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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118개 원소에 숨어있는 화학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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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기율표 제정 150주년, 원소 활용 인류 삶 바꿀 혁신기술 개발 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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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율표를 제정한 러시아 화학자 멘델레예프를 기리기 위해 마련된 슬로바키아아공대 조형물.[제공=fli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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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비위생적인 물을 마셔야만 했던 시절에는 많은 사람들이 콜레라, 이질과 같은 수인성 전염병에 걸려 고통받아 왔었다. 하지만 수돗물을 염소로 소독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개발되면서 인류는 깨끗한 물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인류의 과학기술 진보의 역사속에는 원소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원소=원소는 모든 물질을 이루는 근본물질로 화학적 방법을 통해서 더 이상 분해되지 않는 세상 만물을 이루는 순수한 물질이다.

올해는 1869년 러시아 화학자 멘델레예프가 원소의 특성을 나열한 주기율표를 만든지 정확히 150주년 되는 해다. 주기율표 150주년을 맞아 국제연합(UN)은 올해를 ‘국제 주기율표의 해’로 지정했다.

국내에서도 대한화학회와 한국화학연구원을 중심으로 주기율표의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다양한 행사가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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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율표.[대한화학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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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율표는 원소들을 원자번호 순서대로 열거, 반복되는 주기적 화학적 성질에 따라 배열한 표다.

멘델레예프가 주기율표를 처음 만들었을 때에는 63개 원소로 구성됐었는데 현재 주기율표에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98개와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합성된 20개를 합쳐 총 118개로 돼 있다.

이 원소들 중에서 우주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1번 원소 수소(H)와 2번 원소 헬륨(He)이다. 나머지 원소들은 이들에 비하면 아주 작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인간을 비롯한 생물이 태어나는데 더 없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주기율표에 포함된 모든 원소는 1부터 118까지의 정수인 원자와 번호로 정의된다. 가로줄은 ‘주기’라고 부르고 세로줄은 ‘족’이라고 하는데 같은 족에 있는 원소들은 성질이 유사한 원소들이고 같은 주기는 그 원소에 대응하는 원자가 전자를 몇 개 가졌는지를 알려준다.

이에 따라 특정 원소가 주기율표의 어느 위치에 있는지를 확인하면 원소의 특성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나트륨 등의 1족 원소들은 반응성이 강한 금속들이고, 헬륨 등 18족 원소들은 비활성기체들이다. 금속 원소들은 왼쪽에 배치돼 있고 비금속 원소는 오른쪽, 전이금속들은 중앙에 배치돼 있다.

이 원소들의 결합하는 방식은 무한한데 어떤 원소들을 어떤 방식으로 결합하는지에 따라 수많은 화합물이 탄생한다. 인류의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물이나 일상생활 속 필수품인 플라스틱, 의약품 등 수많은 물질들은 모두 원소들이 결합해 만들어졌다.

김성수 한국화학연구원 원장은 “화학은 ‘이 세상은 어떤 것으로 이루어져 있을까’ 라는 인간의 근본적 호기심에서 시작됐고 주기율표 118개 원소는 이 호기심에 대한 답”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주기율표는 과학 특히 화학의 공통 언어로서, 화학기술 발전과 우리 삶의 변화에 큰 공헌을 했다”면서 “현대 사회를 사는 우리가 주기율표 원소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다방면에서 활용도 매우 커=주기율표에 등록된 118개의 원소는 저마다 고유의 역할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의 일상생활에 획기적인 편의를 제공해주는 우수한 연구개발 성과 창출에 큰 기여를 해왔다.

먼저 주기율표에서 1번에 위치한 수소는 가장 가벼우면서 우주 질량의 75%를 차지하는 대표적 원소다. 수소가 만드는 물은 생명계에 필수적이며, 모든 유기화합물에는 수소가 결합돼 있다.

수소는 탄소, 질소, 산소 등과 결합해 모든 유기체의 혈액과 몸을 연결하는 역할도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수소는 새로운 역할로 주목받고 있다. 중량을 기준으로 에너지량이 휘발유의 세 배나 되고 유해물질을 배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수소경제시대의 핵심으로 꼽히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화학연구원 김형주 박사팀은 바이오디젤 생산과정의 부산물인 ‘글리세롤’로부터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촉매 설계기술을 개발했다.

