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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막히다, 이땅의 역사" 30만년을 두고 흐르는 연천 대하(大河)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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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만년 역사가 흐르는 땅 연천. 당포성은 이 땅의 주인임을 먼저 자처한 고구려가 6세기 세운 성이다.



[연천=글·사진 | 스포츠서울 이우석 전문기자] “기막히다, 이땅의 역사.” 30만년을 두고 흐르는 연천 대하(大河)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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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만년 세월이 빚어낸 풍경, 연천 재인폭포.



#30만년 전 직립원인은 고민했다. 둥근 자갈이 우연히 깨져 제법 날카로운 단면을 드러냈다. 가죽도 고기도 자를 수 있었다. 한쪽 면이 더 있었으면 좋겠는데…,더 뾰족했으면 찍을 수도 있을텐데…. 머릿속에 물방울 모양이 떠올랐다. 일부러 다른 돌에 던지고 두드려 생각한 대로 만들어보기로 작정했다. 어차피 두손이 남는데.(그는 일어서는 인간,호모 에렉투스였다) 쉽진 않았다. 아예 깨져버리거나 쥐기 어렵게 될 때도 있었다. 수백 차례 시도한 끝에 하나를 완성했다. 생각한 그대로다. 호모 사피엔스(생각하는 인간)이기도 했던 그는 계속 돌을 깨며 익숙해졌다. 비로소 호모 파베르(도구의 인간)가 출현했다. 가족에게도 알려줬다. 전세계에서 가장 진보한 기술이던 ‘애슐리안 주먹도끼’는 학습되며 비로소 문명이 생겨났다. 구석기 전곡리에서의 어느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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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 이성계는 숭의전을 세워 고려 왕과 충신을 기렸다.



#918년 봄 왕건은 고민했다. ‘신하된 도리로 어찌 왕을 죽일까?’ 송악(개성)성주이자 대장군이었던 왕건은 궁예의 태봉 동주산성으로 가는 임진강변에 이미 군사를 끌고 왔다. 신숭겸 홍유 복사귀 배현경 등이 포악한 군주 궁예에 맞서 왕건을 왕으로 추대한 것. 드디어 왕건은 결단을 내리고 동주산성으로 향했다. 북문을 통해 피신한 궁예는 평강 쪽으로 도주했으나 백성들에 손에 죽고 만다. 연천은 개성에서 철원으로, 또 서울로 가는 내륙의 길목이었다. 훗날 조선을 세운 이성계는 숭의전을 세워 고려 왕조를 기리도록 했다.

#935년 김부(金傅)는 고민했다. 그가 간신히 쥐고만있던 나라 신라는 천년의 영화가 무색하도록 비쓸했다. 후백제와 고려에 맞서 항전과 항복의 기로에 섰다. 김부는 망국의 운명을 고려에 대한 항복으로 택했다. 이로써 천년을 이어온 신라는 망했다. 금성은 경주, 왕은 신하(정승공)가 됐다. 그는 죽어서 고향 경주로 가지 못했다. 고려는 이미 망하고 없는 나라의 마지막 왕이 경주로 돌아가는 것을 막아섰다. 항복하고 43년이나 지난 978년의 일이다. 왕건은 이미 20년 전에 죽고 없었다. 왕으로서 8년, 신하로서 40여년 이상을 누린 그는 신라 55대 경순왕. 연천군 장남면 고랑포리에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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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당시 벨기에와 룩셈부르크군은 연천 금굴산에서 위기를 극복하고 전공을 세웠다.



#1951년 4월. 바론 알베르트 크레하이 중령은 고민했다. 중공군 188사단과 남쪽 187사단이 서쪽과 남쪽에서 맹공세를 퍼붓고 있을 때, 그에겐 벨룩스(벨기에,룩셈부르크)군 단 1개 대대 병력 만이 있었다. 영국군 29여단이 미군 65연대가 주둔한 전곡으로 철수할 수 있도록 고지를 지켰다. 이후 188사단이 남쪽 도감포 합수머리 교량을 점거하는 바람에 고립되고 말았다. 구출작전은 실패했다. 주둔지는 금굴산자락,뒤로는 임진강.그야말로 배수진이다. “교량을 기습,탈출하자.” 그는 결단을 내렸다. 작전은 대성공을 거뒀고 부대는 무사귀환하며 승전보를 전했다. 벨룩스군이 있던 곳이 연천군 미산면 동이리. 우정리다. 연천군에는 전투에서 전사한 이들을 기리는 유엔군화장장이 근대문화유산(제408호)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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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고고학의 대발견으로 불리는 동아시아 애슐리안 주먹도끼. 연천 전곡에서 발견됐다.



