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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스리랑카 재벌 아들도 이슬람 극단주의 자폭테러,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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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스리랑카 교회, 호텔 자폭테러 사건 발생 당일인 21일(현지시간) 자폭테러범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가방을 맨 채 네곰보의 성세바스찬 성당에 들어가고 있다. 네곰보|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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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만 359명인 스리랑카 부활절 연쇄 폭발 테러에 현지 재벌의 자녀가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무차별적으로 유포되는 이슬람 극단주의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스리랑카 당국의 안일한 대처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스리랑카 최대 향신료 회사인 이샤나수출의 대표 무함마드 유수프 이브라힘의 아들이 자폭테러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고 뉴욕타임스가 24일(현지시간) 인도 정보당국을 인용해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브라힘의 두 아들 인샤프와 일함이 자폭 테러범으로 확인됐고, 이브라힘이 구속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이 테러 발생 당일인 지난 21일 수도 콜롬보 인근에 있는 이들의 자택을 급습하는 과정에서 한 아들의 아내로 보이는 여성이 자폭해 사망하는 일도 벌어졌다. 당시 현장에 함께 있었던 이 여성의 어린 두 아들도 함께 숨졌다.

루완 위제와르데네 국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폭테러범의 신원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테러범들은 대부분 고등교육을 받은 부유층 자녀들”이라며 “매우 우려스러운 대목이다”고 말했다. 영국 정보당국은 자폭 테러범 중에는 영국에서 유학한 압둘 라티에프 자밀 무함마드도 있었다고 밝혔다.

부유층 자녀들이 자폭 테러에 가담하게 된 동기나 배경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슬람 극단주의 전염의 주요 통로가 되고 있는 소셜미디어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테러 배후를 자처한 이슬람국가(IS)는 지난 23일 선전매체 아마크를 통해 자신들의 전사 무함마드 자하란이 테러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가 IS 우두머리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에 충성맹세를 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자하란은 이번 테러 실행단체로 지목되는 내셔널 타우히트 자마트(NTJ)의 리더로 인도와 스리랑카를 오가며 IS 조직원 모집책 역할을 한 인물이다. 그는 유튜브 등을 통해 극단주의를 설파하고 테러를 거듭 촉구했다. 인도 정보당국은 자하란과 주변인물들에 대한 정보를 스리랑카 정보당국에 전달했지만 무시됐다.

대테러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의 앨런 키난 선임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30년 동안 내전에 시달렸던 스리랑카의 정보당국은 여전히 반군세력의 위협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스리랑카 정보당국이 파키스탄·인도 등 인접국들에 비해 현저히 낮은 자국민의 IS 가담비율에 방심한 것도 이번 테러 피해를 키우는 요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시리아 내전 발발 이후 IS에 가담한 스리랑카 국적자는 30여명으로 추정된다. 뉴욕타임스는 유럽국 정보당국 관료를 인용해 이들이 최근 스리랑카로 돌아왔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정확한 인원은 여전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스리랑카 정부는 아직까지 IS가 직접 연계됐다는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CBS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정황이 이번 테러가 최소한 ISIS(IS의 옛 이름)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임을 암시한다”고 말했다. 사상자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이날도 콜롬보 동부 외곽 푸고다에서 폭발물이 터졌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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