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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의원들 발의 철회로 하루만에 폐기된 '수술실 CCTV 설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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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국회는 수술실 CCTV 설치 법제화에 나서라" (서울=연합뉴스) 임헌정 기자 = 의료사고 피해자·가족·유족과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회원들이 18일 국회 앞에서 수술실 폐쇄회로(CC)TV 설치 법제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4.18 ka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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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수술실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법안 발의 하루 만에 폐기돼 환자단체와 의료사고 유가족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해당 법안은 공동발의에 나섰던 의원 5명이 철회하면서 무효가 됐다.

한국환자단체연합은 17일 오전 10시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자 안전과 인권을 위해 발의된 수술실 CCTV 설치법을 폐기시킨 김진표ㆍ송기헌ㆍ이동섭ㆍ주승용ㆍ이용주 의원은 각성하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지난 14일 CCTV를 활용한 수술실 환자 안전과 인권 보호, 무자격자 대리수술 근절방안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의료계의 반대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의료사고 피해자와 환자단체의 수술실 CCTV 설치 요구 법안에 국회가 응답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바뀐건 법안에 서명했던 의원 5명이 갑작스레 공동 발의를 철회하면서다. 대표발의자 안규백 의원과 함께 법안을 공동 발의한 김진표ㆍ송기헌ㆍ민홍철ㆍ이상헌ㆍ제윤경ㆍ이동섭ㆍ주승용ㆍ김중로ㆍ이용주 총 10명 중 김진표ㆍ이용주 의원, 이동섭ㆍ주승용 의원, 송기헌 의원 순서로 공동 발의 하루 만에 발의를 철회했다.

법안을 철회한 5명의 국회의원은 “국회의원 본인과 상의 없이 보좌관이 알아서 서명했다. 전문지식이 없어서 좀 더 검토가 필요해 철회했다. 의사의 항의가 있었다.” 등 다양한 법안 철회 이유를 밝혔다. 환자단체연합 측은 “입법권을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국회의원이 법률 개정안을 검토도 하지 않고 공동 발의하는 것은 문제”라며 “이미 공동 발의한 법률 개정안을 심의 과정 중에 수정하거나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발의 하루 만에 철회하는 것도 말이 안된다”고 밝혔다.

법안 발의 최소 기준이 공동 발의자 10명 이상이기 때문에 1명만 철회해도 법률 개정안은 폐기된다. 안 대표는 “공동 발의자 명단에서 이름을 먼저 빼려고 경쟁하듯이 앞 다투어 철회해 공동 발의자 10명 중 5명이 철회하는 이례적인 상황까지 발생했다”며 “이와 반대로 국회는 지난 1년 동안 응급실 안전을 위한 응급의료법 개정안은 10개 넘게, 진료실 안전을 위한 의료법 개정안은 20개 넘게 발의하는 등 의료계의 요구가 있는 법안에 대해서는 앞 다투어 대표 발의했다. 누구를 위한 국회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수술실 CCTV 설치 논의가 시작된건 2016년이다.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안면윤곽 수술 중 숨진 고(故) 권대희씨 유족이 수술실 CCTV를 확보한 뒤 의료진의 과실을 확인했다.

권씨의 어머니 이나금 씨는 “동영상을 수백번 돌려보며 초 단위로 확인했다. 의사가 여러 환자를 동시에 수술했고, 수술 중 수술실을 나갔다. 아들은 지혈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 장시간 방치됐다. 환자를 맡은 간호조무사는 수술실에 눈썹을 고치고 스마트폰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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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오늘부터 6개 의료원 산하 전병원서 '수술실CCTV' 운영 (수원=연합뉴스) 경기도는 지난해 10월 전국 최초로 수술실 CCTV를 설치해 운영 중인 도립 안성병원에 이어 나머지 5개 도립병원(수원, 의정부, 포천, 파주, 이천) 수술실에도 CCTV를 확대 설치, 1일부터 운영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파주병원 수술실 CCTV. 2019.5.1 [경기도 제공] gaonnuri@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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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대표는 “지난해 5월 부산 정형외과에서 의료기기 영업사원이 의사 대신 대리수술을 하다 환자가 뇌사에 빠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얼마전 분당차병원에서 의사가 신생아를 바닥에 떨어뜨리고도 이를 은폐했다가 뒤늦게 밝혀졌다”고 밝혔다.

환자단체는 “무자격자 대리수술 등을 근본적으로 막으려면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경기도는 이달부터 도내 모든 의료원 수술실에 CCTV를 설치했다.

의사 단체는 “수술실에 CCTV가 설치되면 의사와 환자의 사생활 침해가 심각해질 것”이라는 극렬 반대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수술실 CCTV는 의사의 진료행위를 위축시킨다”며 “환자와 의료인의 사생활이 침해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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