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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신도시 이모저모

'도심권 30분내 접근 가능' 3기신도시…서울 집값 잡는 카드 vs 수도권 미분양 무덤 양산 [김현주의 일상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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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수도권 3기신도시 퍼즐 완성…수도권 집값 안정에 일정 부분 도움될 듯 / 대규모 주택공급 통해 투기수요 기대심리 낮추는데 초점 / 서울 집값 폭등 가능성 낮아 / 신도시 연계 광역교통체계, 인프라 조성은 과제 / 어느 하나라도 차질 생길 경우 신도시 교통망 완성에 찬물

정부는 금일(7일) 경기 고양시 창릉동과 부천시 오정구 대장동 일대에 수도권 제3기 신도시를 만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9월, 수도권 신규 택지에 30만 가구를 짓겠다고 약속했던 '수도권 30만 가구 주택공급 계획'의 후속 조치인데요.

수도권에 신도시를 조성해 20만 가구를 짓고, 신규 중소 택지에 10만 가구를 건설하겠다는 것이 당시 정부가 내놓은 수도권 주택공급 방안의 핵심입니다. 기존까지 19만 가구 입지가 나왔고, 나머지 11만 가구 입지가 이번에 공개된 것입니다.

오늘 새로 발표된 두 곳을 더하면 1만 가구 이상 규모의 3기 신도시는 총 5곳에 이릅니다. 여기에 과천시(과천동)를 포함하면 3기 신도시에서 18만 가구가 공급되는 셈입니다.

이같은 3기 신도시 조성은 수도권 집값 안정에 일정 부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8.2 부동산 대책은 알려진 대로 다주택자 투기수요 억제를 타깃으로 했다면, 신도시 조성은 대규모 주택공급을 통해 투기수요 기대심리를 낮추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강력한 정책이 발표되고 세부 추진계획까지 나온 상태라 앞으로 서울 집값이 폭등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는 게 업계의 중론입니다.

이제 최대의 관심사는 신도시 연계 광역교통체계, 인프라 조성입니다. 광역교통 체계의 핵심은 철도인데, 보통 철도는 많은 예산이 들고 복잡한 행정절차를 수반하는 데다 건설 기간도 길어 어느 하나라도 차질이 빚어질 경우 신도시 교통망 완성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교통, 인프라 조성 계획에 빈틈이 생기지 않도록 세부추진 방안을 당국과 지방자체단체가 꼼꼼히 챙겨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세계일보

7일 오전 경기 부천시 대장동 3기신도시 대상 부지에서 농부들이 농사를 짓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지난해 부동산 급등 대책으로 내놓은 '수도권 30만가구 주택 공급' 계획이 7일 고양 창릉, 부천 대장 2개 신도시 발표와 함께 전체 윤곽을 드러냈습니다.

3기 신도시는 작년말 발표된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3개 지구와 함께 모두 5곳으로 늘어났는데요. 정부가 예정한 30만가구 가운데 1·2차 택지지구 발표를 통해 19만가구의 공급 계획이 공개됐는데 이번에 나머지 11만가구에 대한 3차 택지 계획이 확정된 것입니다.

당초 예상보다 이른 발표에 대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보안 등의 문제"라고 설명했지만, 최근 서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다시 부동산 가격이 꿈틀거리자 '공급 확대를 통한 시장 안정' 의지를 서둘러 강조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수도권 주택공급 늘려 서울 집값 안정화하겠다는 정부

앞서 정부는 지난해 9월 주택시장이 과열되자 수도권 택지에 30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내용의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9월 1차(3만5000가구)에 이어 12월 2차(15만5000가구) 발표까지 지난해 모두 19만 가구의 주택 공급 계획이 공개됐고, 이날 3차 택지 발표를 통해 마침내 나머지 11만가구 위치 등이 확정됐는데요.

수도권 주택 공급 계획의 핵심인 1만 가구 이상 규모의 3기 신도시 입지는 남양주 왕숙(6만6000가구), 하남 교산(3만2000가구), 인천 계양 테크노밸리(1만7000가구)에 이어 이번에 고양 덕양구 창릉(3만8000가구), 부천시 대장동(2만가구)까지 더해지면서 모두 5곳으로 늘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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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신도시가 들어설 고양 창릉지구. 연합뉴스


특히 이번 3차 택지 계획에는 대규모 신도시뿐 아니라 서울의 '자투리 땅'(중소규모 택지) 19곳을 포함해 경기·인천 등까지 모두 81곳의 중소규모 택지 개발 내용도 포함됐는데요.

최대한 많은 땅을 확보, 수도권 주택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정부는 이날 발표된 신도시 등 신규 택지에 대한 투기를 막기 위해 대규모 공공택지와 주변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 개발 예정지와 인근 지역의 집·토지 가격과 거래량을 살펴 투기가 우려되면 관계기관 '합동 투기 단속반'도 운영할 계획입니다.

◆국토부 "교통 대책 조기 추진…서울 접근성 높일 것"

이번 3차 수도권 택지 발표에서 두드러지는 점은 지하철 신설을 포함, 대대적 교통 대책이 이미 마련됐다는 점입니다.

앞선 1·2기 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교통 인프라 구축이 늦거나 부족해 신도시 주민들의 불편과 불만이 컸던 점을 반영,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를 중심으로 선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해석됩니다.

김 장관도 이날 신도시 개발 방향의 첫번째 원칙으로 '서울 도심권 30분내 접근 가능'을 꼽을 정도였는데요.

