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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전기술, 시공사 위협에 자본금 9배 손실 떠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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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발전사업 공사, 편법 수주ㆍ공사비 과다지출 거액 손실
한국일보

경북 김천시 경북혁신도시에 있는 한국전력기술 전경. 김용태기자 kr88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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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기술주식회사(이하 한전기술)가 아프리카 발전사업 공사를 수주하는 과정에서 하도급사의협박에 못 이겨 과도한 공사비를 지출했다며 뒤늦게 반환 소송을 냈으나 패소, 수백억원대의 손실을 낸 사실이 드러났다.

한전기술은 이런 잘못은 감춘 채 문재인 정부가 추진중인 탈원전에 따른 적자를 이유로 1,000여명의 협력사 직원들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져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25일 본보가 단독 입수한 대한상사중재원(이하 중재원) 중재판정 정본에 따르면 중재원 중재판정부(의장중재인 이종찬)는 한전기술이 “P사와 그 하수급인들이 위협을 하므로 어쩔 수 없이 우선 공사비를 지출했으니 돌려달라”며 1,043억원의 부당이득금 반환청구를 낸 사건에 대해 “P사는 345억원만 돌려주라”고 2016년 12월21일 판정을 내렸다. 한전기술은 정식재판 등 후속 구제절차를 포기한 채 이를 수용, 판정결과는 확정됐다. 한전기술은 당시 중재신청 사실을 감춘 채 결과만 간단하게 공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P사 등의 위협 내용 등은 그 동안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문제의 프로젝트는 아프리카 가나공화국 T2발전소 확장공사로, 기존의 발전소에 설치된 터빈을 식혀 발전용량을 올리는 데 필요한 바닷물 송수관 매설공사가 계약의 골자였다.

해외공사 경험이 없던 한전기술은 일본 A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2012년 7월 12일부터 2014년 9월13일까지 모든 공사를 마치기로 계약하고, 국내 대기업인 P사에 시공을 맡겼다. 한전기술은 공사 전반을 관리하고 시공은 P사가 담당한 형태다.

하지만 길이 600m, 구경 2.5m인 고밀도폴리에틸렌(HDPE) 파이프로 된 송수관로를 매설할 때 해수면 평온기(Calm Season)에 되메우기 공사를 마치지 못하는 바람에 2014년 6월초 높은 파도를 이기지 못하고 떠오르는 ‘사고’가 났다. 따개비 등 열대성 패류가 관로를 막아 취수불능 사태가 빚어졌다. 한전기술은 823억8,000만원의 복구비 중 시공사 등과 협상을 통해 673억8,000만원을 떠안았다.

한전 기술 측은 시공사인 P사 등에 이 복구비를 지급한 뒤 뒤늦게 지체상금 209억원과 발전손실금 등을 합쳐 1,043억원 반환을 청구했으나 3분의 1 수준인 345억만 돌려받는 데 그쳤다.

한전기술이 거액의 손실을 떠안고 잊혀지던 사건은 최근 “한전기술이 시공사 위협으로 거액의 손실을 보았다”는 판정문이 나오면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전기술이 자본금(76억4,400만원, 2016년 12월 기준)의 9배가 넘는 698억원의 손해를 보고도 정식 재판을 청구하지 않았고, 상장회사이면서 중재 신청 사실은 공시하지 않은 점 등 말 못할 사정이 있지 않았냐 하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한전기술 내부 사정에 정통한 B씨는 “해외공사 실적인 전무한 한전기술은 일본의 A사와 컨소시엄으로 공사를 수주했지만, 실제로는 ‘수수료’를 주고 명의만 빌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타업체 면허를 빌려 공사를 수주한 것은 면허취소 사유에 해당하는데, 아마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시공사의 잘못으로 재시공을 하게 된 책임을 한전기술에 전가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전기술 관계자는 “1,043억원 중재사건을 공시하지 않은 것은 공시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며, P사의 위협이 있었다는 말은 처음 듣는다”고 부인했다.

김천=김용태 기자 kr88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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