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여행+] 화려한 황금탑 지나면 거리거리 순박한 미소가…미얀마 양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미얀마인들의 성지 쉐다곤 파고다. [사진 제공 = 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림 속의 얼굴이 윙크를 날리고 있다. 꽉 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앙증맞은 표정. 어라, 자세히 보니 부처다. 입가에 잔잔히 번지는 염화시중 미소. 걸을 때마다 힐링의 기운이 퐁퐁 샘솟는 미얀마 양곤의 길가 상점에서 수백 번 마주치는 흔하디흔한 그림이다. 양곤은 이런 곳이다. 엄숙한 부처도, 폼잡는 불상도 이곳엔 없다. 그저 자비로운 도시, 격이 다른 부처가 인간과 어울려 섞이는 곳, 그래서 그저 미소짓게 되는 곳, 그곳이 양곤이다.

양곤의 심장 쉐다곤 파고다

양곤에선 무조건 찍어야 할 곳이 미얀마인들의 성지 쉐다곤 파고다다. 양곤의 이미지 하면 떠오르는 '황금빛 탑' 그곳이다. 미얀마어로 '쉐'는 황금, '다곤'은 언덕이다. 글자 그대로 언덕에 놓인 황금탑이다. 이 탑은 양곤의 상징이면서 심장이자 불교인들에겐 메카로 꼽힌다. 높이 무려 99.4m, 둘레만 426m. 거대한 황금탑 주변을 64개의 불탑이 에워싸고 있다. 다시 이 주변을 72개의 탑과 건물이 둘러싼다. 놀라운 건 또 있다. 이 황금 빛 외관이 실제 황금이라는 것. 기원전 2세기로 역사가 거슬러 올라가는 이 황금 주탑에 대해 미얀마 연대기는 이렇게 전한다.

'약 2500년 전, 부처님이 살아계실 때 인도와 미얀마를 오가며 장사를 하던 미얀마의 상인 형제가 부처님을 만나 꿀떡을 보시했다. 부처님은 그들에게 머리카락 8가닥을 주었고 그들은 귀중한 보물을 그들의 왕에게 바쳤다. 그 순간, 땅이 갈라지고 바다에서 바람이 불어 왔으며 때 아닌 히말라야의 나무들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다. 하늘에서는 보석들이 쏟아져 사람의 허리춤 높이까지 찼다. 왕은 백성들이 예불을 드릴 수 있게 언덕 한가운데에 탑을 세우고 부처님의 머리카락을 모셨다.'

처음부터 이 탑이 거대했던 건 아니다. 초기 높이는 고작 16m. 이후 왕들이 지속적으로 탑의 규모를 확장한다. 15세기 신소부여왕이 탑에 자신의 몸무게만큼의 금박을 입힌 게 최초다. 이후 왕조를 거치며 기부된 황금 무게만 6만㎏. 압권은 탑의 첨탑 쪽이다. 그 꼭대기는 총 5448개의 다이아몬드(1800캐럿), 2317개의 루비, 1065개의 금종, 420개의 은종이 감싸고 있다. 정말이지 아시아의 엘도라도라 불릴 만한 이곳. 한데 묘한 게 있다. 엄격하지 않다는 것, 그저 평범한 사찰 같은 분위기라는 거다. 일상에 섞인 부처의 자비처럼, 쉐다곤 파고다는 생활 속으로 파고든다. 탑 내부에서야 승려들이 수행을 하고 수양을 하지만, 연인들은 전혀 아랑곳않고 당당하게 경내에서 데이트를 즐긴다. 6만㎏ 황금을 곁에 두고 도시락도 까먹고 심지어 낮잠도 잔다. 심장이 쫄깃해져 황금을 탐하는 자? 입이 쩍 벌어져 있는 건 기자뿐이다.

'미얀마의 한강' 신세대 아지트 인야호수

매일경제

차우크탓지 파고다 대형 와불상, 양곤 시내 차이나타운에서 맛볼 수 있는 중국요리. (왼쪽부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쉐다곤 옆은 인공호인 칸도지 호수다. 양곤대학교 옆에 있는 칸도지 호수는 한국으로 치면 한강 같은 포인트. 신세대들이 모여드는 핫스폿이다. 노천바와 벤치가 즐비한 칸도지 호수 근처에는 아웅산 수지 여사가 연금됐던 가택이 있다. 칸도지 사이드가 고급 레스토랑이 모인 청담 분위기라면 건너편 인야 호수 사이드는 진정한 신세대들의 아지트다. 벤치에 앉아 편하게 기타를 퉁기는 시간을 즐기는 풍경이 일상적이다. 자세히 보면 특이한 게 있다. 바로 복장. 미얀마 남자들은 대부분 치마처럼 생긴 론지를 입고 있다. 여인들은 얼굴이 색다르다. 하얀 피부를 유지하기 위해 얼굴에 흰색 타네카를 바른다. 일견, 엄격해 보이지만 파격이 섞여 있는 게 또 양곤 복장이다. 대담한 신세대들은 민소매에 미니스커트를 걸친다.

양곤의 압구정은 사쿠라 타워다. 사쿠라 타워 20층에 있는 스카이라운지는 양곤의 패션리더들이 드나들며 밀담을 나눈다. 주말이면 공연도 열리는 별천지다. 이곳에서 슐레 파고다까지가 양곤의 최고 중심가다. 잊을 뻔했다. 한국인 여행족들은 당당히 어깨 펴고 걸으실 것. 양곤의 한류, 장난이 아니다. 현지 여성들에게 한국 남자들은 누구나 드라마 속 '원빈, 송승헌'처럼 비친다. 으쓱해져서, 염화시중 미소가 절로 나오는 곳, 그곳이 양곤이다.

양곤 가려면=미얀마의 중심이 2005년 11월까지 미얀마의 수도였던 양곤이다. 직항편이 있다. 대한항공이 인천~양곤 노선을 매일 운항한다.

골든타임은=미얀마의 4월 날씨는 한국의 한여름 수준. 5~9월이 우기다. 10~12월이 한국의 여름 날씨와 비슷하다. 미얀마는 근교 동남아시아 국가보다 여행 인프라가 덜 발달돼 있어 유의해야 한다. 미얀마 여행 골든타임은 10월부터 4월까지. 딱 이 기간이 건기다.

파고다 투어 주의사항=파고다 입장에는 엄격한 룰이 있다. 우선 양말과 신발은 탈착. 미리 벗기 편한 신발이나 슬리퍼가 좋다. 두 번째 주의사항은 남녀 구분 없이 어깨 무릎을 드러내고 입장하면 안 된다는 것. 특히 바닥에 앉을 때도 주의해야 할 게 있다. 다리를 죽 뻗는 행위는 결례. 특히 뻗은 다리가 불상을 향한다면 이는 매우 불경한 행동으로 오해받는다.

[신익수 여행·레저전문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