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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SK, 베트남 1위 빈그룹에 1조투자… 동남아 개척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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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6.1% 매입 2대 주주로

2위 마산그룹 이어 전략적 제휴… 국영기업 민영화-M&A 공동추진

“경영권-배당 확보 아닌 협업 목적” 최태원회장 ‘글로벌 파트너링’ 탄력

동아일보

SK그룹이 베트남 최대 기업(시가총액 기준)인 빈그룹에 1조2000억 원을 투자한다. 지난해 베트남 2위 기업인 마산그룹에 이어 1위 빈그룹에도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추진하는 ‘글로벌 파트너링’(현지 기업과의 협업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는 16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빈그룹의 지주회사(빈그룹JSC)의 지분 6.1%를 10억 달러(약 1조1900억 원)에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전략적 제휴를 맺기로 했다. 매입 주체는 지주사인 SK㈜와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 E&S, SK하이닉스 등 5개사가 공동 출자해 설립한 SK동남아투자법인이다. 매입이 완료되면 SK그룹은 빈그룹의 창업주 팜녓브엉 회장 일가에 이어 사실상 2대 주주에 올라선다. 이번 계약 서명식에는 팜녓브엉 회장과 조대식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참석했다.

2001년 설립해 하노이에 지주회사 본사를 둔 빈그룹은 베트남 주식시장의 4분의 1(시가총액 기준 23%)을 차지한다. 라면 제조업체로 사업을 시작한 팜녓브엉 회장은 부동산 시장에 투자해 대박을 친 뒤 유통, 전자, 호텔 및 리조트 등 전방위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90여 개 계열사를 거느리게 됐다. 최근에는 자동차와 스마트폰 제조업도 시작했다.

지난해 매출은 121조8940억 동(약 6조2410억 원)이다. 지난 3년간 연평균 매출 성장률이 45.5%에 이를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대부분 내수시장 위주인 다른 동남아 기업과 달리 ‘수출 제조업’ 위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어 한국의 대기업들과 비슷한 성장전략을 가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이나 완성차는 동남아 기업들이 진입할 엄두도 내지 못했던 시장”이라며 “국내 시장에 안주하는 다른 동남아 기업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앞서 SK그룹은 지난해 8월 마산그룹의 지분 9.5%를 약 4억7000만 달러(약 5593억 원)에 매입했다. 빈그룹과 마산그룹 등 베트남 재계 1, 2위 그룹의 주요 주주가 된 것이다. 이 같은 SK그룹의 행보는 그동안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시도로 평가된다. 1조 원이 넘는 거금을 쏟아부으면서도 경영권 확보에 나서지 않고, 그렇다고 시세 차익과 배당을 목적으로 하는 단순 재무적 투자도 아니기 때문이다.

SK 관계자는 “그동안 SK의 동남아 사업은 생산 기지 구축 등 국내 사업의 수평적 확장이나 투자 기업의 경영권 확보 위주였다”며 “빈그룹과 마산그룹에 대한 투자 목적은 이러한 방식에서 벗어나 현지 기업과의 ‘파트너링’을 통한 시너지를 높이는 데 있다”고 말했다. SK그룹은 빈그룹과 함께 현지 시장의 신규 투자와 전략적 인수합병, 국영기업 민영화 프로젝트 등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최 회장은 빈그룹, 마산그룹 투자를 위해 2년 넘게 공을 들여왔다. 2017년 11월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와 면담을 하며 투자 의사를 내비친 그는 지난해 11월에도 응우옌 총리와 만나 국영기업 민영화 참여, 환경 문제 해결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지난해에는 베트남에서 학술대회인 ‘제1회 하노이 포럼’을 열고 SK의 사회적 가치 추진 전략을 널리 알리기도 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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