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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평화는 쉽게, 전쟁은 어렵게’ 미국의 이상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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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레이첼 매도 지음/박중서 옮김/갈라파고스/1만8000원


전쟁 국가의 탄생/레이첼 매도 지음/박중서 옮김/갈라파고스/1만8000원

미국이 전쟁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방법과, 전쟁이 어떻게 쉽게 이뤄지는지를 설명한다.

위대한 대통령으로 일컫는 레이건은 과격한 안보 사랑으로 정치적 유산을 적잖게 남겼다. 미국의 전쟁 수행은 정부가 아니라 점점 민영화되고 있고, 그로 인한 부작용은 너무도 많다.

저자는 듣기만 해도 아찔한 사실들을 나열한다. 글은 경쾌하고 유머러스하게 흘러가지만, 내용은 섬뜩한 것들로 채워진다. 저자는 한탄한다. “미국은 어쩌다가 다른 모든 국가의 지출액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액수를 군사주의에 소비하게 되었는가. 미국은 이미 전쟁 결정에 대한 권한이 국민과 입법부의 손을 떠난 지 오래다.”

북한에 대한 핵 폭격을 주장했던 극우 보수 인사 딕 체니에 대한 얘기도 나온다.

체니는 의회에 대해 이렇게 주장한다. “대통령을 제약하려는 의회의 활동에 대해 회의를 갖고 바라보아야 마땅하다. 만약 의회가 대통령의 핵심적인 해외 정책 기능에 간섭한다면, 의회는 폐쇄되어야 한다.” 전쟁을 수행하려는 대통령에 대해 의회가 간섭한다면 의회는 폐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전쟁 수행을 민간 업체에 위탁하는 전쟁 외주화가 진행된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전한다. 저자의 지적은 통렬하다. “CIA 드론 프로그램이나 용병 조직처럼 비밀리에 벌이는 군사 활동은 근절되어야 한다. 오바마의 CIA 드론 프로그램은 중단되었어야 한다.” CIA라는 정보 조직이 졸지에 대통령 전용 군사 조직이 되었고, 미군 병력은 비인간적으로 사용된다.

아울러 위험천만한 화학 실험이 이어지는 핵무기는 감축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는 “가장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 최강자 미국은 핵무기를 졸속 관리하고 있다”면서 “미 공군은 이전에 만들었던 핵무기를 수리하지도 못하고 방치하고 있으며, 자칫 대참사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전쟁에 관한 행정부의 비대한 권한은 원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과연 미국은 원래의 건국 이상을 회복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한다. 저자는 회복할 수 없을 것으로 본다.

“미국 헌법은 전쟁에 대한 권한을 입법부에 귀속시켰다. ‘평화는 쉽게, 전쟁은 어렵게’가 초기 미국을 지배하는 이상이었다. 그런데 지금 미국의 모습은 어떠한가?”

정승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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