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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강행군’ 일정에 임종헌 재판 파행…변호인, 항의 뒤 사라지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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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2~3회 재판에 변호인 “밤을 새도 다 채울 수가 없다” 재판장과 설전

-기존 11명 변호인도 일괄 사퇴, ‘피고인 임종헌’ 직접 증인신문 나서

헤럴드경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24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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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사법농단 사태의 핵심 인물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재판이 방대한 기록과 주 2~3회 열리는 일정으로 인해 파행하고 있다.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부장 윤종섭)의 심리로 열린 공판기일에서 임 전 차장의 변호인인 이병세(56ㆍ사법연수원 20기) 변호사는 서류증거 조사 준비 시간이 부족하다고 항의하면서 재판부와 설전을 벌였다. 임 전 차장의 변호인은 “(시간을 주지 않는 것은)‘너의 하소연은 근거가 없다’는 말과 마찬가지 아니냐”고 따졌고 재판장은 “말을 왜 그렇게 하느냐”며 되받아쳤다.

말다툼을 벌이던 재판부는 “준비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라”고 했지만 이 변호사는 “제대로 준비를 못 한 상태에서 (변론)하는 것을 재판부가 바라는 바인지는 모르겠지만, 놀지 않고 최대한 준비해도 힘들다는 이야기”라고 맞받아쳐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재판은 15분 가량 휴정했다. 하지만 이 변호사는 밖으로 나갔다가 법정에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재판부는 “다음주 일정을 변경하기는 어렵다”며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과 관련된 문제는 다음 주 이후 일정을 잡을 때 충분히 고려하겠다”고 밝힌 뒤 재판을 황급히 마무리했다.

지난 3월 11일 본격적으로 재개된 임 전 차장의 재판은 주 2~3회 재판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법원행정처가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에 부당하게 개입한 정황을 놓고 증거 조사 중이다. 이 변호사는 “그동안은 그나마 서로 공통된 사실 관계를 갖고 조사했던 것이라면 다음 주에 나오는 증인과 서증은 차원이 다른 별개의 것들이라 쫓아갈 수가 없다”며 “현실적인 한계를 말씀드리는 거다. 너무나 뒤쳐진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호소했다. 또 “검사님들이야 오랫동안 (사건을)보셨고 인원이 많으니까 되지만 저희는 2월에 본 걸 다 까먹었다. 완전 새로운 문건들이다”고 수적 열세를 거론하기도 했다.

형사사건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수사기록만 20만여 쪽에 달하는 임 전 차장 사건은 변호인 대여섯 명이 달라붙어 이것만 해도 모자라다”고 말했다. 서울지역에서 활동하는 한 중견 변호사도 “임 전 차장이 재벌이 아니기에 변호인들에게 타임차지(일한 시간에 비례해 보수를 책정하는 방식)로 보수를 줄 수는 없을 것”이라며 “무한정 길어질 수 있는 이 재판에서 착수금과 성공보수만 준다면 변호인들은 생계를 위해 다른 소송도 함께 맡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애초 11명으로 구성됐던 임 전 차장 변호인단은 재판 초기인 1월 29일 주 4회 재판이 무리라며 반발해 집단 사임했다. 현재는 이 변호사와 배교연(37ㆍ변시 3회) 변호사 두 명이 맡고 있으나, 검찰 기록 분량이 20만 페이지에 달하고 증인신문 일정이 빠듯하게 이뤄지고 있다. 반면 검찰 측은 매번 10여 명 이상이 재판에 참석해 검사석 자리가 부족한 상황도 벌어졌다. 임 전 차장은 변호인단 교체 이후 사실상 피고인이 직접 나서 증인 신문을 하는 등 ‘셀프변호’를 하는 중이다. 임 전 차장은 5월 13일 구속만기를 앞두고 있어 별다른 사정이 없는 한 석방될 것으로 보인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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