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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햇살에 취하고 유구한 역사에 빠지다 [박윤정의 원더풀 터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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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안탈리아 갈레이치 / 고성·요새 의미하는 ‘케일 안’ 이름서 유래 / 말굽 모양 성벽으로 둘러싸인 ‘올드 타운’ / 도시 곳곳에 모스크 고풍스런 느낌 물씬 / 골프클럽 ‘우후죽순’ “순수함 간직하기를”

세계일보

항구 풍경. 성벽 하나는 해안선과 내륙을 따라 서 있고 또 다른 하나는 정착지를 분리하기 위해 지어졌다. 외벽을 따라 50피트 정도마다 타워가 세워져 있다.


따뜻한 햇살이 창을 넘어 침대 끝자락에 앉는다. 눈을 뜨고 창밖을 내다보니 옥빛 바다와 하얗게 반짝이는 해변이 펼쳐져 있다.

해안선 뒤로는 푸르름을 자랑하는 숲이 병풍처럼 해변을 둘러싸고 있다.

그림같이 펼쳐진 안탈리아의 아침이 여행의 피곤함을 한꺼번에 몰아내는 듯하다. 간단한 세안을 마치고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내려갔다.

어느 식당으로 가야 할지 고민하다 뷔페식당 창가자리에 앉아 따스한 햇살과 함께 커피를 나누며 하루를 시작한다.

오전 시간은 벨레크의 자랑이라는 골프코스를 경험해보기로 했다. 골프 장비를 가져오지 않았지만 객실에서 내려다보이는 멋진 골프코스의 유혹을 외면하기 어려웠다.

클럽하우스로 내려가 클럽과 장비를 대여하고 산책하듯 페어웨이를 밝는다.

벨레크에는 모두 14개의 골프코스가 있다. 남쪽으로 지중해와 북쪽으로 토러스 산맥이 펼쳐져 있는 골프코스 대부분이 호텔에서 10분 거리에 모여 있다. 세계적인 골프 잡지들에서 유럽 최고 골프 휴양지로 선정될 만큼 모든 골프코스 상태도 최상으로 관리되고 있다.

터키는 실제 골프인구가 매우 적은 국가이다. 유럽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1994년 내셔널 골프클럽을 시작으로 벨레크지역에 적극적으로 골프장을 건설하기 시작한 것이 지금은 14개에 이른다. 전국 골프장 절반 이상이 이곳에 모여 있고, 앞으로도 10여개의 골프장이 추가로 건설될 것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한겨울에도 10도 이상의 포근한 날씨를 유지하기 때문에 북유럽과 영국, 독일 등 겨울에 골프 치기 어려운 나라의 마니아들을 유혹하고 있다.

하루 세끼 식사와 주류를 포함한 기본적인 음료가 제공되는 올인클루시브 시스템은 골프장까지 이어진다. 클럽하우스 식사와 이동식 그늘집마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니 휴양객들에게는 제격이다.

싱그러운 페어웨이를 밟으며 산책하는 기분으로 라운딩과 점심식사를 마친 후, 식당에서 바나나와 사과를 들고 안탈리아 시내 관광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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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과일과 주스를 판매하는 노점. 과거로의 여행을 시작하기 전 관광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유서 깊은 구시가지, 칼레이치에서 미로 같은 골목길을 거닐며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떠난다. 칼레이치는 터키 안탈리아의 역사적인 중심 도시이다. 성이나 요새 안을 의미하는 ‘이너 칼레(Inner Kale)’이라는 이름에서 유래했으며 말발굽 모양의 두 개의 성벽에 의해 감싸여 있었다. 하나는 해안선과 내륙을 따라 서 있고 또 다른 하나는 정착지를 분리하기 위해 지어진 성벽으로 외벽을 따라 50피트 정도마다 타워가 세워져 있다. 로마인들이 헬레니즘의 토대를 건설했던 고대 시대부터 쌓인 성벽은 이후 셀주크들에 의해 넓어지고 수리되었다고 한다. 로마, 비잔틴, 셀주크, 오스만, 그리고 현대 터키 공화주의 시대의 건축물까지 한데 어우러져 있다. 고대의 흔적들이 담긴 성벽을 따라 걸으며 건물들에 스며 있는 역사의 숨결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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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이나 요새를 의미하는 ‘이너 칼레(성 안)’이라는 이름에서 유래한 칼레이치의 전망대. 도시는 말발굽 모양의 두 개의 성벽에 의해 감싸여 있었다. 로마, 비잔틴, 셀주크, 오스만, 그리고 현대 터키 공화주의 시대의 건축물까지 한데 어우러져 있다.


