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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밀착카메라] 집·일터 잃은 주민들…멈춰선 산불 피해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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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14일) 밀착카메라는 강원도 산불 현장을 1달 만에 다시 다녀왔습니다. 정부가 오늘 산불 피해 복구에 예비비로 수백억 원을 풀겠다고 발표했지만 주민들의 불신은 깊어보였습니다. 선심성 발언만 할 게 아니라, 구체적인 지원 계획을 달라는 것입니다.

윤재영 기자입니다.

[기자]

'잘못은 한전이 하고 고통은 이재민이 받는다.'

강원도 고성군 한 마을 어귀에 현수막이 붙어있습니다.

바로 아래에는 버스정류장이 다 타버린 채 뼈대만 남아 있고요.

이쪽에는 수백년 된 소나무도 다 타서 죽어버렸습니다.

강원도에 산불이 난 지 한달이 지났지만 마을에는 화마가 휩쓸고 간 처참한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까맣게 탄 채 서 있는 나무들, 무너져 잔해만 남은 집들.

산과 마을은 여전히 폐허와 같은 모습입니다.

다 타버린 2층집입니다.

1층은 농사를 짓기 위한 창고로 쓰였다고 합니다.

바로 앞에 있는 이 고철은 다 타버렸는데 아무래도 운동기구였던 것으로 보이고요.

잠깐 안에 들어와보면 한 때 선풍기였던 것으로 보이는 고철들도 이렇게 흩어져 있습니다.

바로 옆에는 한 해 농사를 짓기 위한 볍씨가 일부는 이렇게 전부 타고, 일부는 절반만 탄 채 바닥에 흩어져 있습니다.

주민들은 재만 남은 옛 집을 지금도 찾습니다.

[김강희/피해 주민 : 또 어떻게 됐나 하고 들어와 봤지. 아유 마음 아프지 들여다보기도 싫어.]

혹시 남은 게 없나 잿더미를 뒤지는가 하면,

[이석봉/피해 주민 : 비료, 비료, 비료가 다 타가지고. 이게 비료가 탄 거잖아. 아까워서 지금 내가 가져가는 거예요.]

땅바닥에 주저 앉아 버리기도 합니다.

[김명곤/피해 주민 : 맨날 요새 술로 살아. 하룻밤에 여기를 수십 번을 왔다 가고. 여태까지 평생 벌어가지고 이 집 하나 짓고…]

강원도에 따르면 지난달 산불로 발생한 이재민 수는 1295명.

주택은 553개동이 부서졌습니다.

정부는 이 중 493개동의 복구비를 지원할 예정입니다.

확정된 정부지원금은 국민 성금 3000만원을 포함해 총 6300만원.

[정숭재/피해 주민 : 이런 집이었어요. 집 지은 지는 4년 됐어요. 집만 짓는데 1억5천이지, 빈집에다가 하나하나씩 갖춰야 되잖아.]

지자체가 추가 지원금을 투입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구체적 계획을 내놓지는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주민 대부분은 연수원, 리조트 등 임시 거처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마을에서 멀게는 차로 15분 거리에 있습니다.

[이달성/피해 주민 : 나가지 못하는 거, 그게 제일 나빠. 뭐라도 사 먹어야 되는데 차가 없으니.]

한 초등학교에 마련된 임시 대피소입니다.

일부 주민들은 1달 넘게 이곳에 머물며 천막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박민정/의료 자원봉사자 : 많이 불안정하시고 혈압도 없으셨던 분들도 올라서 오락가락 하시는 분들도 있으시고.]

약 30명의 주민들은 조립식 주택 등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는 이 곳을 떠나기 어렵다는 입장.

[노연우/피해 주민 : 지금 많이 잊혀져가요. 거의 다 이뤄져서 생활하는 줄 알고 있거든요. 그게 굉장히 서운하고 힘들고 그래요.]

중소기업이나 상인들의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속초시의 한 폐차장.

4000평 부지에 보관 중이던 차량 340여대와 엔진 430여개가 모두 타버렸습니다.

피해액은 약 30억원.

[김재진/폐차장 주인 : 재산을 여기다 다 갖다 쏟아부었기 때문에. 이게 뭐야 이게 전쟁터지 아우 진짜 너무 답답하고…]

직원만 40명이 넘었던 고성군의 한 건어물 공장도 마찬가지입니다.

[곽철신/건어물 공장 대표 : (피해액을)120억 신고를 했어요. 완전히 망했다고 생각이 드는데 정부에서 소외를 시키니까…]

강원도가 추산한 지역 상권의 피해 규모는 1400억 원에 달합니다.

하지만 융자 혜택 외에는 구체적인 지원계획은 없습니다.

[이원용/피해 주민 : 아직까지는 전혀 된 게 없는 것 같아요. 어쨌든 성금 모아주시는 국민들께 대단히 감사하고…]

지난달 정부 관계자들은 현장을 찾아 "지혜를 최대한 짜낼테니 걱정말라"고 말했습니다. 집과 일터를 잃은 사람들은 그 말을 믿고 1달 넘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은 정부가 응답해야 될 때입니다.

(인턴기자 : 곽윤아)

윤재영, 김장헌, 김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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