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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의 ‘늦은 봄’… 때묻지 아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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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호’ 국가정원 / 한국불교 승맥 잇는 송광사 / 세계 5대 연안습지 순천만 / 빽빽한 갈대밭… 끝없는 갯벌 / 흑백TV 속 풍경 보는 듯 / 엄마아빠의 ‘추억 소환’ / 물 위에 떠 있는 미술관 ‘꿈의 다리’ / 지구촌 어린이 그림 14만점… 알록달록 꿈빛 가득 / 500년 전 조선의 삶 엿볼 수 있는 ‘낙안읍성’ / 둥글둥글 초가지붕, 구불구불 고샅 따라 시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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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순천시는 지역 전체가 하나의 정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개최한 곳으로 나무와 꽃 300여만본이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정원이 있어 매년 수백만명의 관광객이 몰린다. 여기에다 세계 5대 연안습지인 순천만 습지는 광활한 갯벌과 함께 국내에서 가장 넓은 갈대 군락지로 유명하다. 500년 전 조선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낙안읍성에다 양산 통도사·합천 해인사와 함께 삼보사찰로 불리는 송광사도 바로 순천에 있다. 순천시는 2019 국가 브랜드 대상에서 ‘가장 방문하고 싶은 도시’ 1위에 선정된 데 힘입어 순천시는 올해를 ‘순천 방문의 해’로 정하고 관광객 1000만명 유치를 목표로 하는 등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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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국가정원의 메타세쿼이아길 포토존.


◆대한민국 1호 정원, 순천만국가정원

순천만국가정원은 2013년 4월 20일부터 10월 20일까지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개최하면서 조성됐다. 도사동 일대 정원 부지 112만㎡(34만평)에 나무 505종 79만그루와 꽃 113종 315만포기가 식재돼 있다. 박람회가 폐막한 뒤 2014년 4월 20일에 순천만정원이라는 이름으로 영구 개장된 데 이어 2015년 9월 5일에 국가정원 1호로 지정됐다. 세계 정원·힐링 정원·실내 정원·슬로 정원 등 테마별로 비치해 전체를 제대로 둘러보려면 4시간 정도 걸린다. 방문객의 발길이 잦은 곳은 세계정원. 태국·이탈리아·멕시코·영국·미국 등 세계 11개국이 참여해 나라별로 특색 있는 전통 양식과 멋을 자랑하는 정원들을 선보이고 있다. 르네상스 시대 메디치가의 빌라 정원을 재현한 이탈리아 정원, 달리아와 야자나무 등 각종 식물로 꾸민 멕시코 정원, 전통 건축물 ‘살라타이’가 인상인 태국정원이 대표적이다. 살라타이는 태국 사람들이 뜨거운 햇볕과 비를 피하기도 하고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는 장소로 사용되는 공간이다. 이곳에선 외국에 가지 않고도 참여국의 문화와 전통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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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미술 작가 강익중이 컨테이너 30여개로 완성한 ‘꿈의 다리’.


‘꿈의 다리’도 볼거리 가운데 하나다. 세계 최초로 물 위에 떠 있는 미술관이자 아시아에서는 첫 번째로 긴 지붕이 있는 인도교다. 설치미술가 강익중과 순천시민들이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를 위해 만든 공간이다. 전 세계와 우리나라에서 모인 어린이 그림 14만여 점이 걸려 있다. 야생동물원에 가면 사막여우를 비롯해 알다브라육지거북, 물범, 홍학 등 1000여 마리의 동물을 볼 수 있다. 사육사 일일 체험과 생태 설명회 등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산과 들, 물가 등에서 야생하는 국내 모든 약초를 모아 15만㎡의 재배공원과 체험관을 조성한 한방약초원도 흥미롭다. 체질 진맥, 아토피·당뇨 등 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방문객의 관심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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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사 전경.


◆한국 불교 승맥을 잇는 ‘송광사’

조계산 서북쪽 자락에 자리 잡은 송광사는 신라 말 혜린선사에 의해 창건된 길상사라는 자그마한 절에 불과했지만, 점차 세를 불리며 오늘날의 모습을 갖췄다. 보조국사가 절의 면모를 일신했는데, 송광사를 정혜결사(定慧結社)의 중심지로 삼은 고려 명종 27년(1197)부터 희종 원년(1205)에 이르는 시기이다. 정혜결사란 고려 후기 불교가 정치세력화하자 보조국사를 중심으로 기존 불교계를 반성하고자 펼친 수행운동을 말한다. 삼보사찰의 하나인 승보종찰이다. 한국 불교에는 불교에서 귀하고 값진 세 가지 보물, 불법승(佛法僧)의 삼보사찰이 있는데, 경남 양산 ‘통도사’ 경남 합천 ‘해인사’와 함께 ‘송광사’가 포함된다. 통도사는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 있어 불보사찰, 해인사는 부처님 가르침인 팔만대장경 경판이 모셔 있어 법보사찰, 송광사는 한국 불교의 승맥을 잇고 있어 승보사찰이라고 한다.