옛집들 특징은 단순히 건축에 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오랜 세월 동안 사회적 생활, 관습, 습관을 반영하여 그 시대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해 준다. 안탈리아 박물관에서는 역사의 변화와 시대에 따른 안탈리아 사람들의 생활상까지 잘 전시되어 있었다. 터키 최고 박물관 중 하나로 1988년에는 유럽 평의회의 ‘올해의 박물관상’을 받았다고 한다. 여행지마다 박물관을 꼭 들르는 이유는 유적지를 찾고 이해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물관을 나와, 로마황제 하드리아누스의 안탈리아 방문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명예의 문에 들어섰다. 아치 왼쪽 정면의 탑은 로마시대에 속하는 반면, 오른쪽에 있는 탑은 비문으로 알 수 있듯이 셀주크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명예의 문을 지나 항구까지 이어진 좁은 길을 걷는다. 모스크의 부수 건물로, 예배 시간 공지(아잔)를 할 때 사용되는 탑인 미나레트가 눈에 띈다. 길 따라 걸으니 요트 항구에 위치한 매우 작고 예쁜 이스켈레 모스크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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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곳곳에 다양한 미나레트와 모스크들이 세월의 흔적을 담고 있다. 아름다운 고목들 가까이 있는 카라알리오을루 공원을 지나 요새의 남쪽 모퉁이에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자리 잡고 있는 흐드를리크 타워로 향했다. 아마도 이 자리에서 오랜 시간 동안 항구의 등대 역할을 하며 역사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잠시 눈부신 햇살과 풍광에 어지러움을 느껴 공원에 있는 카페에서 전통적인 차 한 잔을 즐기기로 했다. 차 한 잔의 향에 취해 점점 더 항구의 매력에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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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햇살과 풍광을 즐길 수 있는 카페들. 전통차 한 잔을 즐기며 항구의 매력에 흠뻑 빠져든다.


천혜의 자연풍경에 둘러싸인 채 오랜 역사의 유적이 가득한 안탈리아를 둘러보며, 이곳을 찾았던 많은 예술가가 깊은 예술적 영감을 받았었다는 말이 이해된다. 자연에서 받은 경외감이 많은 신화와 전설과 어우러져 예술로 승화되었으리라.

하지만 인기만큼이나 난개발이 우려되기도 했다. 소나무 옷을 입은 토러스 산맥이 맑은 바다로 흘러드는 듯한 터키 관광 수도 안탈리아! 자연이 선물한 환경을 개발하여 현재는 600㎞가 넘는 해안에 약 1000개의 특급 호텔이 자리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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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가에는 연중 300일 동안 햇볕이 내린다. 관광객들은 일광욕, 수영, 수상 스포츠, 요트, 등산을 하며 여유를 즐긴다.


연중 300일 동안 햇볕이 내리는 이 지역이 일광욕, 수영, 수상 스포츠, 요트, 트레킹, 등산, 골프의 천국이 된다 할지라도 개발 이전의 아름다움이 남아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오늘날 거주하는 터키 전통 가옥의 많은 집이 수공예품과 민속 예술품을 파는 부티크 상점과 호텔, 식당으로 개조되었고 현재에도 안탈리아 자치주에 의해 대대적인 개발 작업이 진행되는 것을 바라보며 이 따스한 햇살이 변함없기를 마음속으로 바란다.

박윤정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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