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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찰 명운 건다던 ‘버닝썬 수사’, 국민 납득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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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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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명동서일필인가. ‘버닝썬 게이트’를 수사해온 경찰이 15일 윤아무개 총경의 유착 의혹 사건과 애초 폭로자였던 김상교씨 폭행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마약 관련이나 경찰의 유착관계 등에 대해선 수사가 아직 진행중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경찰의 ‘명운’을 걸겠다던 다짐에 비해 결과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이 정도로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가수 승리 등의 단톡방에서 ‘경찰총장’으로 불린 윤 총경 등 2명이 음식점 ‘몽키뮤지엄’ 신고 건을 알아봐준 사건과 관련해 이들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몇차례 골프를 친 시점이 몽키뮤지엄 건을 알아봐준 뒤 1년여가 흐른데다, 윤 총경이 돈을 낸 경우도 있는 등 대가성을 밝힐 수 없어 뇌물죄 적용은 어렵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규정한 형사처벌 기준에도 액수가 모자라 청문감사관에만 통보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는 경찰 설명엔 허탈감마저 든다.

단순히 ‘지인의 지인’ 부탁으로 총경급 경찰이 사건을 알아봐줬다는 데 고개를 끄덕일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힘없고 빽 없는 보통 사람들이 경찰과 그리 쉽게 ‘친분’을 맺을 순 없는 일이다. 설령 경찰 설명대로 대가성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유명인들과 경찰 사이의 ‘리그’가 얼마나 끈끈한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3년 전 경찰이 몽키뮤지엄에 대한 처벌 혐의를 잘못 적용해 승리 등이 처벌을 피해갈 수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 ‘봐주기’가 아니라 “업무 미숙”이라고 판단한 것도 썩 납득이 가진 않는다.

애초 폭로자였던 김상교씨 폭행 사건의 경우, 국가인권위원회가 앞서 지적했듯 출동 경찰이 김씨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미란다 원칙 지연 고지, 체포의 필요성 부족 등의 문제가 발견돼 청문감사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강남경찰서가 처음에 체포에 문제가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던 것은 ‘거짓’이었음을 경찰이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경찰의 폭행은 없었다고 결론내렸다.

버닝썬을 둘러싼 의혹은 워낙 여러 갈래로 제기됐지만 가장 큰 핵심은 경찰의 유착 의혹이었다. 클럽 내 만연한 성폭력 문화 및 마약 관련 의혹은 그 자체로도 충격적이었지만 경찰의 비호 내지 묵인 없이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라는 의문에 이번 경찰 수사는 제대로 응답하지 못했다. 가수 정준영씨 등 단톡방 관련 수사와 ‘미성년자 출입’ 관련 몇몇 일선 경찰의 유착을 밝힌 것 외엔 핵심 의혹에 관해 국민들은 속시원한 답을 듣지 못했다. 수사는 증거에 기반해야 하고 법리 적용에 여러 제약이 따른다는 점을 이해하더라도, ‘경찰이 제 식구를 감싸는 거 아니냐’ 또는 ‘경찰의 수사 실력이 이 정도냐’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이 상황을 경찰은 엄중히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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