그동안 바이오디젤 부산물로 버려지던 글리세롤을 활용, 각광받는 수소연료와 식품가공ㆍ첨가, 정밀기계 세정, 의약품 등에 널리 쓰이는 유기산을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원소번호 3번 리튬은 매우 가볍고 밀도가 낮은 고체 원소로 반응성이 높은 금속 중 하나다. 리튬은 이 같은 특성으로 컴퓨터, 휴대폰,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많은 제품에 활용되고 있는데 리튬이온배터리가 대표적이다.

화학연구원 조성윤 박사팀은 리튬을 주 원소로 활용, 열을 전기 에너지로 바꾸어주는 새로운 유연 열전 소재를 개발했다. 열전 소재는 주변의 열을 전기 에너지로 바꾸거나, 반대로 전기에너지로 온도를 낮추거나 올릴 수 있는 소재를 말한다. 열전소재는 일상생활에서는 와인냉장고, 자동차 시트쿨러, 정수기 등에 쓰인다.

조성윤 박사는 “새로운 소재는 유연하게 휘어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향후 체온 이용이 가능한 웨어러블 소자의 자가전원으로 응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원자번호 6번 탄소(C)는 모든 생명체의 기초가 되는 구성 원소로 인체 무게의 약 18.5%를 차지하고 있다. 대기에서는 주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CO2) 형태로 주로 존재하며, 석탄, 석유,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의 주된 구성 원소다.

화학연구원 전근 박사팀은 탄소를 활용,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등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핵심소재인 ‘옥심계 광개시제’를 개발, 민간기업에 기술 이전했다.

광개시제는 도료, 코팅액, 잉크, 페인트, 접착제 등의 수지에 소량 첨가돼 빛(光)을 받으면 수지가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물질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이 물질은 기존 옥심계 광개시제에 비해 감도 및 투과율이 우수하고 제조원가가 낮다. 실험 결과 기존 옥심계 광개시제와 비교해 투과도가 4%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의 대기의 약 78%는 질소로 이루어져 있다. 원자번호 7번 질소는 공기중에서 주로 이원자 분자(N2)를 이루고 냄새, 색깔, 맛이 없는 기체상태로 존재한다.

화학연구원 박제영ㆍ오동엽ㆍ황성연 박사팀은 질소를 기본원소로 첨단 소재의 보강재로 쓰이는 아라미드 나노섬유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성과를 올렸다.

아라미드 섬유는 강도, 탄성, 진동흡수력이 뛰어나 타이어, 방탄복, 진동흡수장치 등에 널리 사용된다. 연구팀은 개발한 나노섬유를 탄성이 있는 첨단소재 ‘엘라스토머’의 보강재로 세계에서 처음 적용, 미량 함량으로도 세계최고의 기계적 강도를 내는 것을 확인했다.

원자번호 23번 바나듐(V)은 제트엔진, 공구 등 강철 합금에 주로 활용되고 있으며, 높은 안정성과 긴 수명의 특성을 가지고 있어 리튬이온전지의 대체재로 각광받고 있다.

최근 고강도 철강 소재의 수요가 증가하고 2차 전지 분야에서의 새로운 수요 발생으로, 경제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갖춘 바나듐 광물 개발을 통한 에너지저장산업의 차세대 원료 확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화학연구원 홍영택ㆍ김태호ㆍ이장용 박사팀은 ‘바나듐 레독스흐름 배터리’의 핵심소재인 이온전달막을 개발, 기업에 기술이전하고 상용화에 착수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바나듐 레독스흐름 배터리는 황산에 바나듐을 녹인 전해액이 산화, 환원 반응을 일으키면서 전위차를 발생시켜 에너지가 충전, 방전되는 배터리다.

홍영택 박사는 “향후 새로운 이온전달막을 적용한 바나듐 레독스흐름 배터리를 통해, 출력변동성이 심한 신재생에너지를 고품질 전력으로 전환해 전력망에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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