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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병원 직원 해고통보… 껍데기만 남은 '제주 헬스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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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가 취소된 녹지병원, 간호사 등 남아있던 직원 50여명 내보내

1조5000억 의료관광특구 휘청… 손배소 등 각종 소송 이어질 듯

국내 의료 관광을 선도할 특구로 추진된 제주 헬스케어타운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헬스케어타운의 핵심 시설이자 국내 첫 영리 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은 지난 26일 간호사를 포함해 직원 50여명에게 해고 통보를 했다. 녹지국제병원 사업자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이하 녹지제주)는 통지서에 "제주도가 외국인 전용이라는 조건부 개설 허가를 했으나 조건부 허가로는 도저히 병원을 개원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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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지국제병원 직원들은 갑작스러운 집단 해고 통보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직원 김모씨는 "정부가 승인한 영리 병원을 제주도에서 영리 병원 반대 단체의 눈치만 보며 2년 가까이 허가를 미루다 이제 와서 취소하니 결국 애꿎은 직원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해고 통보를 받은 한 간호사는 "의료 관광에 관심이 많아 잘 다니던 종합병원을 그만두고 녹지국제병원으로 옮겼는데, 해고 통지를 받으니 참담하다"고 하소연했다.

녹지제주는 허가 취소와 이에 따른 정리 해고가 제주도 측의 정치적 판단으로 인한 결과라는 입장이다. 녹지제주 측은 "2015년 헬스케어타운 내에 콘도 신축 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제주도와 공기업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강경하게 의료 기관 개설을 요구해 어쩔 수 없이 의료 기관을 개설하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애초에 제주도 측에서 강하게 요구해 시작했던 사업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제주도 측이 지난해 선거를 앞두고 계속 허가를 지연해 결국 피해는 직원들이 입게 됐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헬스케어타운에 병원 설립을 요청한 적은 있지만 강요는 아니고, 협조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헬스케어타운은 국내 의료 관광 활성화를 목적으로 서귀포시 토평동·동홍동 일원 153만9339㎡(약 47만평) 부지에 녹지국제병원을 중심으로 휴양 콘도미니엄, 웰빙 푸드존, 힐링 가든, 의료 연구·개발센터, 노화예방센터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지난 2008년 JDC가 나서서 개발 사업 프로젝트로 시작했다. 우수한 의료 기술과 제주도의 자연환경을 연계해 휴양·의료 서비스를 한 곳에서 받을 수 있는 글로벌 의료 복합단지를 건설한다는 청사진이었다. 시행사인 중국 뤼디(綠地)그룹은 녹지병원 780억원을 포함해 제주헬스케어타운에 1조150억원을 투자했다. 중국 정부의 해외 송금 규제로 자금난에 부딪혀 2017년 6월 이후 2년 가까이 공사가 중단되면서 헬스케어타운 전체 공정률은 현재 53% 수준이다.

전체 사업의 핵심인 녹지국제병원이 끝내 문을 열지 못할 경우 헬스케어타운은 껍데기만 남는 의료 특구가 될 우려를 낳고 있다. 녹지제주는 제주도를 상대로 제기한 조건부 허가에 대한 행정소송에 이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병원 투자 비용 780억원에 개원 지연 기간 직원들에게 지급한 인건비 약 76억원이 포함돼 850여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또 녹지제주 측은 제주도의 허가 취소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담긴 공정하고 공평한 대우(FET)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해 투자자와 국가 간 분쟁 해결(ISD:Inve stor-State Dispute Settlement) 중재를 청구할 경우 후폭풍은 더욱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제주도 측은 "정부와 제주도, JDC, 녹지그룹이 참여하는 4자 협의체를 구성하고 해결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제주=오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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