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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조명… 밤엔 낮출수록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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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은 붙박이' 고정관념 깬 곽계녕 대표

공간의 개성 높여주는 디자인으로 차별화 "조명, 쉽고 친숙하게끔 계몽운동 하고파"

조선일보

/사진가 신경섭


"밤엔 밤처럼 살아보면 어떨까요."

지난달 30일 서울 원남동 라이마스(LIMAS) 전시장에서 곽계녕(36) 대표가 말했다. 한국의 주택, 특히 아파트의 실내 조명은 어떤 미감(美感)도 없이 어둠을 대낮처럼 밝히고 있을 뿐이란 얘기였다. 라이마스는 인테리어에서 조명의 위상이 높아지는 최근의 흐름 속에서 디자인으로 차별화에 성공한 대표적 조명기구 회사다. 2014년 국립현대미술관 젊은건축가 프로그램 우승작 '신선놀음'의 조명 조언을 맡았고 제주시 카카오 본사 '스페이스닷원'을 비롯해 건축계에서 주목받았던 건물의 조명도 디자인했다.

라이마스 디자인을 이끄는 곽 대표는 아버지가 1973년 창업한 삼일조명을 지난 2010년에 이어받았다. 여기저기서 들어본 듯한 이름 '삼일(SAMIL)'의 철자를 뒤집어 라이마스 브랜드를 만들고, 적자에 빠진 회사를 일으켜 세웠다. 건축과 출신인 그는 조명의 변화를 실내 공간의 변화와 함께 바라봤다. "1970년대에 천장 높은 단독주택의 등장으로 샹들리에가 유행했습니다. 아파트 시대에 이게 납작한 '방등' '거실등'으로 대체됐죠." 이때 중요한 것은 오직 밝기였다. 밤에 밤처럼 살자는 말은 그 밝음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자는 의미다. "밤에는 조금 어두워야 분위기가 좋습니다. 납작한 천장등 대신 불빛이 직접 비치지 않는 간접 조명을 쓰거나 실내 곳곳에 스탠드를 놓아 보세요. 밝기 차이가 생기면서 밋밋했던 공간에 입체감이 살아납니다."

조선일보

서울 원남동 라이마스 전시장에서 둥근 공 모양 조명등을 들어 보이는 곽계녕 대표.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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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카페 등 개성 있는 공간이 많아지면서 조명의 장식성도 다시 살아나는 추세다. 그러나 조명을 취향대로 바꾼다는 생각이 가정에서는 아직 낯설다. 곽 대표는 "공사할 때 걸리적거린다며 천장에 바짝 붙여 달아놓은 식탁등을 알맞은 높이로 내리지 않고 그대로 쓰는 집도 많다"고 했다. 조명은 붙박이라는 생각이 그만큼 공고하다.

그런 고정관념을 깨는 데도 디자인 감각을 할애했다. 제품에 설명서를 넣었다. 곽 대표는 "전에는 '설치 기사가 다 해주기 때문에' 조명은 설명서가 필요 없다고 여겨졌다"고 했다. 주력 제품인 펜던트(천장에서 늘어뜨린 조명·상단 작은 사진)는 웹사이트를 통해 '완성도'를 제공한다. 예컨대 4인용 식탁 위에 설치하면 비례가 어떻게 되는지, 빛은 어느 방향으로 퍼져나가는지 건축물의 도면처럼 보여준다. 천장 마감재에 따른 조명 설치 방법은 동영상으로 찍어 웹사이트에 올린다.

이를 통해 곽 대표는 "조명 계몽운동을 하고 싶다"고 했다. 사람들이 조명을 쉽고 친숙하게 느끼도록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계몽(enlightenment)의 어원은 '빛을 비추는 일'이었다는 점에서 조명 디자이너다운 단어 선택이었다.

[채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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