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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소맥 1만원? 손님 떨어질까 못 올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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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값 인상 소식에 식당 냉가슴

“포털 댓글 보니 값 올릴 엄두 안 나”

카스 56원 인상 도매상 44원 마진

업주들 “대기업·도매상만 좋은 일”

‘국민 소주’ 참이슬을 보유한 하이트진로가 다음 달부터 출고가를 65.5원 올리겠다고 발표한 24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세종음식문화거리(서촌) 상인은 술렁였다. 맥주 ‘펍(대중 술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지난 1월부터 병맥주(500ml) 가격을 500원 올려 4500원 받고 있다”며“단골 장사인데 또 올릴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서촌의 유동인구는 넘쳤지만 김씨의 가게는 비어 있었다.

김씨의 가게에서 30m 떨어진 또 다른 맥주 펍도 그 시간까지 마수걸이 손님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업주는 “손님 눈치가 보여 마음대로 가격을 올리지 못한다”며“제조사와 도매상은 득을 보겠지만, 결국 우리같은 작은 업소가 떠안게 돼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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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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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이슬에 앞서 오비백주는 이번 달 초 카스 가격을 56원 올려 출고가는 1157원에서 1203원이 됐다. 여기에 주류 도매상 마진을 붙여 업소·소비자로 유통된다. 김씨는 “이번 주부터 카스 1박스(20병) 가격이 3만7000원에 들어오고 있다”며“지난달보다 2000원 오른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1병당 1750원에서 1850원으로 100원 오른 셈이다. 제조사가 출고가를 56원 올리자 도매상은 마진 44원을 더해 이득을 취한 반면, 업주의 부담만 올라간 꼴이다. 카스의 시장점유율은 46%(유로모니터 조사 기준)에 달한다.

이날 중앙일보가 서촌 맥주 펍과 한식당 11곳을 조사한 결과 이번 달 카스 출고가 인상에 따라 소매가격을 올린 업소는 한 곳뿐이었다. 나머지 10곳 중 5곳의 펍은 1병에 4500원, 한식당 5곳은 4000원으로 기존과 같았다. “매출이 떨어지고 있는데, 술값을 올리면 손님이 더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이라는 게 한결같은 이유다. 반면 11곳 모두 “이번 달 카스 매입 가격은 박스당 2000원씩 올랐다”고 말했다. 소주 1박스(20병) 공급가는 약 3만4000원이었다.

30~40대 젊은 업주는 가격 인상 시 부닥치게 될 소비자 저항에 더 민감했다. 화로구이집을 운영하는 이모(35)씨는 “오늘 포털사이트 댓글 반응을 봤다. ‘소맥’ 1만원(소주·맥주 각 5000원이 될 경우) 시대가 된다고 난리가 났더라”며 “이런 분위기에서 누가 소주 한 병을 5000원 받을 수 있겠나”고 말했다.

◆오비·하이트진로의 기습 인상, 왜=맥주·소주 시장의 절반을 점하고 있는 오비맥주·하이트진로의 가격 인상은 기습적이다. 기존에는 한 달 전에 예고했지만, 이번엔 모두 1주일 전에 발표했다. 특히 기재부 등 정부가 내달 초 주세 개편안 발표를 앞둔 시점이라 업계는 의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는 주류 세제가 기존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뀌게 되면 도수가 낮은 맥주의 세율을 낮아지고, 소주는 소폭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앞서 기재부는 “소주는 서민의 술인 만큼 가격이 오르지 않게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나서 ‘국산 맥주와 소주의 영업환경 개선에 나서겠다’고 하는 판에 미리 가격을 올린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참이슬은 최근 도수를 두 번이나 내려 17도가 됐다. 더 내리면 소주라고 할 수 없으니, 이번에 가격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새 맥주 ‘테라’를 출시하며 쏟아부은 마케팅 비용을 소주로 만회하려는 뜻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4.8%로 2017년보다(4.6%) 나아졌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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