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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짠맛과 덜 익힌 고기 조리법에 쩔쩔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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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권은중의 나이 쉰에 떠난 이탈리아 요리 유학기 ⑤간단, 복잡미묘한 이탈리아 요리법에 향수병 날 지경

고혈압 내력 있는 집안 탓에

김치조차 잘 안 먹지만

셰프들은 소금 팍팍 요구

고기 요리도 핏물 떨어질 정도

‘이탈리아 요리할 팔자 아닌가’ 우울

와인과 함께 먹으면 짠맛 아니라

탄탄한 맛 깨닫고 소금 간 과감해져

북부 주요 요리인 고기는 극복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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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요리의 장점은 많다. 이탈리아에서 만난 많은 셰프가 이탈리아 요리를 “간단하면서도 복잡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 균형이 근사할 정도로 잘 잡혀 있다. ‘평범해 보이지만 사실은 비범하다’ 정도로 해석되는 이 말은 이탈리아 요리의 절대 강점을 압축하고 있다.

하지만 이탈리아 요리에는 한국 사람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도 분명히 있다. 그 탓에 나는 ‘외국인을 위한 이탈리아 요리학교’(ICIF)에서 혹독한 신고식을 해야만 했다. 이해가 안 되니까 계속 실수했고 10살도 더 어린 이탈리아인 셰프에게 매일같이 깨져야 했다. 물론 기자 출신인 내가 요리에 능숙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 내가 지적당하는 이유는 꼭 숙련도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가장 많이 받은 지적은 내 음식이 싱겁다는 거였다. 소금 간이 안 돼 요리에 성의가 없다는 말까지도 들었다. 나는 고혈압이 집안 내력이어서 한국에서도 김치조차 잘 먹지 않았다. 소금 대신 레몬즙이나 식초를 사용하거나 집된장이나 집간장을 썼다. 나름 ‘건강 레시피’라고 자부하던 내 조리 방식이 이탈리아에서는 그저 비난의 대상일 뿐이었다.

비빔면도 못 고친 나의 향수병

이탈리아 셰프들은 짜지 않으면 이탈리아 요리가 아니라고 힘주어 말하는 거 같다. 학교 식당이나 수업에서 파스타를 삶을 때 면수에 넣는 소금의 양을 보면 다들 놀랄 것이다. 거의 1~2㎏ 소금 한 통을 면수에 다 넣는다. 30~40인분의 파스타를 만들기는 하지만 엄청난 소금양이다. 이탈리아인들은 소금 장수의 후예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그래서 내 한국 동기들은 간을 짜게 한다. 혀가 저릿저릿할 정도로 소금을 넣는다. 그런데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셰프들은 그들의 요리를 맛있다고 칭찬해주었다. 나도 소금을 팍팍 치면 간단한 일인데 소금을 치는 것에 오랫동안 거부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게 쉽지 않았다. 덕분에 머리와 손이 따로 노는 자기 분열을 경험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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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는 ‘이탈리아에서 음식을 할 팔자가 아닌가’라는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거려야 했다. 3개월의 학교 수업을 마치면 나는 내년까지 8개월의 현장 실습을 해야 한다. 스테이크 같은 메인 접시는 만들지 않더라도 이탈리아 사람들 입맛에 맞는 샐러드나 파스타·리소토를 만들 줄 알아야 한다.

소금 간은 그래도 낫다. 두 번째 지적은 내가 영원히 극복하지 못할 것이다. 바로 고기의 익힘 정도였다. 이탈리아는 쇠고기뿐 아니라 우리가 푹 익혀 먹는 돼지고기·오리고기도 피가 뚝뚝 떨어지는 ‘알 상궤’로 요리해야 한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안쪽만 살짝 빨갛게 보이는 미디엄 웰던이면 셰프는 고기에 손도 대지 않았다. 셰프가 만든 접시를 보면 겉만 살짝 익었고 안은 사실상 안 익은 상태다.

