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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쪼개기 알바 선호하는 日대학생, 풀타임 원하는 유학생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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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日 아르바이트 시장 / 일손 부족에 외국인 근로자 활용… 재류자격 '특정 기능' 신설도

세계일보

유학생이 손님을 응대하고 있다. 사진= 아사히신문


일본 아르바이트 시장이 변화하고 있다. 일본 청년들이 취업을 위해 자리를 비우자 외국인 유학생들이 그 자리를 채우는 모습이다. 일본 청년들이 아르바이트에 손을 떼는 배경으로 사생활을 중시하는 분위기나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에서 취업문이 넓어진 것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기 아르바이트도 일손 부족…쪼개기 알바 선호하는 日대학생

최근 일본 경제신문(닛케이비즈니스) 보도에 따르면 얼마 전까지 인기 아르바이트로 손꼽히던 학원 강사와 기업 사무직에 구인난이 일면서 관련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 학생 지원기구가 조사한 ‘학생 생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원 강사로 일하는 대학생은 2004년 16.5%에 달했지만 최근 몇 년간 12% 이하를 맴돌고 있다. 사무직 역시 2004년보다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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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직 구인 공고. 시급으로 약 1만 5600원을 제시하지만 대학생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사진=아르바이트 구인공고 캡처


강사, 사무직 아르바이트는 근무 시간과 근무일이 길고 고정돼 과거에는 ‘안정적인 아르바이트’로 손꼽혔다. 하지만 취업기회가 확대된 요즘은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 자리보다 더 나은 직장을 얻기 위해 취업 준비에 매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강사 일을 그만둔 한 대학생은 “취업 활동이 시작되면 매일 일할 수 없게 된다”며 “강사는 수업 일수가 정해져 취업 활동에 지장이 따른다”고 말했다.

강사로 일했던 또다른 대학생은 “처음에는 주 1일 근무로 계약했지만 회사에서 ‘일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근무일을 늘려 그만두게 됐다”며 “아르바이트는 잠시 거쳐 가는 일이지만 취업은 평생을 좌우한다. 취업에 더 많은 비중을 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오비린대학 종합연구기구 코바야시 마사유키 교수는 “요즘 학생들은 1~2학년부터 시작되는 취업활동을 비롯해 수업, 동아리, 자격증 취득, 모임 등으로 윗세대보다 바쁜 일상을 보낸다”며 “그래서 시간적으로 융통성 있는 아르바이트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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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아르바이트 선호가 달라지자 복장규정을 없애는 등 다양한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사진=아르바이트 구인공고 캡처


◆아르바이트도 취업에 도움 되는 직종 선호

요즘 일본 대학생에게 있기 있는 아르바이트는 ‘프로그래밍 관련’과 ‘마케팅’ 직종이다. 일부는 학창시절부터 키운 관심사를 아르바이트에 접목해 특별한 이력을 만들기도 한다.

하라타 요헤이 차세대생활연구소 소장은 “아르바이트 대신 인턴을 선택하는 학생도 있는 등 가치관이 다양화하고 있다”며 “학생들의 취업활동 비중이 높아지면서 아르바이트 시간이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경력 아르바이트를 소개하는 업체의 한 관계자는 “우수한 학생일수록 취업에 유리한 전문기술을 배우거나 체험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선택한다”며 “기업도 경력 있는 인재를 선호하고 가점을 주고 있어 아르바이트 시장에 변화를 부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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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아르바이트 선호가 달라지자 주 1일 4시간 근무 등 근무에 유연성을 띄고 있다. 또 급여도 시급 약 2만 1900원으로 끌어 올리며 알바를 구하고 있다. 사진=아르바이트 구인공고 캡처


◆외국인 유학생은 풀타임 아르바이트에 몰려…‘특정 기능’ 시험 1000명 응시

반면 외국인 유학생들은 생활비와 학비 마련을 위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풀타임 아르바이트나 정규직을 원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외국인 근로자를 활용한 일손 부족 해소를 위해 지난 4월 재류자격 ‘특정 기능’을 신설했다.

얼마전 일본 도쿄와 오사카시에서 처음 치러진 ‘특정 기능 중 외식업 능력 시험’에는 외국인 유학생 1000명이 응시했다. 시험은 접객과 조리, 위생관리, 경어, 불만 대응, 식품 알레르기 등과 관련한 문제가 나왔다.

한 이자카야(일본식 선술집) 체인점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베트남인 유학생은 “사장 권유로 시험에 응시했다”며 “합격하면 일본 내 취업이 보장된다. 일본에 살며 안정적으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 중국인 유학생은 “일본에서 공부하려면 안정적인 일자리가 필요하다”며 “시험이 다소 어렵지만 자격을 취득하면 학생비자 만료 후에도 일본에 남아 일할 수 있어서 꼭 합격하고 싶다”고 말했다.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몰리고 추가 시험을 요구하는 업계가 늘면서 일본 농림수산성은 올해에만 3∼4차례 전국 각지에서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일본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일손 부족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수입해 사용하는 시대가 됐다”며 “아르바이트 직원을 구하려고 시급을 무한정 높일 수도 없고, 시급을 높인다고 사람 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외국인 노동자에게 관련 교육과 일할 수 있는 자격을 취득케 해 활용하면 일손 부족 문제를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을 거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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