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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단독] 文정부 채용비리 기준이면 '환경부 낙하산' 14명 퇴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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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 마무리

환경부 6개 산하기관 14명 채용특혜

文정부 公기관 채용비리 대책 적용시

'환경부 낙하산' 임원 다수 퇴출대상

중앙일보

지난해 초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점검 후속조치 및 제도개선 방안 합동발표 중인 모습. 왼쪽부터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기조실장, 변성완 행안부 지역경제지원관, 이금로 법무부 차관, 김용진 기재부 2차관, 박경호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허경렬 경찰청 수사국장.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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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 채용비리 근절대책이 문재인 정부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해 초 정부가 "공소장에 명시된 공공기관 부정합격자는 퇴출"이라고 마련한 새로운 처벌 기준이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어서다.

검찰은 25일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을 직권남용 및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기소하며 환경부 6개 산하기관 14개 공모직에서 채용 특혜가 있었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이 공모해 청와대와 장관 추천 지원자에게만 업무보고 및 면접 자료를 건네도록 했고 환경부 실·국장에게 이들의 채용을 돕도록 했다는 것이다.

文정부 기준에선 특혜받은 임원들 물러나야
검찰 관계자는 "수백명이 지원했던 산하기관 임원 공모 과정에서 채용 비리가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청와대와 장관의 추천을 받은 이른바 캠코더(문재인 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출신 임원들 중 상당수를 부정합격자로 보고있다.

지난해 1월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법무부, 국민권익위원회가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발표한 공공기관 채용비리 근절대책에 따르면 검찰이 언급한 14명의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은 사실상 모두 퇴출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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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넘겨진 김은경·신미숙 주요 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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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당시 공공기관 채용비리를 '중대범죄이자 사회악'으로 규정하며 채용비리 가담자는 기소시 즉시 퇴출하고 채용비리 관련 임직원·청탁자가 기소되면 공소장에 명시된 부정합격자도 내부 징계위원회를 거쳐 퇴출시킨다는 규정을 마련했다.

법원의 유죄 선고가 내려지기 전 검찰 수사만으로 관련자들을 퇴출시키는 것이라 내부적으로 지나치단 지적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는 당시 채용비리에 들끓는 여론을 고려해 엄격한 기준을 마련했다.

검찰 "채용비리 과정 재판에서 모두 공개"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의 공소장에는 채용 과정에서 특혜를 받은 14명의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의 실명이 적시될 가능성이 높다.

공소장에 이름이 나오지 않더라도 향후 재판에서 현직 임원들의 특혜 채용 과정을 낱낱이 공개하겠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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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지난해 10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감대책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당시 문재인 정부 공공기관에 임명된 1651명 중 365명이 이른바 캠코더 출신 인사라고 밝혔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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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지난해 초 채용비리 근절 합동 기자회견에서 채용비리와 연루된 공공기관 임직원 64명을 수사 의뢰하고 155명에 대해선 소속 기관에 징계를 요구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올해 2월 새롭게 마련된 근절대책을 적용한 공공기관 채용실태 점검에서 채용비리 혐의자 36명을 추가로 수사의뢰했다.

환경부, 특혜의혹 기관장 두고 고심
정부 채용비리 근절대책 업무에 관여했던 정부 소식통은 "당시엔 청년 채용비리가 주된 대상이었다"며 "하지만 신입사원만으로 대상을 한정하지도 않아 공공기관 임원에게도 이 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도 향후 대책 방안을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대다수 산하기관 임원들은 즉시 업무에서 배제되고 징계위원회에 회부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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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기소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서울동부구치소를 빠져나오는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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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직 이런 전례가 없고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 모두 "정당한 인사권 행사였다"며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는 것이 변수다.

여기에 청와대도 "블랙리스트가 아닌 체크리스트였다"며 검찰 수사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왔다. 환경부가 선제적인 조치를 취하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이 문제에 대해선 아직 입장이 정해진 것이 없는 상황"이라 말했다.

채용 특혜를 받은 임원들이 실제 퇴출된다고 해도 탈락자들에 대한 구제 여부 역시 고민거리다.

환경부가 서류·면접 전형부터 산하기관 임원추천위원회에 민주당 출신 인사나 청와대의 입장을 반영하는 환경부 인사들을 배치한 경우가 다수다. 전형 과정 자체가 투명하지 않아 탈락자들의 점수가 객관적이라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檢 "신입사원 비리보다 기관장 비리가 더 심각"
일각에선 정부의 채용비리 근절 대책이 대통령과 장관이 인사권을 행사하는 산하기관장 인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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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정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기관 채용실태 정기 전수조사 결과 및 개선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정부가 1205개 기관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채용비리로 수사의뢰가 된 기관은 31개 기관으로 총 36건이 적발됐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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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과 운명을 같이해왔던 산하기관 인사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당 관계자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선 합법이던 낙하산 인사가 문재인 정부에선 불법이란 검찰의 주장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은 산하기관 임원 채용도 정식 공모 절차와 서류·면접 전형을 거친 만큼 일반 신입사원 채용비리와 다를바 없는 불법이란 입장이다.

신입사원보다 기관장의 임명이 공공기관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만큼 오히려 더 중대한 범죄가 아니냐는 것이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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