# 1978년 봄. 한 미군 병정은 고민했다. 이역만리 타지땅, 외출을 나왔던 그는 한탄강변 냇가에서 커피를 끓이려고 버너를 꺼냈다. 연인이 받침돌로 줏어온 돌맹이 하나가 눈길을 끌었다. 고고학을 전공한 그에게 뾰족한 물방울 모양 돌이 뭔가 심상치 않았다. 주변을 돌며 모아온 돌의 사진을 찍어 프랑스 고고학자 보르도 교수에게 보냈다. 그 역시 깊은 관심을 보였다. 서울대 김원용 교수에게 찾아가보라 답장을 썼다. 얼마 후 김원용 교수는 선언했다. “한반도에 진보적 애슐리안(구석기) 문화가 있었다.” 유럽·아프리카에만 애슐리안 문화가 존재했다는 ‘모비우스’ 학설을 단번에 뒤집는 고고학적 대발견이었다. 그의 이름은 그레그 보웬, 미군 육군하사로 애슐리안 주먹도끼 3점,가로날도끼 2점,긁개 1점을 발견했다. 그곳은 연천군 전곡리 유적지다.

#2019년 4월. 이우석은 고민했다. 이처럼 기나긴 역사(선사)를 자랑하는 연천군을 짧고 좁은 지면에 담을 지를. 맛있는 한탄강 매운탕과 가물치 불고기도 써야하는데…. 막막했다. 여행전문기자인 그는 장시간 고민한 끝에 수천년의 세월을 두고 연천을 다녀간 인물에 대해 ‘단시간에’ 쓰기로 했다. 그들의 자취가 곧 연천이라는 서사시(Epic)이란 생각이 들었다. 마침내 그는 마감을 마칠 수 있었고 지금은 늦은 점심을 먹으러 나간다. 연천에 있었던 인물 이야기는 스포츠서울 5월 2일자 10면에 게재된다. 그는 얼마전 연천군을 다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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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탄강댐 물박물관에선 근현대 연천의 역사를 알 수 있다.



이처럼 연천은 한반도 역사의 중심이었다. 아니 역사를 넘어 선사(先史)의 중심이기도 했다. 호모에렉투스 구석기인을 포함해 한반도에 살았던 모든 시대의 인간들이 연천땅을 탐냈다. 고구려 백제 신라 등 삼국사기에만 10여회 전사가 기록되어 있을 정도다. 후삼국에 고려 조선 심지어 한국전쟁까지 이어진다. 전화가 끊이지 않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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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에는 맛집도 많다. 구석기양평해장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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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에는 맛집도 많다. 한탄강강변매운탕의 민물매운탕, 참게를 넣어 더욱 맛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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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에는 맛집도 많다. 오두막의 가물치불고기. 단단한 가물치 살을 복불고기처럼 구워먹는다.



인류 뿐 아니다. 인간이 살기 전 지질학적으로도 엄청난 변화의 무대였다. 홍적세 평강군 오리산에서 분출한 용암은 한반도 중부의 지형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끊임없이 용암이 흘러내리며 기존 지형을 뒤엎고 내륙 현무암 주상절리대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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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리층.



용암활동은 오늘날의 한탄강 국가지질공원을 만들었다. 연천과 포천,철원군 일대를 포함한 국가지질공원은 총 면적 1164.74㎢에 이른다. 재인폭포와 아우라지 베개용암,전곡리 유적 토층,임진강 주상절리,차탄천 주상절리 등 24개소가 지질공원에 해당된다. 규모뿐 아니라 기괴한 풍광이 근사하다. 처음 가는 이들은 입이 딱 벌어진다. 제주도 해안의 것과 전혀 다른 느낌이다. 오히려 미서부 그랜드캐년을 축소시킨 후 뭔가를 더 장식한 느낌이다. 차탄천 주상절리 은대리 판상절리와 습곡구조를 관찰하는 지질탐방로 ‘차탄천 에움길’은 차탄교에서 은대리성까지 9.9㎞나 이어진다. 칼로 잘라낸 도끼로 찍어낸 듯한 병풍같은 협곡이 끝도 없다.
한탄강 국가지질공원 인증은 제주도 울릉도·독도 부산 청송 강원평화지역(DMZ) 무등산권에 이어 2015년 12월 7번째로 인증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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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리에서 바라본 주상절리대.



주상절리대에 분홍 진달래가 피어나 꽃장식을 더했다. 고요한 차탄천에는 해오라기가 너울너울 날아들며 한폭의 동양화를 만든다. 부벽준으로 그려낸 기세 좋은 화폭이다. 이곳은 풍경 뿐 아니라 지질학적 의미로 중요하다. “아하!”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면 더욱 감탄하게 된다.
임진강 한탄강의 합수머리(도감포)부터 북쪽으로 임진강을 거슬러가면 주상절리대가 이어진다. 높이 40m,길이 1.5㎞ 수직 절벽이다. 미산면 동이리 주상절리는 백미다. 기하학적 모양의 현무암 주상절리대가 마치 중국의 적벽처럼 섰다. 선조들이나 보는 눈은 같아 예로부터 ‘송도팔경’ 중 장단석벽이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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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탄천변 동이리에서 바라본 주상절리대. 칼로 잘라낸 듯 절벽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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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라지 베개지층. 아래쪽에 동글동글한 베개 모양의 현무암이 모여있다.



