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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세금'으로 막은 서울 버스 파업…재정부담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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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15일 서울 동작구 지하철 사당역 버스환승센터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버스를 타는 모습. 남정탁 기자


서울 시내버스 노사협상이 15일 파업 돌입 90분을 앞두고 임금 3.6% 인상 등에 합의하면서 극적으로 타결됐다. 그러나 이미 준공영제로 인한 서울시 부담이 큰 상황에서 임금인상 등이 이뤄지면서 시 재정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시버스노조와 사측인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이날 협상테이블에서 △임금 3.6% 인상 △2021년까지 정년 만 61세에서 63세로 단계적 연장 △학자금 등 복지기금 5년 연장 등에 합의했다.

임금 인상률은 애초 노조가 요구한 5.98%에 못 미치고 앞서 타결된 인천 8.1%, 광주 6.4%, 대구 4%, 창원 4%보다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서울 버스 기사 임금이 전국 최고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금액 자체는 낮지 않은 상황이다.

노조 관계자는 “나쁘지 않은 결과로 본다”며 “서울시가 요금을 올리지 않으면서 기존 재정으로 용단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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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버스사업조합과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의 2차 노동쟁의조정 회의에서 합의안이 도출된 1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서종수(왼쪽부터)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위원장, 박원순 서울시장, 피정권 서울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 오길성 조정회의 의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인상률이 지나치게 높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피정권 이사장은 조정안 서명식 직후 “아쉬움이 많이 남는 협상이었다. 앞으로 사측 입장에서도 많은 배려를 해주시길 바란다”며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사측은 애초 ‘4년째 요금 동결로 적자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임금 동결을 주장했다. 이날 협상에서는 2.5% 인상안을 제시했으나 노조의 반발과 서울시의 설득에 더 물러서 3.6% 인상에 합의했다. 현장을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까지 직접 설득에 나서자 더 버티기 힘들었으리라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애초 서울 버스 협상은 경기 등 다른 지역보다 수월할 것으로 예상됐다. 주 52시간제로 인한 타격이 크지 않은 데다 다른 지역보다 근무 여건이 좋기 때문이다. 타 지역에서 속속 노사협상이 타결되면서 파업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정작 협상에서는 타 지역이 최소 4% 이상 인상안에 합의한 만큼 서울 지역도 비슷한 수준이어야 한다는 노조 내 기류가 형성돼 걸림돌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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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은 피했지만 시의 재정부담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 6월 이후 요금이 4년째 동결되면서 시의 재정지원금은 큰 폭으로 늘고 있다. 2015년 2512억, 2016년 2771억원, 2017년 2932억원에서 지난해에는 무려 5402억원이 버스 적자분을 메우는 데 투입됐다. 지난해에는 그간 예산 부족으로 주지 못했던 지원금을 한꺼번에 지급했기 때문이다.

올해도 2915억원이 투입될 예정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적자분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서울시의 예상이다. 여기에 임금 인상까지 이뤄지면 서울시가 메워야 할 버스 적자분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가 버스 요금을 인상할 뜻이 없음을 밝혔지만, 결과적으로는 버스 업계에 들어갈 세금이 늘어나는 셈이다.

서울시 이원목 교통기획관은 “늘어난 비용을 추가로 보전해줘야 하는 만큼 재정지원액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수백억원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나 정확한 금액은 추산해봐야 안다”고 말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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