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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3기 신도시 지정 3개월의 명암…“넷 중 세 곳은 집값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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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후보지로 지정되면 집값이 크게 오를 것만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정부가 지난해 말 지정한 3기 신도시 후보지 4 곳 중 3곳은 집값이 오히려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해 12월 19일 경기도 남양주와 하남, 과천, 인천 계양 등을 3기 신도시 후보지로 선정한 이후 지난 3월까지 인천 계양을 제외한 나머지 세 곳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하락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3기 신도시를 조성해 수도권 택지에 3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과열된 수도권 주택시장을 안정시키려는 조처다. 이후 서울과 1기 신도시 사이에 조성될 3기 신도시 후보지로 남양주와 하남, 과천, 인천 계양이 1차로 선정됐다.

남양주 왕숙에는 7만9000가구의 거대 주택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하남에는 3만2000가구가 들어서고, 인천 계양과 과천에는 각각 1만7000가구와 7000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정부는 특히 이들 지역에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등 교통망을 확충하고 일자리를 창출해 수도권 주택 수요를 흡수하겠다고 했다. 부동산 시장에 투기 수요가 몰릴 것에 대비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등의 예방 조처도 시행하기로 했다.

조선비즈


하지만 신도시 개발 기대감은 아직 주변 주택시장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모양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남양주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말보다 0.05% 하락했다. 하남과 과천은 하락 폭이 더 컸다. 하남의 아파트 매매거래 가격은 2.00% 하락했고, 과천은 1.53% 내렸다. 오른 곳은 인천 계양 한 곳뿐이다. 계양의 아파트 매매가는 0.62% 올랐다.

전문가들은 신도시로 지정돼도 기반 시설이 개선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데다, 과거 신도시에서 집값이 크게 오른 사례를 찾기 어렵다는 학습 효과가 있어 3기 신도시에 대한 반응이 시큰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수요자의 경우 무턱대고 3기신도시에 기대를 가지기 보다 지역별로 현재 가진 호재와 악재를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도시가 자리를 잡는 데 10년은 걸린다고 볼 때 물가상승률보다 큰 수익이 나기도 어렵다는 점을 소비자들이 이미 알고 있다"면서 "이런 이유로 신도시 지정이 집값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수도권 전반에 퍼진 약세 분위기가 이들 지역에도 거의 그대로 반영되면서 약세를 보인 곳이 많은 상태"라면서 "3기 신도시 지정 자체를 호재로 인식하지 말고 지역별로 입지 여건과 수급 등을 고려해 내 집 마련에 나서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지역별로 물량 부담이 많은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과천은 새로 조성되는 주택이 7000가구밖에 안 되는 데다, 재건축이 좌우하는 시장이라 신도시 지정이 주택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했다.

또 하남의 경우에는 미사지구 입주가 몰려 있고 가격도 오를 만큼 올랐던 상태라 상승 여력이 많지 않고, 남양주 역시 다산신도시 입주 물량이 워낙 많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박 위원은 인천 계양의 경우 교통망이 워낙 좋은 데다 신도시 효과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 위원은 "계양에는 다른 신도시와 달리 테크노밸리 조성 계획이 있다"면서 "일자리가 생기면 배후수요가 느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재원 기자(tru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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