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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은 왜 검찰과 경찰 '갈등의 화약고' 됐나 [이슈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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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저격수’ 황운하 검찰의 조준에 “악의적 의도로 짜맞추기 수사”···검찰 “대응 가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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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로 공이 넘어간 검경수사권 조정 방향을 놓고 검찰과 경찰이 예민해진 가운데 울산이 날카롭게 대립하는 검경 갈등의 화약고로 떠올랐다. 울산지검과 울산경찰청의 대립구도 때문이다. 과거 경찰이 압수한 불법 고래 고기를 검찰이 되돌려준 사건을 놓고 으르렁거렸던 두 기관은 지난해 지방선거 전후 자유한국당 소속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형제와 측근이 연루된 비리 의혹 사건으로 감정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

울산경찰청이 김 전 시장의 동생과 비서실장 등 10여명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핵심 피의자들이 줄줄이 울산지검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는 경찰이 애초 민감한 선거철에 무리한 수사를 벌였다는 뜻으로 해석돼 경찰을 궁지로 몰았다. 게다가 검찰이 과거 김 전 시장의 동생과 관련된 사건을 맡았던 경찰관 A씨의 개인 비위 혐의를 밝히는 과정에서 울산경찰청을 압수수색하고 A씨를 구속한 것은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특히 김 전 시장의 측근비리 의혹 사건 수사 당시 경찰 사령탑이었던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현 대전경찰청장)은 책임론에 휩싸이기도 했다. 당장 지난해 울산시장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송철호 후보에게 패한 김 전 시장은 ‘선거개입용 공작수사 의혹’과 함께 이번 사건을 ‘황운하 권력형 공작수사 게이트’로 규정하고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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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지난 3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정론관에서 수사를 빙자한 노골적 관권선거에 대한 처벌과 황운하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의 파면을 촉구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한국당과 김 전 시장 측으로부터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고발당한 황 청장을 비롯해 경찰 내부에선 “무소불위의 검찰이 검경수사권 조정의 주도권을 계속 쥐려는 동시에 고래 고기 사건으로 검찰을 압박했던 경찰에 보복하기 위한 목적 등으로 경찰 수사를 방해하고 흠집냈다”며 특별검사제 도입 필요성까지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일축하며 수사결과로 말해주겠다는 입장이다.

◆황운하 “검찰이 악의적 의도로 경찰 흠집내려는 짜맞추기 수사하고 기소권 남용”

황 청장은 23일 통화에서 “경찰 수사의 본질은 울산지역에 만연한 토착비리를 엄정하게 제대로 수사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 고비마다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반려하는 등 비협조적으로 나왔다”며 “그럼에도 혐의 입증에 최선을 다해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는데 경찰에서 결정적 증언을 한 참고인들이 검찰에 가서 진술을 번복했다. 검찰이 기소권을 정상적으로 처리하지 않고 남용하면 사건을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다목적 포석으로 악의적 의도를 갖고 프레임을 짠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사권·수사지휘권·기소권·영장청구권 등 엄청난 권한을 가진 검찰이 경찰과의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기득권 유지를 위해 경찰의 자질과 수사능력을 폄훼하는 동시에 울산지검을 압박했던 고래고기 환부 사건에 대한 앙갚음, 경찰 안팎에서 ‘검찰 저격수’로 불릴 만큼 검찰의 눈엣가시인 황운하 견제 등의 목적으로 이 사건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황 청장은 경찰대 1기에다 경찰대 총동문회장 출신으로 오래 전부터 막강한 검찰권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검경수사권 조정 목소리에 앞장 섰고, 검찰 비위 수사에도 적극적이었다. 황 청장은 김 전 시장의 측근비리 의혹 사건을 놓고 검찰과 경찰 중 어느 기관의 수사가 옳았는지 특검을 통해 가려보자는 주장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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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부르면 성실히 조사에 임할 것. 고래고기 사건 담당 검사도 경찰에 출석해 조사받아야”

황 청장은 “이 사건(김 전 시장 측근비리 의혹 수사)과 관련해 하등 한 점도 거리낌이 없기 때문에 누가 묻든 다 설명할 수 있다. 다만, 검찰이 악의적인 의도로 짜놓은 프레임에 수사 협조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사법절차를 존중해야 하기 때문에 검찰이 (나를) 조사하면 성실하게 답변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잘못한 게 없기 때문에)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을 이유도 없고, 검찰의 악의적인 망신주기나 경찰수사 흠집내기 의도에 보조 맞춰주는 꼴이 되면 안 되지만 굳이 검찰이 부른다면 응해주고 성실히 답변해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 청장은 고래 고기 환부사건과 관련해 담당했던 검사도 경찰에 출석해 제대로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사건은 3년 전 울산 경찰이 밍크고래를 불법으로 잡은 유통업자에게서 범죄 증거물로 압수한 고래고기 27t(40억 원 상당) 중 21t을 당시 울산지검 검사가 유통업자에게 되돌려주도록 해 논란이 됐다. 고래보호 시민단체가 담당 검사를 직무유기·직권남용 등 혐의로 울산경찰청에 고발했다. 경찰은 검찰이 가짜 고래고기 유통증명서를 왜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는지, 유통업자 측 변호인이 검사 출신이었던 것과 관련해 전관예우 의혹 등을 조사하려 했으나 담당 검사가 경찰의 수사 협조 요청을 거부하다 해외 연수를 떠나는 바람에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몇 달 전 귀국한 해당 검사로부터 서면 답변서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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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청장은 “나와 그 검사 모두 피고발인 신분인 것은 똑같은 만큼 검사도 경찰에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한다”며 “경찰은 현행 사법절차를 일방적으로 존중하고, 검찰은 일방적으로 무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검찰, “대응할 가치 못느껴. 수사 결과로 말할 것”

황 청장 등 경찰 내부에서 검찰 수사의 의도성과 수사방해 의혹 등 부당성을 지적하고 비난하는 것과 관련해 검찰은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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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검 관계자는 “대응할 가치가 없다. 그들의 (일방적) 주장일 뿐 우리는 (검찰 본연의) 할 일을 한 것이어서 따로 입장을 밝힐 게 없다”며 “(굳이 검찰 입장이라면) 수사 결과로 얘기하겠는 게 저희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고래고기 환부사건과 관련한 경찰의 담당 검사 출석 요구에 대해서도 “(해당 검사가) 진술서를 경찰에 제출했고, 경찰에서 따로 출석 요구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담당 검사도 필요하면 (경찰에) 출석해 조사 받으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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