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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불법 포획됐다 방류된 '빵게(암컷 대게)' 는 살아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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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해경 올해만 9건 불법유통 사례 적발

빵게 수정란은 대게가 죽어도 산란 가능

중앙일보

경북 포항 내항 앞바다에서 포항 해경이 불법 포획된 대게 암컷과 체장 미달 대게 1000여 마리를 바다에 방류하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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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게’는 호빵처럼 동그란 배를 가진 암컷 대게를 이른다. 포획이 금지돼 있지만, 알이 꽉 차고 맛이 좋아 불법 유통되곤 한다. 포항해경은 올해 들어 아홉 차례 불법유통 행위를 적발했다.

포항 해경에 따르면 암컷 대게를 유통하다 적발되면 현장에서 최대한 빨리 방류한다. 암컷 대게가 죽었더라도 알이 3월부터 5월 사이 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다시 바다로 돌아간 대게가 무사히 살아서 산란활동을 하는 지 관심이 쏠린다.

실제 지난해 12월 해경이 불법 유통하던 암컷 대게 1만 마리를 적발했을 때도 5%가량은 죽은 듯 보였지만, 해경은 모두 방류했다. 당시 30대 남성 등 3명이 새벽 시간대 몰래 암컷 대게를 바다에서 육지로 옮기다가 현장에서 발각됐다.

이들은 포항 흥해읍 앞바다에서 고무보트에 암컷 대게 1만700마리(시가 5300여만 원 상당)를 싣고 들어와 대기하던 차량에 옮기던 중 들켰다. 수산자원관리법에 따르면 암컷 대게와 9㎝ 이하의 대게는 포획을 금지하고 있다. 불법 조업·유통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포항해경 관계자는 “당시 암컷 대게가 대부분 살아있어서 방류했다”며 “2012년부터 해경에게 불법 포획물을 방류할 권한이 주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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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동해안에서 혼획된 어린 대게를 바다에 방류하는 사진. [사진 국립수산과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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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까지 불법 포획된 암컷 대게 등은 인근 쓰레기 매립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해경은 암컷 대게가 죽어도 알이 산란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검찰 지휘를 받아 심하게 부패하지 않았다면 방류하기로 결정했다.

국립수산과학원 독도수산연구센터에 따르면 암컷 대게는 알을 낳으면 배 안쪽에 갖고 있다가 수컷과 수정하는 동시에 배 외부로 품는 위치를 옮긴다. 수정된 알은 대게가 죽었더라도 살 확률이 있다.

양재형 국립수산과학원 동해수산연구소 박사는 “불법 포획된 대게를 모두 방류하는 건 해경이 현장에서 살았는지를 일일이 구분하기 힘들고 포획된 상태에서 방류해도 살아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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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민들이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수협에서 2019년 기해년 새해 첫 대게 경매를 앞두고 대게를 정리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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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독도수산연구센터의 조사 결과 살아있는 암컷 대게를 방류하면 97% 이상의 생존율을 보였다. 대게는 주로 수심 200∼500m에 서식하기 때문에 포획한 다음 수심이 낮은 항 부근에 방류할 경우 생존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자 독조수산연구센터가 조사한 것이다.

독도수산연구센터는 경북 울진군 후포항 연안에서 그해 4월과 5월 당일 어획된 어린 대게와 암컷 대게를 다시 바다에 넣어 24시간 후의 생존 여부를 확인한 결과, 4월에는 179마리 중 176마리(생존율 98.3%)가, 5월 조사에는 174마리 중 170마리(생존율 97.7%)가 살았다.

양 박사는 “암컷 대게 1마리가 약 10만개 알을 품고 있다”며 “실수로 포획했다면 최대한 빨리 방류하고 불법 어획을 근절해야 대게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포항=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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