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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전쟁과 광기 다시 없도록… 이 시대에 불러낸 히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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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존 톨랜드 지음/민국홍 옮김/페이퍼로드/7만6000원


아돌프 히틀러 결정판 전2권/존 톨랜드 지음/민국홍 옮김/페이퍼로드/7만6000원

선동, 광기, 통제의 나치 정권 시절 독일 국민은 그를 지지했다. 나치 점령지의 국민과 유대인들조차 종종 히틀러를 지지하고 따랐다. 그의 반대파들조차 종종 그의 비전에 빠져들기도 했다. 루스벨트를 포함해 한 시대 지도자들조차 히틀러의 진짜 모습을 오판했다. 이런 역사적 오판 뒤에는 아직 덜 알려진 어처구니없는 갖가지 이유가 숨어 있었다.

1971년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 작가 존 톨랜드는 무려 10여년에 걸쳐 미공개 일기, 편지, 공식 문서 등을 분석해 이 책을 완성했다. 이 책은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히틀러와 관련해 가장 많이 인용되었다. 히틀러의 여성 편력, 부하들의 암투와 견제 등 알려지지 않은 내용까지 생생하게 소개한다. 선입견을 배제하고 역사적 사료에 근거해 히틀러 삶을 촘촘하고 객관적으로 조명했다.

저자가 이 평전 집필을 위해 녹음한 인터뷰는 미 의회도서관에 영구 소장되어 있다.

저자는 “히틀러는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모순적인 사람”이라며 “루시퍼와 프로메테우스를 합친 비뚤어진 천사”라고 평했다. 히틀러의 다른 모습을 캐내려 애썼지만, 저자는 이렇게 결론짓는다.

왜 이 시대에 몰락해버린 히틀러를 다시 거론해야 하는가. 이제는 나치즘을 추앙하는 유력한 정당도, 나치즘을 따른다고 선포한 국가도 없다. 그러나 극단의 시대와 폭력의 세기, 선동과 광기로 표현되는 그의 트라우마는 지금도 엄연히 존재한다. 미국과 유럽, 일본, 중국, 러시아, 그리고 한국의 일부 정치세력에서 보듯, 히틀러의 방식은 여전히 현실 정치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는 시대를 파괴로 몰아갔다. 하지만, 그가 내세우는 주장은 부정적인 면에서나마 시대의 요청을 파고들었다. 그래서 세상의 많은 정치인이 사상과 지향점은 달라도 부분적으로 히틀러를 꿈꾼다면 과장일까. 그의 사상이 매력적이어서가 아니라, 그의 성공 방식이 너무나도 달콤한 향기를 풍기기 때문이다. 꼭 누군가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 시대는 히틀러의 시체 위에 쌓인 시대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저자는 “그의 무덤 위에 선 현대인은 그의 묘비를 읽고, 그의 시체를 내려다보며, 그를 기억해야 한다”면서 “그를 추억하거나 흠모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의 자취를 몰아내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는 일제의 흥망과 태평양전쟁을 다룬 ‘떠오르는 태양’으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6·25전쟁을 조명한 ‘존 톨랜드의 6·25전쟁’도 국내에 출간됐다.

저자는 “전 세계를 전쟁과 광기로 내몬 히틀러와 그의 시대를 알지 못한다면 20세기에 대한 이해, 현대사에 대한 인식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평했다. 저자는 “선동과 극우가 판을 치는 현대 정치에서 히틀러를 재인식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고 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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