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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국회선진화법에도 다시 ‘동물국회’로 회귀한 정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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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싸움하지 말자’고 만든 국회선진화법도 무용지물이었다. 25일 국회는 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검경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의 신속처리대상안건(패스트트랙) 지정을 앞두고 선진화법 제정 이전의 ‘동물국회’ 양상으로 되돌아갔다. 여야 4당 합의안이 패스트트랙에 오르는 것을 막을 수단이 없다고 판단한 자유한국당이 사실상의 ‘물리력 봉쇄’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 007작전처럼 이뤄진 사보임 시작은 ‘사보임’이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9시35분께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위원을 오신환 의원에서 채이배 의원으로 교체해달라는 사보임 신청서를 국회 의사과에 제출했다. 통상 직접 제출하지만 전날부터 바른정당계 의원들이 의사과 사무실을 점거하고 있어 팩스 제출로 대신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1시간30분 뒤 결재했다. 국회 의사국장이 문 의장이 입원 중인 병실을 찾아가 사보임 신청 보고를 했고, 문 의장이 직접 서명했다고 한다.

문 의장을 만나기 위해 병원을 찾았던 오신환 의원은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 의장은 날치기 결재로 의회주의를 말살한 것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앞서 헌법재판소에 사보임계 허가에 대한 효력정지가처분 신청과 함께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 사보임은 이뤄졌다…회의를 막아라 위원 교체가 완료되자 여야 4당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개특위를 열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그러자 한국당은 사개특위에 새로 보임된 채이배 의원이 법안 문구 조율 회의에 참석하는 것을 방해했다. 한국당 의원 10여명은 오전 9시부터 의원회관 사무실로 몰려가 채 의원을 사실상 ‘감금’한 것이다. 채 의원은 결국 오후 1시10분께 자신이 감금 상태에 있다고 직접 112에 신고했다. 경찰과 소방관이 출동했으나 한국당 의원들의 방해로 사무실 밖으로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자 채 의원은 창문 틈새로 얼굴을 내밀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4시간 넘게 한국당 의원들이 밖으로 못 나가게 하고 있다. 감금된 상태다. 필요하면 창문을 뜯어서라도 나가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 의원이 6층 사무실에서 창문으로 탈출하는 상황에 대비해 한때 스티로폼이 건물 아래에 깔리기도 했다. 채 의원은 한국당 의원들이 길을 터준 오후 3시15분이 지나서야 사무실을 나올 수 있었다.

김규환 한국당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사무실 안에서 채 의원과 충돌은 전혀 없었고 같이 웃으면서 얘기하고 마술도 하는 분위기였다”고 했다. 하지만 채 의원실이 공개한 영상에는 문 쪽으로 접근하는 채 의원을 한국당 의원들이 거듭해 제지하자 채 의원이 무릎을 꿇고 통사정하는 장면도 담겨 있다.

한국당의 점거 행동은 국회 곳곳에서 펼쳐졌다. 한국당은 법률안 접수 자체를 막기 위해 의안과 사무실 앞을 지켰다. 정개특위와 사개특위가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본청 회의실 3곳 앞에도 의원 20~30명을 보내 출입구를 봉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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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는 국회법 제166조 해석논쟁 ‘선진화법’이라 불리는 국회법은 ‘국회 회의 방해죄’를 따로 규정하고 있다. 국회법 제166조는 ‘국회의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이나 그 부근에서 폭행, 체포·감금, 협박, 주거침입·퇴거불응, 재물손괴의 폭력행위를 하거나 이러한 행위로 의원의 회의장 출입 또는 공무 집행을 방해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의 한 부장검사는 “회의에 참석하려는 의원을 의원실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한 행위는 국회법 위반”이라며 “징역형을 선고받으면 의원직을 잃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채 의원의 사개특위 위원 선임 자체가 불법이므로 채 의원의 회의 참석도 불법이다. (국회법 위반이라는 지적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회의장 봉쇄에 대해선 “아직 회의장으로 지정되지 않았으므로 회의 방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은 “선진화법을 만들 때 ‘국회 내 폭력행위를 엄단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한 것은 지금의 한국당 의원들이었다. ‘회의방해죄’ 신설을 주도한 이들이 이제와서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김원철 서영지 장나래 이지혜 기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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