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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내년 한미 방위비 협상 증액요구 더욱 거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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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2001년부터 4년간 주한 미국대사를 역임한 바 있는 토머스 허버드 코리아소사이어티 선임이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 계속 방위비 증강을 요구할 것으로 보여 한국은 내년 이후 미국과 방위비 협상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버드 선임이사는 지난 7일 매일경제를 방문해 진행한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 방위비 분담과 연계해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가 자국의 안전을 위해 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다고 강조한 만큼 앞으로 계속 방위비 증액을 요구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우리나라는 올해 방위비 분담금으로 1조389억원을 지불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지난해(9602억원)보다 800억여 원이나 늘어난 수준이다. 하지만 내년 이후 적용될 분담금은 또다시 협상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미국의 인상 압박이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허버드 선임이사는 "사드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가 방위비 절감 차원에서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비용을 추가로 요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를 쏘아 올린 것을 기점으로 북한과 미국 간 긴장감이 높아진 것에 대해 허버드 선임이사는 비핵화 협상 앞날이 마냥 밝지만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 4일 북한 발사에 대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스스로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 보려는 것 같다"면서 "과거에 북한과 미국 간 대화와 관련해 몇 번의 기회가 있었고 조지 H W 부시 행정부 이후 중단됐는데 북한의 이런 시도는 또 한번 역사적 교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과 미국 간 대화가 잘 진행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허버드 선임이사는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의 역할을 지목했다. 그는 "하노이 미·북정상회담에서 보면 볼턴 보좌관이 불쑥 끼어들어서(jumped in) 회담 결렬에 영향을 준 듯하다"면서 "볼턴 보좌관은 심각하게 위험한 인물이다. 불행히도 그가 트럼프 대통령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허버드 선임이사는 대표적인 지한파 인사로 대북 협상과 관련해서는 '대화파'로 분류된다. 그는 2018년 싱가포르 1차 미·북정상회담을 하기 두 달여 전 핀란드 헬싱키로 가서 3월 20~21일 열린 남·북·미 '1.5트랙 회의'(민관 협동 만남)에 참석했고 이후 "북한 측이 미국과 관계 개선을 원하지만, 비핵화 준비가 됐다는 신호는 주지 않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트럼프 정부가 각국을 상대로 문제 삼는 '무역 불균형'(미국 무역 적자 누적)에 대해 허버드 선임이사는 "2년 새 한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적자가 줄어드는 추세지만 여전히 미국 입장에서는 적자인 상황"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셰일가스 개발을 중시하는데 한국이 셰일가스 투자·수입을 늘리기를 원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 정부 차원에서 화학·에너지 투자에 관심이 많아 롯데케미칼이 작년 앨라배마 석유화학공장 증설에 이어 루이지애나에서 셰일가스 공장 준공(9일)을 앞두고 있는 것은 양국 관계에 긍정적 요소"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 내 민주당을 중심으로 떠오른 이른바 '민주적 사회주의'에 대해 허버드 선임이사는 "나는 민주당원이다. 하지만 민주당 내 의견은 여러 가지인데 사회주의 논의가 부각된 건 트럼프 정부 2기 들어 상황이 더 나빠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리더인 버니 샌더스·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같은 사람들이 주장하는 사회주의로 기우는 것은 걱정된다"고 말했다.

미국 경제지표가 긍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이 50%를 향해 갈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이른바 레드넥(redneck·미국 내 소득과 교육 수준이 낮은 보수 성향 백인 농민·노동 계층을 이르는 말)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이지만 다수는 그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워싱턴DC 정계와 한국 간에 더 많은 교류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아소사이어티는 '남북한 분단시대' 초기인 1957년 한국과 미국 간 우호관계를 다지자는 당시 제임스 밴 플리트 장군의 제안에 따라 만들어진 비영리단체다.

[김인오 기자 / 사진 =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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