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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IRAㆍ필리핀 토착 ‘IS 추종’ 반군… 세계 곳곳 신생 무장조직 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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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에서 시민들이 닷새 전 북아일랜드 런던베리에서 경찰과 대치하던 신(新)아일랜드공화국군(IRA) 대원이 쏜 총에 맞아 숨진 프리랜서 기자 라이라 매키를 추모하는 행진을 하고 있다. 더블린=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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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연쇄 폭발 테러’ 공격을 감행한 현지의 자생적 급진 이슬람 조직 ‘내셔널 타우히트 자마트(NTJ)’가 이슬람국가(IS)와 연계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계 곳곳에서 꿈틀대는 신생 무장조직들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들 신생 단체는 선전 효과를 극대화하려고 한때 유명세를 떨쳤지만 이젠 소멸됐거나 세력이 약해진 단체의 계승자임을 자처하고 있다. 조직명 또는 이데올로기를 기존의 특정 조직에서 차용하는 ‘프랜차이즈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영국령 북아일랜드의 ‘기자 총격 사망 사건’에 연루된 신(新)아일랜드공화국군(IRA)이 대표적이다.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현지시간) 북아일랜드 런던데리에서 반체제 공화주의자들과 경찰의 대치 현장을 취재하던 프리랜서 기자 라이라 매키(29)가 숨졌다. 당시 경찰은 반체제주의자들이 경찰에 대한 공격을 준비 중이라는 첩보를 입수, 총기와 탄약 등을 쌓아둔 주택을 급습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위대가 경찰을 향해 총을 난사했는데, 매키가 맞은 것이다.

총격은 ‘신IRA 대원들의 소행이었다. 이들은 1960년대 후반부터 북아일랜드 독립, 아일랜드섬 통일을 요구하며 30년 가까이 무장투쟁을 전개했던 IRA의 정신을 이어받겠다면서 2012년 조직된 반체제 단체다. IRA는 1998년 벨파스트 평화협정 체결 후 무력 사용을 중단했고 2005년엔 사실상 해체됐는데, 21년 만에 또다시 ‘IRA’라는 이름 아래 유혈사태가 발생한 셈이다.

신IRA는 23일 공식 사과와 함께 책임을 인정했다. 이날 성명에서 이 단체는 “중무장한 영국군의 급습에 IRA 자원병이 투입됐고, 그들에게 ‘교전 시 최대한 주의하라’고 지시했다”며 “그 과정에서 적군 곁에 있던 매키가 비극적으로 사망했다. 그의 파트너와 가족, 친구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지에선 “새로운 테러리즘의 싹이 돋았다”는 우려가 점점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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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미얀마 카친주에서 아라칸군(AA) 대원들이 현수막을 내걸고 이 곳을 지나가는 다른 소수민족 무장단체 지도자들의 호위대를 환영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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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남부 지역에서도 유명 조직의 이름을 딴 무장조직이 활동 중이다. 비교적 신생 조직에 속하는 IS 추종 반군 ‘마우테그룹’은 2017년 5월 남부 민다나오섬 마라위시를 점령해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정부의 군사 작전으로 5개월 만에 토벌됐고 올해 3월엔 지도자 아부 다르까지 사살됐으나, 조직 자체는 건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군 당국도 누가 차기 지도자가 될지 주시하고 있다. 사실상 중동에서 패퇴한 IS와 이들의 ‘브랜드’를 채택한 토착 반군이 제휴를 맺고 명맥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미얀마에선 창설된 지 9년밖에 안된 ‘아라칸군(Arakan ArmyㆍAA)’이 급성장 중이다. 불교계 소수민족 라카인족의 무장반군인데, 230여년 전 사라진 옛 ‘아라칸’왕국에서 이름을 땄다. 지난 1월 4일(미얀마 독립기념일) 경찰 초소 네 곳을 급습하는 등 올들어 부쩍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어, 미얀마 군부 집권세력이 가장 경계하는 반군이 됐다. 지난달 9일, 이달 10일에도 잇따라 경찰 기지를 공격했다.

신생 무장단체들이 이처럼 세(勢)를 키우는 배경엔 해당 국가의 정치적 혼란이 있다. 가디언은 “브렉시트가 낳은 정치적 공백 속에 아일랜드 반체제주의자들의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실직과 빈곤은 이에 기름까지 붓고 있다”면서 신IRA의 활동 폭이 커지는 이유를 분석했다. AA의 최고사령관인 트완 므랏 나잉 소장도 지난 15일 현지 취재진에 “기도로는 평화를 이룰 수 없다”며 무장투쟁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