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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추방운동 상징 '얼굴없는 여성' 40세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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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텍사스 알코올 음료 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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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운전자가 몰던 차에 큰 사고를 당한 뒤 '음주운전 방지 캠페인'의 얼굴로 활동해 온 여성이 결국 세상을 떠났다.

23일(현지시간) CNN, 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여성 재클린 사브리도(40)가 지난 20일 과테말라에서 암 투병 끝에 사망했다.

사고는 20년 전인 1999년 9월 19일 발생했다. 당시 사브리도는 휴학하고 미국 텍사스주에서 영어를 공부 중인 20세 대학생이었다.

생일파티를 마친 뒤 친구 4명과 함께 집으로 향하던 길, 비극이 그를 덮쳤다. 술을 마신 채 운전하던 레지 스테피(당시 18세)의 SUV 차량이 사브리도가 탄 차를 들이받은 것이다.

같은 차량에 타고 있던 두 친구는 즉사했으며, 조수석에 앉았던 사브리도는 화염에 휩싸인 차량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간신히 구조됐을 땐 전신의 60%가 심각한 화상을 입은 뒤였다.

모두가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했지만, 사브리도는 이겨냈다. 손가락을 잃고, 코와 입술 부위를 모두 절단했다. 시력도 거의 상실해 각막 이식을 받는 등 오랜 기간 50번이 넘는 수술을 견뎌냈다.

사고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릴 수 없었지만, 사브리도는 굴하지 않았다. 그는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음주운전 방지 캠페인의 홍보대사를 자청해 세계 각지를 다니며 활동을 이어갔다. 사고 후 망가진 모습을 언론에 공개하는 데에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2003년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해 "누군가가 음주운전을 하지 않는 데 도움이 될 수만 있다면 귀, 코, 머리카락이 없이도 언제든 카메라 앞에 설 수 있다"고 말해 감동을 안기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망가뜨린 음주운전자를 용서하기도 했다. 스테피가 7년의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이듬해인 2009년 사브리도는 그를 직접 만났다. 이후 스테피는 사브리도의 캠페인에 적극 동참했다. 음주운전 예방 영상에 직접 출연했고, 고등학교를 방문해 강연했다. 그는 “두 사람의 목숨을 빼았고, 사브리도의 삶을 망가뜨린 데 대해 평생 책임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인들은 20여년에 달하는 세월 동안 음주운전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온 사브리나 죽음에, 추모의 물결을 이어가고 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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