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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사과·배 꽃이 다 얼었어요"…꽃샘추위에 냉해 농가들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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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경남·충북 일대 영하 기온에 과수 꽃·옥수수 등 괴사

전국 냉해 면적 2천800㏊ 웃돌아…지자체 지원 대책 강구

(전국종합=연합뉴스) "무슨 날씨가 이 모양이야. 꽃 씨방이 시커멓게 변해버렸어. 이러면 사과가 열려도 모양이 성치 않아 판매할 수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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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해를 본 사과 꽃눈(보은군 삼승면)과 옥수수(충주시 엄정면)
[충북도 제공]



충북 보은에서 20여 년째 사과 농사를 짓는 농민 김모(61)씨의 얼굴에 깊은 시름이 배었다.

사과나무를 어루만지던 김씨는 "중요한 개화 시기에 때아닌 봄 추위가 닥쳐 올해 농사는 다 망쳤다"며 탄식했다.

지난달 말부터 영하권으로 수은주가 뚝 떨어지는 추위가 지역별로 나타나면서 예상치 못한 봄철 냉해가 발생했다. 전국 과수농가들이 울상을 짓는 이유다.

농민들이 새벽같이 일어나 일손을 바삐 놀려야 할 시기이지만, 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제대로 된 수확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자 맥이 풀린 분위기다.

26일 현재까지 집계된 냉해 면적은 전국적으로 2천800㏊를 웃돈다. 시·도별 조사가 끝나는 다음 달이면 면적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피해가 가장 큰 지역은 전남이다.

이달 초부터 1주일가량 아침마다 수은주가 영하권에 머무는 쌀쌀한 날씨가 순천, 나주, 광양 등 10개 시·군을 훑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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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들이 냉해를 입은 배꽃에 인공수분 하는 장면
[연합뉴스 자료사진]



현재까지 신고된 피해 규모만도 1천207개 농가, 1천167㏊에 달한다.

개화기를 전후한 냉해 탓에 배, 매실, 참다래의 꽃눈이 고사했거나 잎이 말라버렸다.

경남에서도 지난달 말 새벽 기온이 영하 3.8도까지 떨어지면서 배 주산지인 진주와 하동의 농가 태반이 비슷한 피해를 봤다.

628㏊의 과수원 배나무 꽃이 검게 변했거나 말라 죽었다.

경남도 농업기술원은 피해가 비교적 적은 배꽃에 인공수분을 해 결실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지난 15∼16일 새벽 한때 기온 영하 3.2도까지 떨어진 충북에서도 과수·밭작물 냉해가 발생했다.

지금까지 집계된 피해 면적은 571.7㏊이다.

냉해는 사과·배 등 과수는 물론 옥수수, 담배, 감자 등 밭작물에서도 발생했다.

충북도는 다음 달 말까지 정밀조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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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20㎝가 넘는 눈이 온 경북 영양군
[경북도 제공]



경북에서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날 4일까지 저온 현상이 나타나면서 배, 자두, 복숭아 등 농작물에서 피해가 났다.

냉해 면적은 304.4㏊로 추정된다.

경북도는 해당 농가에 농약 대금과 생계 안정 구호자금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배 산지로 유명한 울산 울주군에서도 이달 초 냉해가 발생했다.

한창 배꽃이 피기 시작할 무렵 발생한 냉해로 216개 농가가 130㏊의 농경지에서 피해를 봤다고 신고했다.

과수의 개화 시기가 다소 늦었던 충남과 강원 지역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들 지역에도 이상저온 현상이 나타났지만, 과수가 꽃망울을 터뜨리지 않았던 터라 이렇다 할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충북도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피해가 나지 않은 꽃에 인공수분을 꼼꼼히 하고, 과일 솎기와 가지치기에도 더욱 신경 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주영, 심규석, 양지웅, 여운창, 한무선, 황봉규, 허광무)

k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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