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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IT한류 전도사' 천양현 회장의 3번째 도전…日 여심저격 '코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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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장관, 창업벤처 모범기업 방문…'사람중심' 확고한 철학

직원평가 '비용→자존감 UP' 역발상…"중년창업 지원 늘려야"

뉴스1

코코네 천양현 회장(왼쪽)과 김성훈 CEO(중소벤처기업부 제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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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일본)=뉴스1) 심언기 기자 = 천양현 회장이 '코코네(COCONE)'로 일본에서 세 번째 성공 스토리를 써내려 가고 있다. 외적 성장은 물론 일본 내 '일하기 좋은 기업' 27위에 선정된 코코네는 IT업계에서 손꼽히는 '사람중심' 기업문화로 창업벤처의 모범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 17~18일 양일 간 수출 중소벤처기업 실태 및 현장점검을 위해 일본 도쿄를 방문했다. 박 장관은 첫 방문지로 일본 내에서도 손꼽히는 스타트업인 코코네를 선택했다.

천 회장은 '한게임 JAPAN'과 'NHN JAPAN' 수장을 거친 한국 IT업계의 신화적 인물이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막역한 사이인 천 회장은 한게임, NHN을 '졸업'하고 2008년 코코네로 새도전에 나섰다.

캐릭터를 꾸미며 즐기는 'CCP(Character Coordinating Play)'와 SNS를 결합한 앱 서비스로 일본에서, 그중에서도 자신의 '아바타' 꾸미기에 애정을 가진 여성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서비스 8년여 만에 1500만명이 가입했고, 월간 실사용자는 150만명 이상을 기록하며 안정궤도에 올랐다.

천 회장은 "김대중 대통령때 인프라가 잘 깔렸는데 일본도 마침 브로드밴드에서 바뀌는 시기여서 한게임이 잘 됐다"며 "한게임을 '졸업'하고 10년이 지나면서 한국에 다시 돌아갈까 하다가 일본에 남아 한국과 일본 간 무엇인가 연결되는게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시작한게 코코네"라고 말했다.

코코네의 성공은 단순한 생존을 넘어선 인간중심의 철학과 그 실천이 어우러져 더욱 가치있다는 평가다. 코코네는 일본에 280명을 비롯해 한국, 중국 상해 등 전직원이 430여명인데 거의 모두가 정직원이다. 정년을 넘겨 퇴직한 70대 직원도 다시 채용해 육체적으로 덜 힘든 부서로 배려해 함께한다.

코코네는 일본 도쿄에서도 손꼽히는 부촌인 롯폰기의 신축빌딩 43층에 1000평 넘는 공간에 둥지를 틀었다. 탁트인 도쿄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경, 자체 구내식당에선 일식 뿐만 아니라 채식, 할랄푸드 등 10여개국 출신 직원들의 까다로운 입맛을 전속 셰프가 책임진다. 피트니스센터와 직원전용 바(BAR), 휴게실, 회의실 등을 갖춰 최고의 근무환경을 자랑한다.

박 장관은 "돈 버는데 급급하다 보니 우리나라 기업인들 중에서도 좋은 회사를 만드는 분들을 많이 못 만났는데 오늘 (천 회장을) 만나게 돼 기쁘다"고 격려하면서 "직원들을 배려하고 잘해주게 된 계기가 있느냐"고 물었다.

천 회장은 이에 대해 "일본에 오래살며 혹시라도 (한국인으로써) 실수하면 안 되니까 긴장하게 됐고, 직원들의 깊은 뜻을 모르면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며 "그래서 끊임 없이 노력하다 보니 역지사지 하는게 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렇지만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코코네의 사람중심 기업철학은 성장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겪는 '커뮤니케이션 코스트(소통비용)'에 대한 역발상에서 시작됐다. 직원 평가 과정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를 치유와 자존감 성장의 계기로 치환시키는 구조다.

천 회장은 "직원 평가가 어려워 커뮤니케이션 코스트가 많이 든다고 하지만, 저희는 이 시기를 '감동의 시절'이라고 한다"며 "각각이 느낄 수 있는 것을 공유, 오픈하면 평가하다가도 '이런 어려움이 있었구나' 하며 들어주고, 이해하고, 역지사지하며 존재감을 인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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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코코네가 개발한 'CCP(Character Coordinating Play)' 앱 실행화면을 살펴보고 있다.(중소벤처기업부 제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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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벤처기업이 피해갈 수 없는 성장통과 위기의 시간도 여러 번 겪었다. 2008년 리먼쇼크에 이어 지진피해가 연이었을땐 일본시장 철수도 심각히 고민했다고 한다. 곁을 지켜준 직원들 덕분에 버텨냈고 그들은 여전히 코코네를 지키고 있다.

천 회장은 국내에서 벤처캐피탈 사업도 함께 한다. 한게임 시절부터 차곡차곡 쌓아온 경험을 토대로 국내 스타트업 육성을 지원해 한일 IT산업 연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는 "일본의 스타트업이 한국에서 성공하는 모델을 만드는게 장기적으로는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한국적 서비스와 투자가 있다면 큰 연결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천 회장은 현재 우리나라 벤처창업 지원제도가 청년층에 편향돼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청년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열정 만큼 인생 고민과 연륜을 쌓은 40대 이상의 창업 성공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천 회장은 "20대 보다 40대 창업을 더 권하고 싶다. 20년을 더 살면 자기 길을 명확하게 알 수 있고, 인적 네트워크도 많아진다"며 "무엇보다 가정이 있으면 엄청난 절실함과 추진력이 된다. 제도적으로 나이와 관계 없이 지원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천 회장은 "세상에 좋은 회사가 많다. 그 중에 하나가 됐으면 좋겠다"며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회사 얘기를 많이 하는데, 언젠가는 우리 회사가 그들의 안줏감이 됐으면 좋겠다는게 꿈이고, 야망"이라고 말했다.
eonk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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