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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적 임금체계에 고민 깊은 현대차 "상여금 쪼개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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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규칙 변경해야 하는데 노조는 반발

최저임금 덫 걸린 車산업, 기형적 임금체계에 한숨

뉴스1

그래픽=김일환 디자이너©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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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 현대자동차가 최저임금 관련 계도기간 종료를 앞두고 상여금을 매월 쪼개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나 노조 반대가 거세 법 위반 기업에 포함될 위기에 놓였다.

주휴시간을 근로시간에 포함하는 최저임금 시행령 개정에 따른 것으로 이 기준을 적용하면 현대차에서만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직원이 전체의 10%를 넘어선다.

고임금을 떠받치던 비정기 상여금을 매월 쪼개 지급하면 문제가 해결되지만 이를 위해선 노조 동의를 받아 취업규칙을 변경해야 한다. 그러나 노조가 이에 반발하고 있어 상여금 포함 평균 연봉 9000만원이 넘는 생산직 직원들의 기본급을 더 올려줘야 할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19일 현대차에 따르면 기본급만 계산했을 때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직원은 6000명가량으로 추산된다. 현대차 노조 조합원은 5만5000명가량으로 이중 11%가 최저임금 위반대상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현대차 직원들이 받는 월 기본급은 160만원에서 170만원(법정주휴수당 포함) 정도다. 170만원을 기준으로 소정근로시간(174시간)을 반영한 시급은 9770원이다.

시행령 개정으로 주휴시간을 더하면 시급계산에 필요한 분모가 209시간으로 커진다. 이를 적용한 시급은 최저임금 8350원보다 낮은 8133원으로 변경된다. 같은 월급을 주고도 최저임금 위반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기본급만을 기준으로 한 값으로 현대차 생산직 직원들은 수당과 상여금을 더해 평균 9000만원이 넘는 연봉을 받고 있다. 근속연수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인 직장인보다 더 많은 급여 수준인데도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직원이 나오는 모순이 발생한다.

이같은 현상의 원인은 기형적인 연봉체계에 있다. 글로벌 후발주자였던 한국은 88올림픽을 전후로 자동차 산업이 급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은 고졸 생산직 기본급은 낮게 잡고 공장 가동 상황에 따라 수당과 상여금을 챙겨주는 방식으로 임금을 보전해줬다.

산업 성장기에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이었지만 속내에는 기본급을 낮춰 초과근로수당이나 퇴직금 등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도 있었다. 근로시간 혹은 실적에 따라 달라지는 지급액 즉 상여금 등은 원칙적으로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아서다.

기형적인 임금체계의 1차적인 원인 제공자는 기업이라는 의미다.

국가산업 육성기인 당시 경기는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재조정이 어려운 기본급을 올리기보다 실적에 연동되는 수당·상여금 중심의 임금체계를 선택했다. 기본급은 낮고 수당이 많은 공무원 임금구조를 받아들인 일종의 관행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생산라인을 볼모로 잡은 완성차 노조가 수당 등을 가파르게 끌어올리면서 이같은 임금체계는 이들의 무기가 됐다. 이를 이용한 자동차 공장 근로자 평균 연봉은 7000만원에서 9000만원 사이를 오가는 고임금으로 변모했고 고비용·저생산성 문제가 고착화됐다. 배보다 배꼽을 키운 임금체계는 어느새 완성차 노조의 특권이 됐다.

기존 노조는 밤낮없이 일해야 9000만원 이상의 임금이 가능해 일본 등보다 생산성이 낮다는 건 단편적인 주장이라고 반박한다.

문제는 근로시간을 따질 경우 이같은 반박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2017년 기준 국내 완성차 5개사의 평균임금은 9072만원으로 폭스바겐(8487만원), 토요타(8344만원)보다 더 높다. 반면 우리나라의 자동차 1대 생산 시 투입시간은 26.8시간이다. 토요타(24.1시간), GM(23.4시간)과 비교해 2시간 이상 많다.

노동생산성은 떨어지는데 특근을 통해 수당을 채워가는 식으로 임금수준을 높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10시간이면 가능한 일을 15시간으로 늘려 수당을 받았다는 의미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고임금·저생산성 문제의 직접적인 원인이다.

현대차 노조는 회사가 일방적으로 상여금을 매달 쪼개 지급하는 쪽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것은 단체협약 위반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사측은 최저임금법을 위반을 막고자 설득에 나선다는 방침이지만 노조가 이를 받아들일지 미지수다.

다만 통상임금 협상 타결과 함께 상여금 상당수를 매달 50%씩 쪼개는 방안에 합의한 기아차 사례가 있어 이런 방식으로 의견을 맞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생산이 3년 연속 줄며 멕시코에도 따라잡힐 정도로 업황이 좋지 않다"며 "이대로 가다간 가뜩이나 어려운 자동차 산업이 고사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haezung22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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