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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김수한의 리썰웨펀]軍 3년만에 대북 인식 대전환…송영무 “겁낼 이유 없다” vs. 한민구 “압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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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4일 한민구 “南군사력, 北 압도못해”

-2019년 5월 16일 송영무 “北군사력 겁낼 것 없어”

-2017년 8월 28일 문재인 “그 많은 국방비로 뭘 했나”

-“남북 GDP 45배 차이..南국방력, 북 압도해야”

헤럴드경제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이 16일 서울 모처에서 열린 안보 학술 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이 2016년 11월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전군주요지휘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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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우리 군의 북한군에 대한 인식이 3년 만에 크게 달라졌다.

3년 전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은 “우리 군이 북한군을 압도하지 못한다”고 말해 의문을 자아냈으나, 지난해 말 퇴임한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은 “북한군을 겁낼 이유가 없다”고 공식석상에서 발언했다.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은 16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한국국방연구원이 개최한 ‘2019년 안보학술세미나’ 기조강연에서 “현재 북한의 핵과 화생방(무기)만 빼면 북한을 겁낼 이유가 없다”며 “(북한 군사력에 대한) 정량 분석에 치우치다 보니 북한이 강한 것처럼 느껴진 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송 전 장관은 과거 북한은 구소련으로부터 군수물자를 지원받았지만 “현재 김정은이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나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을 찾아가 전쟁할테니 지원해달라고 하면 그게 가능하겠느냐. 이제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북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주체사상을 갖고 있었다면 “김정은(국무위원장)은 자유민주사상에 접근한 상태”라면서 “이제는 우리가 한국전쟁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때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송 전 장관은 압도적인 미군 전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지상군과 공군 현역 2만8500명이 (한국에) 주둔하고 있고, 미 해병대는 동북아 해역서 대기하고 있다”며 500여명의 군사고문단만 존재했던 반세기 전과 완전히 다르다고 부연했다.

사회의 변화, 주민들의 인식 변화도 북한이 더는 군사적 대결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송 전 장관은 말했다.

북한의 배급체제는 평양에서만 겨우 유지되고 있고, 다른 지역에서는 이미 다 무너지고 시장 체제가 들어선 가운데 “북한 주민들도 시민의식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송영무 “북한군 정량 분석으로 강하게 느껴졌을 뿐”=송 전 장관은 지난해 9월 평양에서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과 체결한 남북 군사분야 합의의 역사적인 의미도 강조했다.

그는 “(군사합의서) 정식명칭은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로, 판문점 선언을 위한 부속서였다”며 “당시 대통령 의도를 받들어 ‘일방적 양보는 없다’, ‘꼭 상대적으로 하라’, ‘한 번에 다 하지 말라’, ‘과거 잘잘못을 따지지 말고 미래지향적으로 하라’는 그런 지침들을 제가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이) 상호신뢰를 구축해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분야 협력을 견인하려면 이 군사합의서는 꼭 이뤄져야 한다”며 “몇 년 후가 될지 모르지만, 대한민국 역사를 바꿔 미래로 나아가게 하는 중요한 합의서로 평가받기를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한편, 송영무 장관의 전임 장관인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은 지난 2016년 5월 4일 서울 중구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2016 K-디펜스 조찬포럼에서 ’남한 군사력이 북한 군사력에 비해 압도적이지 않다’며 그 이유를 크게 3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한 전 장관은 첫째 북한군의 군사력 증강이 남한군보다 10년가량 앞섰다, 둘째 북한군의 실질 국방비는 알려진 것보다 10배 더 많다, 셋째 우리 군 국방비는 감소 추세에 있다 등 3가지 이유를 들었다.

한 전 장관은 북한은 1962년 4대 군사노선에 따라 군사력을 증강했지만, 남한은 1974년 율곡계획에 따라 군사력 증강에 나서 남한이 북한에 비해 10여년 가량 뒤쳐졌다고 설명했다. 둘째로, 2013년 기준 북한 국방비는 약 100억달러(약 11조원)로 남한의 30%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남북한 국방비에서 순수 전력증강비만 따질 경우, 북한이 우리의 40% 수준까지 이른다고 말했다. 한 전 장관은 북한의 경우 남한보다 인력이나 국가자원의 동원이 용이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무기개발에 전념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셋째로, 남한 국방비가 해마다 감소 추세라는 점도 지적했다. 1980년 정부 예산 총액 대비 국방비 비율은 34.7%였는데 지난해는 14.5%로 국방비 비율이 줄고 있다는 것이다. GDP 대비 국방비도 1980년 5.7% 수준에서 지난해 2.5%로 감소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문제를 제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8월 28일 국방부 핵심정책 토의회의에서 군 수뇌부를 향해 “그 많은 돈을 갖고 뭘 했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며 이례적으로 강하게 질타했다.

◆3년전 한민구 “남한 3가지 이유로 북한군 압도못해”=이보다 몇 개월 앞선 2017년 3월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공개한 ‘월드팩트북’에 따르면, 2016년 추정치 기준 남한의 국내총생산(GDP)은 1조9290억달러(약 2172조원), 북한 GDP는 400억달러(약 45조원)로 남한 경제력이 북한의 48배로 평가됐다. GDP 세계 랭킹은 남한이 14위, 북한이 115위로 100계단 이상 차이 났다.

국방비 또한 남한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지난 2015년 기준 남한 국방예산은 38조7995억원, 북한의 국방예산은 약 4조5000억원으로 남한 국방비가 약 10배 많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 군은 북한의 군사력에 대해 항상 높게 평가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문 대통령은 이런 군의 뿌리깊은 의식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당시 “북한이 비대칭전력(핵무기 등 전쟁의 판도를 뒤바꿀 수 있는 전략무기)을 고도화하는 만큼 우리도 그에 맞게 대응해야 하나 그 많은 돈을 갖고 뭘 했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의 국내총생산(GDP)을 비교하면 남한이 북한의 45배에 달한다. 그러면 절대 총액상으로 우리 국방력은 북한은 압도해야 하는데 실제 그런 자신감을 갖고 있느냐”고 되물었다.

문 대통령은 또한 “막대한 국방비를 투입하고도 우리가 북한 군사력을 감당하지 못해 오로지 (주한미군과의) 연합방위능력에 의지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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