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52070289 0352019042552070289 07 0701001 6.0.17-RELEASE 35 한겨레 0

[ESC] 층간소음은 윗집이 냈는데…왜 내가 처벌받지?

글자크기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집에서 온종일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키우는, 밤만 되면 술판을 벌이는 사람들이 윗집에 사는 이웃이라면 어떨까. 지난 2월, 청주시의 한 아파트에 사는 ㄱ씨가 윗집의 층간소음을 견디다 못해 복수하려고 집 천장에 우퍼 스피커를 설치했다. 이 스피커를 설치하면 윗집에 소음 고통이 커진다고 한다. ㄱ씨는 세탁기를 돌렸다. 아이 우는 소리도 인터넷을 통해 울려 퍼지게 했다. 소리가 고스란히 윗집에 전해졌다. 그러자 이웃 주민은 “아기를 세탁기에 넣고 돌리는 것 같은 소리가 난다”면서 경찰에 아동학대로 신고했다. 아기가 없었던 ㄱ씨는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위층 거주자들에 대한 폭행 혐의 등으로 조사를 받게 됐다.

ㄱ씨처럼 ‘발망치’ 소리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발망치’란 위층 사람들이 걸어 다니거나 뛰면서 발뒤꿈치로 내리찍는 소리를 말한다. 층간소음 피해자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은어다.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층간소음의 원인은 아이들의 ‘발망치’가 압도적이다. 무려 전체 층간소음의 약 70.6%를 차지한다고 한다.

층간소음 피해자의 분노를 겨냥한 ‘층간소음 보복 스피커’ 우퍼 스피커가 잘 팔리고 있다. 일반 스피커와 달리 소리를 벽이나 바닥을 통해 전달하기 때문에 윗집에 소음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설치한 이들은 주로 공사장 소음, 저주파, 폭탄 소리, 아기 울음소리 등을 연결한다. 판매자는 이렇게 하더라도 ‘법적 문제 전혀 없음’이라고 광고하면서 복수하라고 부추기는데, 정말 그럴까?

ㄱ씨가 폭행 혐의로 조사를 받았던 이유는 우퍼 스피커로 일부러 소음을 만들어 위층 사람을 괴롭힌 행동이 폭행죄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음향’으로도 사람을 폭행할 수 있다면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특수한 방법으로’ 소음을 전달하면 폭행에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 우퍼 스피커를 설치하는 것도 특수한 방법에 해당한다.

층간소음을 유발한 위층 사람도 폭행을 한 것은 아닐까? 만약 층간소음 사건이 법적 분쟁으로 번지면, 아래층이 불리하다. 아래층 사람이 우퍼 스피커를 이용해서 소음을 전달한 것은 위층 사람을 괴롭히려고 ‘일부러’ 소음을 낸 것이 명백하기 때문에 폭행의 고의가 인정될 가능성이 크지만, 위층 사람이 소음을 유발한 것은 생활하면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한 것이어서 ‘일부러’ 했다고 인정받기 어렵다. 오히려 이 정도의 생활 소음은 이웃이 참아야 하는 소음(수인한도)이라고 여겨지기에 십상이다.

그래서 층간소음에 대해 항의할 때에는 조심해야 한다. 위층 사람이 아래층 사람을 상대로 한 접근금지가처분 사건에서, 법원은 ‘층간소음 항의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전화 연락, 문자 항의, 천장 두드리기까지는 할 수 있지만, 위층 집에 들어가는 행동(주거침입), 초인종 누르기, 현관문 두드리기는 금지한다. 직접 대면하면 폭행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보복 소음을 유발하는 행위는 오히려 자신에게 피해가 될 수 있다. 대신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 중재신청을 해보자. 상담전문가가 직접 현장에 방문해서 중재를 돕고, 중재 되지 않으면 소음 측정 서비스를 해준다. 측정된 소음이 법에서 정한 기준을 넘어가면 소송을 하기 수월해진다. 소송에서 별도로 소음 측정 감정을 하려면 수백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의 서비스를 이용하면 도움이 된다. 2014년부터 아파트 층간 두께와 바닥충격음 기준을 강화했기 때문에, 2014년 이후 건축된 아파트는 층간소음에 덜 취약하니 참고하면 좋다. 복수는 똑똑하게 하지 않으면 복수가 아닌 자폭이 될 뿐이니 조심하도록 하자.

한겨레
장영인(변호사)

[▶네이버 메인에서 한겨레 받아보기]
[▶한겨레 정기구독] [▶영상 그 이상 ‘영상+’]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