쇠고기나 양고기는 익지 않아도 먹을 만했지만 돼지나 오리는 고기 냄새가 심하게 느껴졌다. 그나마 닭이나 토끼에 대해서는 ‘알 상궤’를 요구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고기를 많이 먹어보면 익숙해지겠지만, 불행하게도 나는 구운 고기는 즐겨 먹지 않는다. 나는 만두나 김치찌개에 들어 있는 삶은 고기만, 그것도 조금 먹는다. 나이가 들어 소화력이 떨어진데다 고기의 구운 냄새가 꼭 좋게만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운 고기를 먹지 않은 지는 15년쯤 된다. 그런 나보고 피가 뚝뚝 떨어지게 고기를 구우라고 요구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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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도 못 맞추고 이탈리아 요리의 핵심인 고기도 못 구우니, 나의 이탈리아 요리 유학은 고생길을 예약해놓은 것과 마찬가지였다. 이런저런 이유로 깨지다보니 나는 한국이 그립고 한국 음식만 찾는 향수병에 걸렸다. 이탈리아에 온 지 꼭 한 달만의 일이었다. 특히 물냉면이 너무 먹고 싶었다. 그래서 학교 주변의 도시를 돌아다니며 한국의 인스턴트 냉면을 찾았지만 허사였다. 냉면을 대신해 아시안 마켓에서 비빔라면인 ‘팔도비빔면’을 사와야 했다. 고등학교 이후 ‘팔도비빔면’을 내 손으로 사본 것은 처음이었다.

그렇지만 향수병을 치료한 것은 비빔라면이 아니라 이탈리아 음식이었다. 학교 주변의 미슐랭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를 하면서 날 곤혹스럽게 만들었던 소금간의 비밀을 어렴풋이 알게 됐다. 학교 주변 도시인 아스티와 알바는 세계 3대 레드와인 생산지로 이름날 정도로 와인이 유명한 곳이다. 따라서 괜찮은 레스토랑에서는 코스별 요리마다 와인이 나온다.

피가 뚝뚝 떨어져야 고기 요리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음식들을 와인과 함께 먹으면 짠맛이 아니라 탄탄한 맛이 느껴졌다. 풍미가 좋은 소고기 육수나 해산물 육수를 뽑아 만든 요리의 짠맛은 숙성이 잘된 와인과 찰떡궁합이었다. 유럽인들은 오랫동안 석회가 많은 물 대신 맥주나 와인을 마셔왔다. 따라서 이런 술들과 먹는 음식은 적당한 풍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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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서양에서는 다양한 육수와 치즈, 버터 등의 유제품을 이용한 소스가 발달했다. 우리나라의 김치가 점점 다양한 젓갈에 해물을 넣는 쪽으로 발달해온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이해가 되니 소금 간이 전보다 과감해질 수 있었다. 요리에 대한 자신감도 회복할 수 있었고 향수병도 자연스럽게 치료됐다.

그러나 피가 뚝뚝 떨어지는 오리고기나 양고기는 이탈리아에 머무는 동안 극복하지 못할 거 같다. 거기다 내가 있는 이탈리아 북부는 전통적으로 고기 요리가 발달한 곳이다. 학교 레시피의 3분의 2 이상은 고기다. 이곳은 한국만큼이나 다양한 고기를 먹는다. 소 뇌도 있고 닭 벼슬도 먹는다. 한국에서는 잘 먹지 않는 토끼도 상당히 즐겨 먹는데, 고기뿐 아니라 간은 물론이고 심장이나 신장도 먹는다. 토끼 간을 마카롱에 넣어 먹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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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를 즐기지 않는 나로서는 학교 레시피의 절반 정도만이라도 해물 요리와 채식 요리가 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든다. 그래서 나는 학교에서 고기를 팬이나 오븐에 구울 때마다 고기 대신 새우 같은 해산물이나 콜리플라워·토란 같은 채소를 끼워넣는 나만의 레시피를 상상하곤 한다. 일종의 현실 회피이지만 이런 시도가 요리에 대한 내 생각의 폭을 넓히는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믿고 싶다.

글·사진 권은중 <독학 파스타> 저자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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