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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10>삼성은 시스템반도체로 다시 날개를 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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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방문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정부가 시스템반도체 사업에 적극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한국 경제의 다급함과 급락하는 메모리반도체 실적이 성사시킨 대통령과 대기업의 만남이었다. 우리나라 수출 비중의 20%를 차지하고 경제 기여도 1위 메모리반도체 산업 위기를 예견한 정부와 삼성의 의기가 투합했기 때문이다.

삼성은 향후 10년 동안 연구개발 및 시설 확장에 133조원을 투자하고, 중소기업과 상생하는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의 '반도체 비전 2030'을 선포했다. 시스템반도체 분야 일등을 노리는 삼성에 거는 국민의 기대가 크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과 기업의 막대한 투자가 성공의 충분조건은 아니다. 이미 축적된 경험과 기술로 무장한 퀄컴, 인텔, 소니 등 글로벌 강자가 메모리반도체의 2배가 넘는 시장에서 점유율 3%에 불과한 삼성을 압박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시스템반도체 분야 경쟁력은 1만여개에 달하는 다양한 처리장치의 설계 능력과 많은 응용 분야에 특화된 기능 구현이다. 메모리반도체가 요구하는 단일 목적의 설계 능력과는 다르다. 다양한 알고리즘과 기능 추가, 용이한 수정이 강점인 소프트웨어 없이는 승산이 없다. 자동차, 의료기기, 스마트팩토리 등 응용 분야에 특화된 시스템반도체는 차별화된 최적화 기술과 기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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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시스템반도체 산업은 중소 전문기업과 상생이 필수다. 다양한 반도체설계(팹리스)와 창의적 아이디어가 생명이기 때문이다. 획일화되고 일관성을 중요시하는 대기업 문화에서 시스템반도체사업의 성공이 어려운 이유는 아이디어의 창출, 설계와 구현이 성공과 실패를 계속하기 때문이다. 혹시나 삼성이 직접 팹리스 사업에 뛰어들어 중소기업의 인재 1만5000명을 탈취하는 일은 기우가 되기를 바란다.

시스템반도체 최대 강국인 미국은 정부, 기업, 연구소, 대학의 협력이 산업을 이끌어가고 있다. 우리도 반도체 주관부처인 산업자원통상부와 소프트웨어를 담당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 우선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어야 한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상생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대학과 연구소가 원천 기술 개발에 힘을 보태야 한다. 대기업이나 정부가 '나 만의 행진'을 계속해서는 곤란하다.

시스템반도체 산업의 성공도 중요하지만, 국가 산업 편중을 피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종합반도체 국가가 실현되면 우리나라 경제의 반도체 의존도는 30%를 상회하게 된다. 여타 산업을 육성하지 않고 반도체에만 몰두하면 산업 하나의 붕괴로 국가가 동반 침몰할 수도 있다. 통신기기 생산업체인 노키아의 몰락으로 어려움을 겪은 핀란드가 준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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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메모리반도체와 스마트폰으로 우리나라 경제를 견인해온 세계 일등 기업이다. 그러나 일등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마냥 곱지만은 않다. 협력업체와 갈등과 이익의 사회 환원 결핍으로 매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일등은 재벌기업이나 총수기업이 아닌 국민의 사랑을 받는 새로운 모습이기를 기대한다. 다행히 이재용 삼성부회장은 “시스템반도체 산업의 성공을 위해 사람과 기술에 대한 투자 강화, 산업 생태계 조성,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늘 잊지 않겠다”고 했다.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도전의 힘'이라는 그의 믿음이 진실이기를 기대한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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