차탄천을 따라 걷는다. 이 이름도 낯선 내(川)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선캠브리안기 화강편마암에서부터 백악기 습곡운동,신생대 초기 하천 운동으로 퇴적된 자갈퇴적층(백의리층),신생대 말기 화산활동으로 형성된 주상절리에 이르기까지 지구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의미있는 장소다. 그냥 거대한 박물관 표본실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타 지역에 비해 가까이서 주상절리대의 현무암 층을 관찰할 수 있다. 다른 강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용암대지 평원 곡류 주상절리 판상절리 용암댐 V자 협곡 폭포 수직단애 백의리층 등 지구과학 교과서가 끝도 없이 우뚝 서있다. 한반도 정가운데.그것도 풍광좋고 기세좋은 땅,연천. 그래서 모든 이들이 탐내던 땅 연천은 지금 좀 억울하다. 수십만년 동안 ‘핫’하던 곳(용암때문이 아니다)이 차가운 군부대 철책으로 나뉘고 또 잘리웠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기나긴 세월에 비해 암흑기는 보잘 것 없다. 고작 70년이다. 슬슬 이땅에 통일 노래가 울려퍼지고 있다. 이젠 다시금 50만 년의 영화가 남북의 길목 연천에 재현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demory@sportsseoul.com

연천 여행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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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구석기축제가 열린다.


●구석기축제=제27회 연천구석기축제가 열린다. 전세계 모든 선사체험을 모았다. 3~6일 ‘너도? 나도! 전곡리안’이란 주제로 연천 전곡리 선사유적지및 전곡읍 일원에서 열린다. 한반도 구석기문화를 포함해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구석기문화를 두루 접하고 체험할 수 있는 학습형 축제다. 가족이 함께 즐기는 봄날의 축제로서도 의미있다. 하이라이트는 초대형 화덕에 구워먹는 구석기 바비큐. 1m가 넘는 긴 꼬챙이에 꽂은 돼지고기를 참나무 숯불에 구워먹는 바비큐는 축제의 가장 큰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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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구석기축제가 열린다.



세계구석기체험마당에서는 한국뿐 아니라 프랑스 독일 포르투갈 스페인 탄자니아 칠레 네덜란드 일본 등 세계 각국 선사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구석기시대를 리얼하게 재연한 ‘전곡리안’이 실제 돌을 깨서 석기를 만들고, 집을 짓는다. 바비큐를 구워 먹기도 한다. 푸른 잔디가 깔린 유적지에서 호모에렉투스 전곡리안들과 함께 찍는 인증샷은 추억을 남기기 딱이다. 역사강사 최태성과 함께하는 토크 콘서트,MB Crew의 비보이 공연,뮤지컬 갈라콘서트와 주제공연 ‘우리모두 흔들어’,DJ 홍록기와 쏨담이 함께하는 EDM 파티 등 다양한 공연도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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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구석기축제가 열린다.



구석기가종마당에서는 구석기 운동회를 비롯해 마술 풍선 저글링 비누방울 등 어린이를 위한 즐거운 공연이 펼쳐진다. 구석기축제추진위원회 (031)839-2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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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학습장으로 좋은 전곡선사박물관



●둘러볼만한 곳=경순왕릉(사적 제244호)은 경주를 벗어난 유일한 신라 왕릉이다. 원형 봉분 하단에 둘레돌을 돌렸고 봉분 앞에 상석 표석 장명 등과 석양 1쌍,망주석 2기를 배치했다. 석물들은 사실 조선후기 양식이다. 조선 태조가 세운 숭의전지는 고려 왕 4인(태조 현종 문종 원종)과 고려 충신 16인(복지겸 홍유 신숭겸 유금필 배현경 서희 강감찬 윤관 김부식 김취려 조충 김방경 안우 이방실 김득배 정몽주)을 봉향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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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곡 선사유적지



전곡선사박물관은 여러가지 선사 체험학습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 야외체험장으로 구성됐다. 실물 비례 다양한 구석기 조형물과 다채로운 체험프로그램을 통해 관람객들이 쉽고 즐겁게 선사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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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도끼빵



전곡리선사유적지에선 주먹도끼빵을 맛볼 수 있다. 실제 애슐리안 주먹도끼와 흡사하게 생긴 빵으로 빵틀에 다양한 소를 넣고 구워낸다. 1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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