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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영장 삼킨 ‘환경부 블랙리스트’ 결국 법정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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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인사개입 혐의 김은경 전 장관·신미숙 불구속 기소

영장 잇단 기각되자 결정…민간인 사찰 의혹 모두 무혐의

경향신문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한 검찰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63·사진)과 신미숙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52)을 25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의혹에 대해선 모두 무혐의로 마무리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는 직권남용·업무방해·강요 혐의를 받는 김 전 장관과 신 비서관에 대해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에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이 지난해 12월 김 전 장관과 함께 고발한 박천규 환경부 차관(당시 기획조정실장) 등 4명은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김 전 장관은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환경부·한국환경공단 임직원들을 내보내려고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내부 문건 ‘환경부 블랙리스트’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이 환경부 직원들을 시켜 ‘표적감사’를 하고 임원 15명에게 사직을 강요해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환경산업기술원장, 국립생태원장 등 13명에게 사직서를 받았다고 파악했다.

김 전 장관은 환경부 산하 6개 공공기관의 17개 임원직 공모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당시 청와대가 내정한 후보자에게만 미리 면접자료를 제공했다. 지난해 7월 청와대가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로 내정한 박모씨가 서류 심사에서 탈락하자 후보자 전원을 불합격 처리해 재공모하도록 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은 박씨가 탈락한 뒤 실시된, 인사 업무를 담당했던 황모 환경경제정책관과 김모 운영지원과장의 인사발령을 ‘문책성 좌천’이라고 보고 있다.

신 비서관은 김 전 장관과 공모해 환경부 산하기관 인사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신 비서관이 박씨의 탈락 당시 안병옥 환경부 차관 등을 불러 질책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봤다. 당시 환경부 김 과장에게 “깊이 사죄한다. 재발하면 어떠한 책임과 처벌도 감수하겠다”는 소명서를 쓰도록 강요했다는 혐의도 있다. 지난해 8월 신 비서관은 환경부와 협의해 산하기관이 출자한 자원순환 전문업체 대표로 박씨를 임명시키기도 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신 비서관은 최근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했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이 청와대 인사수석실 등과 조율하며 인사 비리를 저질렀다고 보고 수사해왔다. 조현옥 인사수석까지 수사 대상에 오르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있었지만 지난달 26일 법원이 김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자 수사는 동력을 잃었다. 당시 법원은 검찰이 제기한 혐의 대부분을 인정하지 않았다. 김 전 장관에게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과 문재인 정부의 출범이라는 특별한 사정이 있었으며 청와대와 환경부의 임원 후보자 내정은 ‘관행’이라고 했다.

검찰은 청와대 개입을 자세히 알아보려고 지난 5일 청와대 인사수석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청구했지만 법원이 기각했다. 법원은 청와대의 내정과 채용비리의 직접적 연관성 부족 등을 이유로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장이 잇달아 기각되자 검찰은 수사를 보완하기 어렵다고 보고 기소를 결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이 김 전 장관의 영장을 기각한 사유를 보면 ‘확보된 증거가 충분해 증거인멸 이유가 없다’고 했다. 영장을 재청구하기보다 기소해 혐의를 법정에서 분명히 밝히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며 “이 사건과 유사한 ‘문체부 블랙리스트’ 관련자들이 처벌받은 법리를 차용해서 기소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의혹에 대해서는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지난해 12월 김태우 전 검찰 수사관(44)이 청와대 특별감찰반 근무 당시 조국 민정수석,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이인걸 전 특별감찰반장 등의 지시로 민간인 사찰이 포함된 첩보를 생산했다고 폭로했다. 같은 달 한국당이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한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조 수석, 박 비서관, 이 전 특감반장에 대해 검찰은 이날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은 김 전 수사관과 이 전 특감반장을 불러 조사하고 지난달 경호처를 압수수색했지만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박 비서관에 대해 2차례 진술서를 받고 1차례 서면응답을 받았을 뿐, 상급자를 조사하지 않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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