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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자본주의, 이대로는 안 된다”…자본가들의 반성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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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은행·헤지펀드 CEO 등 잇따라 “불평등 더 방치 안 돼”

‘부자 증세’ 주장 넘어 미국 자본주의의 근본적 한계 지적

미국 경제 활황이지만 30년대 이래 최악 불평등에 역풍 우려

미국 젊은이들 “사회주의 긍정적” 51%-“자본주의”는 45%



한겨레
미국 뉴욕 증시의 에스앤피(S&P)500지수는 23일(현지시각) 2933.68, 나스닥지수는 8120.82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미국의 1분기 실업률은 3.9%로 50년 만의 최저를 기록했다. 축포를 쏴올려야 할 것 같지만 거부들 입에서 ‘미국 자본주의, 이대로는 안 된다’는 발언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 등의 주요 언론들은 “자본주의의 위기: 미국 억만장자들이 자신들을 부유하게 만든 체제의 생존을 걱정한다”(20일 <워싱턴 포스트>), “자본주의가 시이오(CEO)들의 밤잠을 설치게 한다”(23일 <파이낸셜 타임스>), “두 자본가가 자본주의의 미래를 걱정한다”(24일 <월스트리트 저널>)는 제목의 기사를 잇따라 내보냈다. 경기 활황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감세로 부자들의 곳간은 최고로 풍성해졌지만 그 이면에서 끓어오르는 불만과 계급 갈등이 부자들에게 걱정을 안기고 있다는 내용이다.

개인 자산이 180억달러(약 20조8700억원)가 넘는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창립자 레이 달리오는 이달 초 링크트인에 올린 글에서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수십년간 실질소득이 정체되거나 거의 늘지 않았다”, “소득 격차가 1930년대 이래 최대다”라며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달리오는 불평등을 확대하는 미국 자본주의는 “진화할 것인가 죽을 것인가”의 갈림길에 섰다며, 문제를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보고서를 계속 올리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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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봉 3천만달러(약 347억원)를 받은 투자은행 제이피모건 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도 이달 초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의 상당 부분을 불평등 문제에 할애했다. 그는 “모든 미국인들이 공평한 기회를 갖는다는 약속을 우리 교육 시스템은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 미국 자본주의는 ‘아메리칸 드림’과 반대의 길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육·보건·기반시설에 대한 지출을 늘리고, 임금을 올리며, 중소기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기업들도 똑같이 책임이 있다”며 대기업들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과거부터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나 조지 소로스 퀀텀펀드 설립자 등은 불평등 심화를 우려하며 부자 증세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미국 경제의 최상위층에서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목소리는 미국식 자본주의 모델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근본적 개혁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는 우선 불평등이 너무 심해져 자본주의의 건전한 발전을 해칠 수준까지 이르렀다는 판단 때문이다. 40년 전 30배가 안 됐던 대기업 최고경영자들과 직원 급여의 중간값 차이는 254배까지 뛰었다.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전통적 기득권 세력에 도전하며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미국 자본주의의 새로운 총아로 떠올랐으나, 최근에는 몇몇에 이윤이 집중돼 오히려 불평등을 악화시킨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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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 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개혁을 부르짖는 것도 영향을 주고 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아마존이나 구글 등 초거대기업들의 분할·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보기술(IT) 기업 경영자로 대선 출마를 선언한 앤드루 양은 기본소득 도입을 내걸었다. 대기업이나 거부들 입장에서는 개혁을 강요당하느니 솔선수범해서 역풍을 줄여보자는 계산도 있다.

사회주의, 또는 트럼프 대통령을 당선시키고 브렉시트를 선택한 포퓰리즘에 대한 두려움도 있다. 지난해 갤럽 조사에서 사회주의에 긍정적이라는 18~29살 미국인 비율은 51%에 달했다. 자본주의에 긍정적이라는 이들의 비율은 45%로 2010년보다 23%포인트 줄었다. 대런 워커 포드재단 이사장은 “젊은이들이 갈수록 사회주의를 선호하는 것은 거부들을 정말로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자산운용사 블랙록 경영자 출신으로 ‘자신들의 계급에 대한 반역자들’임을 표방하는 모임 ‘애국적 백만장자들’을 이끄는 모리스 펄은 “쇠스랑과 세금 중 고르라면 난 세금을 택하겠다”고 <파이낸셜 타임스>에 말했다. 대중이 폭발하기 전에 부자들이 해법을 내놔야 한다는 뜻이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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