도 하고 돈도 벌어봤다. 거의 70년 동안 기계를 만지면서 열 개의 손가락은 일곱 개만 남았다. 그래도 손이 근질거려서 오늘까지도 기계를 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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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구 할아버지가 연마기로 기계부품을 다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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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형 할아버지가 검지 빈 부분이 기계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장갑에 테이프를 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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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구 할아버지와 이남형 할아버지가 좁은 작업실에서 기계를 연구하고 있다.


이용구 할아버지가 생각한 것을 말로 하면 이남형 할아버지는 손재주를 부리며 알아서 척척 만들어 준다. 그렇게 함께 연구해 취득한 국내외 특허는 150개가 넘는다. 외국기술과 디자인을 도용하거나 모방하던 것을 탈피할 수 있도록 여러 중소기업에 기술을 제공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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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구 할아버지가 그동안 취득한 한국 일본 미국 특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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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서 20년 전부터 연구한 게 이제야 완성단계에 온 것 같다. 당장 내일 죽는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는 나이다. 그런데도 아직 할 일을 다 못한 거 같아 욕심이 난다.” 두 할아버지는 지금껏 최초라는 단어를 몸에 달고 다녔다. 금형 1세대로서 성과도 대단했다. 지금은 최고령이란 단어를 달고 산다. 인생은 60부터란 말이 있다. 못다 이룬 꿈이 있다면 지금부터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무언가에 집중하고 열중한다면 그보다 더한 건강관리는 없을 거 같다.

사진·글=이재문 기자 m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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