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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노딜도 OK"…트럼프가 중국 때리는 3가지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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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뉴욕(미국)=이상배 특파원] [월가시각] △재선 위한 '금리인하' △'강인한 지도자' 이미지 △중국에 대한 깊은 '적대적 신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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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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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가 안 돼도 괜찮다. 어쩌면 더 좋을 수도 있다."

미중 무역협상을 놓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일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가 드러난 순간이다. 이후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결렬을 감수하고 중국에 '관세폭탄'을 날렸다.

무역전쟁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무릅쓰면서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왜 중국을 이토록 거칠게 몰아붙이는 걸까? 이유는 크게 3가지. △재선을 위한 금리인하 △'강인한 지도자' 이미지 △중국에 대한 깊은 적대감이다.

◇"미·중 금리인하 후 협상 타결"

15일(현지시간)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잰 하치우스 이코노미스트가 작성한 '2020년 대선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미국 역사에서 현직 대통령의 재선 여부를 좌우한 가장 큰 경제적 변수는 선거가 열리는 해 2분기의 경제성장률과 실업률이었다.

그러나 약 10년간 호황을 이어온 미국 경제는 이미 둔화세로 접어들었다. 소비와 생산 모두 이미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소매판매와 산업생산은 각각 전월 대비 0.2%, 0.5% 감소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대선이 열리는 내년 2분기 이후까지 경기호황을 연장시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게 금리인하다. 금리인하에 부정적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태도를 바꿀 가장 빠른 방법이 미중 무역전쟁을 통한 경제적 충격이다.

무역전쟁으로 미국과 중국의 중앙은행이 동시에 경제부양에 나서도록 한 뒤 중국과 협상을 타결하면 미국 증시가 새로운 고점에 오르게 되고, 차기 미국 대선에 맞춰 미국 경제도 활황이 될 것이란 게 트럼프 대통령의 계산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중국은 늘 그랬던 것처럼 장사에서 그들이 잃고 있는, 그리고 잃게 될 것을 만회하기 위해 그들의 시스템에 돈을 풀 것이고, 아마도 금리를 낮출 것"이라며 "연준이 이에 맞춰 금리를 내린다면 게임은 끝날 것이다. 우리는 이긴다!"는 트윗을 날리며 거듭 연준에 금리인하를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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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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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의 대결, 인기 높아"

중국과 정면으로 맞서는 강인한 지도자 이미지가 재선에 도움이 된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이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 등 측근들에게 대중 무역전쟁에서 물러설 의사가 전혀 없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며 "베이징과의 대결이 그의 정치적 지지층으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는 만큼 당장의 경제적 고통에도 불구하고 2020년 재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대권주자 가운데 자신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외교적으로 유약한 이미지로 깎아내리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바이든 전 부통령을 겨냥, "중국은 ‘졸리는 조'(Sleepy Joe)가 2020년 대선에서 당선될 것을 누구보다 원하고 있다"며 "그들은 미국에 바가지 씌우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는 트윗을 날리며 자신의 협상력을 과시했다.

◇"중국은 경제적 악당"

중국에 대한 공격은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신념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뇌리엔 '중국은 미국의 경제적 악당'이란 적대적 인식이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캠프에 대표적 '반(反) 중국 학자' 피터 나바로 UC(캘리포니아주립대)어바인 교수를 영입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중국이 미국을 죽이고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중국에 의한 죽음'(Death by China)이란 책을 쓰고 동명의 다큐멘터리까지 만든 '극단적 대중 강경파'다.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미중 관계 재정립' 등 무역정책을 설계한 나바로 교수는 집권 후 국가무역위원회(NTC) 위원장 겸 백악관 무역제조업국장을 맡아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정책에 대해 핵심 참모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재선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도박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만약 무역전쟁 확전에도 불구하고 연준이 관세에 따른 물가상승 등을 이유로 금리인하를 거부한다면 내년 미국 경제가 침체의 길로 접어들 수 있다.

네드데이비스 리서치의 베네타 디미트로바 선임이코노미스트는 "관세전쟁은 물가상승 뿐 아니라 정책적 불확실성, 낮은 설비투자와 고용증가율, 생산성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무역전쟁이 길어질수록 미국 경제의 둔화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뉴욕(미국)=이상배 특파원 ppark14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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