그는 "고양 창릉, 부천 대장은 서울로의 접근성이 좋은 곳"이라며 "지하철 신설과 연장, S(슈퍼)-BRT(간선급행버스체계) 등 교통 대책을 조기 추진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세계일보

고양 창릉 지구 교통 대책으로는 우선 새절역(6호선·서부선)부터 고양시청까지 14.5㎞ 길이의 '고양선(가칭)' 지하철이 신설되며, 화전역(경의중앙선)과 고양시청역 등 7개 지하철 신설 역은 BRT(간선급행버스체계)로 연결됩니다.

교통 체계가 확충되면 여의도에서 25분(서부선 이용), 용산에서 25분(경의중앙선), 서울 강남에서 30분(GTX) 정도면 고양 창릉 지구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입니다.

부천 대장의 경우 김포공항역(공항철도, 5·9호선, 대곡소사선)과 부천종합운동장역(7호선, 대곡소사선, GTX-B 예정)을 잇는 총연장 17.3㎞의 슈퍼-BRT가 설치되는데요. 청라 BRT를 슈퍼-BRT와 연계해 부천종합운동장역·김포공항역과 바로 연결하는 공사도 진행됩니다.

부천 대장 지구로부터 서울역까지 교통(슈퍼-BRT→GTX-B) 소요 시간은 30분, 여의도까지는 25분 정도가 될 것으로 당국은 내다보고 있습니다.

◆부천 '맑음' vs 검단 '흐림'

이번 발표에 부천시는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2기 신도시인 인근 검단 지역에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장덕천 부천시장은 7일 "이번 신도시 지정을 계기로 부천이 영상문화산업단지와 함께 첨단산업 중심의 창조산업 허브 도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장 시장은 "산업·문화·주거가 공존하는 친환경 명품 자족 신도시 건설을 위해 사업계획 초기 단계부터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는데요.

그러나 부천 대장지구에서 약 8km 떨어진 인천 서구 검단신도시에서는 "3기 신도시 사업으로 인해 기존 신도시의 교통·교육 인프라 확충 속도가 지연될 수 있다"며 우려 섞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검단신도시 주민들은 인접 지역에 상대적으로 입지여건이 좋은 신도시가 추가로 조성되면서 기존 신도시가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걱정하는 모습입니다.

대장지구 외에도 검단신도시와 인접한 인천시 계양구에서는 이미 1만6500가구 규모의 3기 신도시 계양테크노밸리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데요.

검단주민총연합회 측은 "검단신도시 사업이 지난해 어렵사리 첫 삽을 떴으나 미분양 사태가 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로 인접 지역에 3기 신도시 계획을 내놨다"며 "검단신도시가 미분양의 늪으로 빠져서 헤어나올 수 없는 상태가 될 것 같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실망이 크다"고 우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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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신도시 대상지로 선정된 부천 대장동. 연합뉴스


지역 부동산 업계도 3기 신도시 추가 조성에 따라 7만 가구 규모 검단신도시에서 발생하고 있는 미분양 물량이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는데요.

최근 검단신도시에서 분양한 한 단지는 등은 1순위에서 대거 미달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인천 북부 지역에는 검단신도시 이외에도 검암역세권 개발과 민간주도의 도시개발 사업 등이 잇따라 진행되고 있어 공급 과잉 문제가 심각하다"며 "3기 신도시로 추가로 3만7000가구가 공급될 경우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경기 고양시에 3기 신도시가 들어오는 것을 반대해 온 파주시 운정신도시 주민들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운정신도시 주민들은 2기 신도시인 운정이 제대로 된 자족기능 및 광역교통 대책도 없이 소외되고 베드타운으로 전락한 가운데 서울과 운정 사이 3기 신도시를 지정하면 하우스푸어가 많은 경기북부 1·2기 신도시(일산·운정) 주민이 최대 피해자로 전락할 것이라고 주장해 왔는데요.

이에 운정신도시 주민들은 지난해 3기 신도시 정책 반대 집회와 함께 청와대 국민청원 운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광명·시흥인줄 알았는데…후보지 '철통 보안' 유지됐던 까닭은?

한편 이날 오전 10시 발표 시점까지 고양 창릉과 부천 대장 선정 사실을 예측한 사람은 사실상 거의 없었습니다.

그만큼 정부가 이번 입지를 극비 사안으로서 '철통 보안'을 유지했다는 뜻입니다. 전날까지만 해도 주요 언론에서는 광명·시흥 등을 유력 후보지라고 확정적으로 거론했을 정도입니다.

지난해 말 이후 지방자치단체와 수차례 협의를 거쳤음에도 중앙정부나 지자체 어느 곳에서도 입지 정보가 새어나가지 않은 것은 지난달 30일 공포된 '개정 공공주택 특별법'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입니다.

개정 특별법은 공공주택 지구 지정 등과 관련된 기관·업체 종사자는 관련 정보를 주택지구 지정 또는 지정 제안 목적 외로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누설할 경우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번 발표의 '성공적 보안'은 지난해 하반기 신도시 등 수도권 택지 발표를 전후로 잇따라 불거진 '유출 논란'과 비교하면 사뭇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김 장관은 이날 발표에서 "지난해 말 두번째 발표(2차 택지 발표) 이후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가 순조롭게 진행됐고, 늦추는 것보다 빨리하는 것이 보안 문제 등을 고려할 때 나을 것 같았다"며 비밀 유지에 최선을 다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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