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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압수한 괭이갈매기 알 1600개 운명은?..“둥지에 갖다 놓으면 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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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해경, 난도에서서 불법 채취한 알 압수

전문가 "둥지에 되돌려 놓으면 살릴 수 있다"

해경 "검찰 지휘 받아 처리 방안 마련" 밝혀

충남 태안해양경찰서가 괭이갈매기 알 1600개 처리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증거물로 압수한 이 알을 원래 둥지에 되돌려 놓으면 부화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태안해양경찰서가 지정문화재 보호구역인 충남 태안군 난도 등에서 야생 괭이갈매기 알을 불법 채집해 실어 낸 혐의로 이모 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괭이갈매기 알 1600여개를 압수했다. 사진은 태안해경이 압수한 괭이갈매기 알. [사진 태안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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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해경은 지난 20일과 21일 이틀 동안 지정문화재 보호구역인 태안군 근흥면 난도와 서해 최서단인 격렬비열도 등에서 야생 괭이갈매기 알을 불법 채집·반출한 50대 이모 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알을 채집해 육지로 나오자마자 경찰에 붙잡혔다.

난도와 격렬비열도는 괭이갈매기 번식지다. 이 가운데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제334호)로 지정된 난도(卵島)는 ‘알섬’ 또는 ‘갈매기 섬’으로 불린다. '서해의 독도'라 불리는 격렬비열도는 최서단 영해 기준점이자 군사적 요충지다. 태안에서 55㎞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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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해경이 압수한 괭이갈매기 알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태안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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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 등은 괭이갈매기 알을 불법 채집한 뒤 개당 2000원에 불법 유통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난도에서 괭이갈매기 알을 무단 반출하면 문화재 보호법 위반으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격렬비열도에서 반출할 경우 야생생물법 위반으로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상 벌금을 받는다. 태안해경 관계자는 “괭이갈매기는 태안군을 상징하는 새”라며 “괭이갈매기 산란 철인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알 1600개 처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태안해경 관계자는 “알 처리 방안을 놓고 환경부와 협의 중”이라며 “조만간 검찰의 지휘를 받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여러 조류 전문가에게 알 처리 방안을 자문했다”며 “연구기관에 보내거나 원래 둥지에 되돌려 놓는 방안 등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했다.

태안해경은 괭이갈매기 알을 경찰서 내 햇볕이 잘 들어오지 않는 서늘한 곳에 보관 중이다. 괭이갈매기 알은 계란과 크기가 비슷하며, 부화에는 25일 정도 걸린다. 태안해경 관계자는 “괭이갈매기 알이 정력에 좋다는 소문이 전해지면서 계란보다 비싸게 몰래 거래되고 있는 것 같다”며 "계란보다 더 맛이 없고 건강에 효과도 별로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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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렬비열도와 주변 서해 모습. 격렬비열도는 태안군 안흥항에서 서쪽으로 55km 떨어져 있는 대한민국 최서단 영해 기준점이다. 멀리서 보면 섬들이 마치 기러기가 열을 지어 날아가는 모양과 비슷해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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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조류전문가인 공주대 조삼래 명예교수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괭이갈매기 알을 둥지에 갖다 놓으면 절반은 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 명예교수는 “요즘이 괭이갈매기 산란기이기 때문에 압수한 알은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둥지에 알을 2개 정도씩 놓으면 50%는 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괭이갈매기를 포함해 모든 새는 자기 알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둥지에 갖다 놓기만 하면 무조건 자기 알인 줄 알고 품는다”며 “오히려 괭이갈매기 알을 서늘한 곳에 보관하면 부화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 명예교수의 주장에 대해 태안 해경은 “몇몇 전문가에 문의한 결과 어떤 분은 ‘알을 둥지에 다시 갖다 놓으면 괭이갈매기가 새로 낳은 알과 기존 알을 혼동해 품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며 “의견이 분분해 다소 난감하다”고 했다.

태안=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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