특이한 점은 송광사 대웅전 앞에는 탑이 없다. 송광사 사찰 터는 연화부수형(물 위에 떠 있는 연꽃 모양의 풍수 형국)으로, 연꽃이 가라앉을까 봐 대웅전 앞에 석탑과 석등이 없다는 것이 문화해설사의 설명이다. 송광사를 들른 이상 불일암을 빼놓을 순 없다. 경내를 둘러본 뒤 가파른 숲길을 30분가량 오르니 양쪽으로 키 큰 대나무가 도열한 숲이 나온다. 숲 뒤에 작은 집칸이 불일암. 이곳은 ‘무소유’로 유명한 법정 스님은 1975년부터 1992년까지 17년간 수행했고, 2010년 3월 입적 후 암자 경내 후박나무 아래 안식하고 있다. 스님이 생전에 쓰던 세숫대야가 놓인 여름 목간도 볼 수 있다. 그의 어록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가 선택한 맑은 가난은 넘치는 부보다 훨씬 값지고 고귀한 것이다.” (산에는 꽃이 피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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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5대 연압 습지 순천만의 일몰.


◆세계 5대 연압 습지 순천만과 용산낙조

매년 3000여 마리의 흑두루미가 다녀간다는 세계 5대 연안 습지 순천만이다. 5.4㎢(160만평)의 갈대밭과 22.6㎢(690만평)의 광활한 갯벌이 어우러진 공간이다. 재두루미를 비롯한 다양한 철새와 장뚱어칠게 등 바다생물이 공존한다.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6년 람사르습지에 등재됐다. 2008년부터는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41호로 지정해 특별 관리하고 있다. 기자 일행은 습지를 둘러보기 위해 30인승 생태채험선에 올랐다. 선착장에서 출발해 순천만 S자 갯골을 돌아 다시 원점으로 복귀하는 코스다. 동행한 해설사에 따르면 흑두루미는 해마다 2∼3월에 이곳 순천만을 중간 기착지로 삼아 북상한다. 따라서 흑두루미는 현장에서 볼 수 없었다. 빽빽한 갈대밭과 끝이 보이지 않은 광활한 갯벌은 자연의 신비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방문객은 바닷물이 빠지면 운항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 꼭 시간대를 확인해야 하고 신분증은 지참해야 한다.

순천만 하면 용산낙조를 빼놓을 수 없다. 용산에서 내려다보는 일몰은 압권이다. 해질 녘 순천만습지에서 순천 동천을 건너 용산에 오르면 떨어지는 햇살에 주황색으로 물든 수로와 갯벌이 한눈에 들어온다. 물때에 따라 드러나는 갯벌 위로 산란하는 석양이 그려내는 광경은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 출사객들이 연중 몰린다. 용산전망대까지는 무진교와 갈대데크를 지나면 산책로 계단으로 이어진다. 이 길을 따라 20여 분 산행을 하면 용산전망대에 오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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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지붕과 낮은 돌담길의 낙안읍성.


◆타임머신 타고 옛 시간 속으로 낙안읍성

사적 제 302호로 지정된 낙안읍성은 해미읍성, 고창읍성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읍성으로 꼽힌다. 넓은 평야지에 축조된 성곽으로, 성내에는 관아와 100여 채의 초가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고려 후기에 왜구가 자주 출몰하자 1397년(태조 6년) 절제사 김빈길이 흙으로 읍성을 쌓았다고 한다. 1384m, 높이 4m, 너비 3∼4m로 현재 성벽과 동 ·서 ·남문지, 옹성 등이 남아 있다. 동문, 남문, 서문이 있는데 낙풍루가 있는 동문이 주 출입로다. 문화관광해설사에 따르면 동문에서 서문을 향해 마을을 가로지르는 큰 도로가 있고 도로 북쪽에 관아, 남쪽에 민가가 모여 있다. 이런 배치는 낙안읍성이 한양도성을 본떠 만든 계획도시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관람객들은 구불구불 이어진 고샅을 따라 거닐며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길쌈, 풀무질, 그네타기, 천연염색, 국악기 연주 같은 체험을 하고 초가 민박에서 하룻밤 묵어갈 수도 있다. 동문 바로 위 낙풍루에 올라 성곽을 따라 걸으면 고즈넉한 마을 풍경을 느긋하게 조망할 수 있다. 서문과 남문의 중간 지점인 읍성 전망대에 오르면 둥글둥글 초가지붕이 정겹게 맞댄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드라마 ‘장금이’ 촬영지도 이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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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안읍성민속마을 앞에 순천시립 뿌리깊은나무박물관도 가볼 만하다. 월간 ‘뿌리깊은나무’ 발행인 고 한창기 선생이 평생 수집한 문화재급 소장품 6500여 점이 전시·보관된 곳이다. 1976년 3월 창간한 ‘뿌리깊은나무’는 국내 최초로 한글 전용, 가로쓰기를 도입해 잡지계에 새 장을 열었다. 우리 문화의 가치를 되새길 수 있는 장소다. 전시장은 지하 1층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관람한다. 박물관 전시실 앞에 단아한 한옥이 눈에 띈다. 거문고와 단소 명인인 고 김무규 선생의 구례 생가를 옮겨 복원한 집이다. 영화 ‘서편제’에서 선생이 거문고를 연주하는 장면을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순천=글·사진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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