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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IF] "발전효율 획기적으로 높여"… 태양전지도 하이브리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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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전지에 본격적인 하이브리드 시대가 예고되고 있다. 실리콘 태양전지는 파장이 긴 붉은색 계통의 빛을 주로 쓰는데, 여기에 단파장 파란색 빛을 활용하는 차세대 태양전지를 입혀 발전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이자는 것이다. 이 방식으로 이미 기존 태양전지의 성능을 뛰어넘었으며, 한계로 꼽히던 내구성도 해결되고 있다.

화학합성 쉬운 차세대 태양전지 활용

미국 워싱턴대의 대니얼 가멜린 교수 연구진은 이달 초 열린 미국화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 햇빛을 100% 활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태양전지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에 차세대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 태양전지를 붙였다. 그 결과, 실리콘 전지가 빛을 전기로 활용하는 발전효율이 27%에서 32.2%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발전효율이 5분의 1 정도 늘어난 셈이다. 실리콘 태양전지는 발전효율이 이론상 최대효율인 29%에 육박하고 있어 효율 1% 올리는 일이 어렵다는 점에서 엄청난 성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조선비즈

/사진=사울 테크놀로지·옥스포드 PV, 그래픽=최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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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유기물과 무기물이 섞여 있는 금속 산화물이다. 반도체와 부도체, 도체의 성질을 모두 가지는 물질을 발견한 러시아 광물학자 레프 페로브스키의 이름을 땄다. 페로브스카이트는 실리콘 전지보다 장점이 많다. 실리콘은 고온에서 가공하지만 페로브스카이트는 간단하면서도 저렴한 화학반응으로 만들 수 있다. 또 실리콘 전지는 딱딱하고 무겁지만 페로브스카이트는 용액 상태로, 플라스틱 필름에 바르면 휘어지는 전지가 된다.

하지만 페로브스카이트 전지는 물이나 공기에 노출되면 성능이 크게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과학자들은 이를 실리콘 전지와의 융합으로 극복하려고 시도했다. 두 전지를 붙여놓으면 다양한 파장의 햇빛을 모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0년부터 하이브리드전지 상용화

페로브스카이트와 실리콘 태양전지의 하이브리드 제품은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이 창업한 옥스퍼드PV는 지난해 12월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하이브리드 전지로 28%의 발전 효율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미 독일 브란덴부르크에 있는 공장에서 가로세로 30㎝ 크기의 시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내년부터 본격적인 출하를 기대하고 있다.

옥스퍼드PV는 두 종류의 태양전지를 그대로 쌓았다. 즉 페로브스카이트 전지는 파란색 계열의 빛을 받아 전기를 만들고, 실리콘 전지는 붉은색 계열의 빛으로 전기를 만드는 방식이다. 이 경우 시너지를 높이기가 어렵다. 두 전지에서 나오는 전류를 맞추는 일이 무척 까다롭기 때문이다.

워싱턴대 연구진은 실리콘 전지에 햇빛을 모두 몰아주는 전략을 썼다. 2년 전 중국 지린대 연구진은 페로브스카이트 전지에 희토류 원소인 이터븀을 섞으면 햇빛을 받고 전기 대신 근적외선을 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근적외선은 실리콘 전지가 활용할 수 있는 빛이다. 워싱턴대 연구진은 같은 방법으로 페로브스카이트 전지가 만든 근적외선을 아래층 실리콘 전지로 보냈다. 그러면 실리콘 전지는 원래 받던 빛에 파란색 빛이 전환된 근적외선까지 사실상 햇빛의 모든 파장을 이용하는 셈이 된다.

차세대 전지끼리 융합한 제품도 나와

더 저렴한 하이브리드 제품도 나왔다.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의 조셉 베리 박사 연구진은 지난 19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아예 페로브스카이트 전지들만 결합한 하이브리드 제품을 발표했다. 납 기반의 기존 페로브스카이트 전지에 실리콘 전지 대신 납-주석 기반의 페로브스카이트 전지를 붙인 형태다. 이 전지의 발전효율은 25%로 나왔다. 실리콘 전지와의 하이브리드에 비해서는 발전효율이 낮지만 과거 납-주석 전지가 18% 효율에 그친 것에 비하면 효율이 크게 높아졌다. 유기분자로 결정을 감싸 산소와의 반응을 차단한 덕분이다.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한 김동회 세종대 교수는 "적층형 전지의 목표인 효율 30%를 돌파할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는 결과"라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이미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에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서장원 박사팀은 지난 23일 미국 MIT 모운지 바웬디 교수팀과 공동 연구 결과,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단독으로 24.23%의 발전효율을 기록해 세계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이전 최고효율은 중국과학원이 기록한 23.7%였다. 실리콘 전지와 결합하는 기술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석상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특훈교수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시장만 열리면 기술은 언제든 국내에서 구현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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