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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UCL·유로파 결승 모두 EPL팀인데…뿔난 英 환경운동가들 [월드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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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출 4팀 모두 EPL 소속에도 / 팬들 관전 위해 수천마일 이동 / 수만t 이산화탄소 배출 불가피 / 각국 기후변화 대응에도 역행

세계일보

다음달 초와 이달 말 각각 치러지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 결승전을 두고 영국 내 환경운동 진영에서 반발이 일고 있다. 결승에 오른 4개 팀이 모두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소속인데, 경기가 각각 스페인과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리는 까닭에 영국 서포터스들이 수만t의 이산화탄소를 방출해 가며 이동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11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녹색당 조너선 바틀리 공동대표는 “수천명의 팬을 비행기에 태우는 것은 환경에 해를 끼친다”며 “양쪽 결승전을 보러 이동하는 4만5000명의 팬들은 약 3만5490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제 UEFA가 더 좋은 결정을 해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영국 런던을 연고지로 둔 첼시와 아스널은 홈구장 간 거리가 8마일(12㎞)에 불과하지만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는 유로파리그 결승전 좌석을 6000석씩 배정받은 양팀 서포터스는 응원을 위해 약 2468마일(3971㎞) 떨어진 곳까지 날아가야 하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챔피언스리그 결승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모두 3만3226개의 좌석을 할당받은 리버풀과 토트넘 팬들은 현장에서 결승전을 관람하려면 스페인 마드리드로 이동해야 한다. 이는 장거리 여행에 따른 경기력 저하 우려, 숙박료·티켓값 폭증 등과 겹쳐 UEFA 행정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케빈 마일스 영국 축구 서포터스연맹 회장은 “회원국들이 골고루 이벤트를 열 수 있도록 하겠다는 UEFA의 바람은 이해하지만 이것은 명백한 부조리”라며 “같은 도시에서 동시에 수천마일을 이동해야 한다는 것은 엄청난 (비용·편익) 압박을 준다”고 말했다.

더욱이 UEFA는 유로컵 본선을 개최국 한두 곳에서 진행하던 전례와 달리 유로 2020은 11개국 12개 도시에서 분산 개최하기로 했다. 팬들의 이동 소요가 기본적으로 많아지는 데다 조별리그 성적에 따라 각국 대표팀의 16강전 개최 장소가 달라지기 때문에 막판 경기장 입장권·항공권 예매 전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기후변화위원회 권고에 따라 항공산업 규제 강화 검토에 나선 영국 등 각국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기조에 역행하는 결정이라는 지적이다.

유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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