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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밀착카메라] "모세 바닷길 도로 없애달라" 주민 요구,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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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모세의 기적이라 불리는 도로가 있습니다.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도로가 밀물 때는 물에 잠기고 썰물 때는 보이기때문인데요. 유명 관광지인데 최근 섬 주민들이 이 도로를 없애달라고 하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 윤재영 기자입니다.

[기자]

바다를 가로질러 놓인 길.

썰물 때가 되자 도로 위 바닷물이 서서히 빠집니다.

[정향매/관광객 : 너무 신기하고 너무 좋았어요.]

이 곳은 경기 화성시의 섬 제부도입니다.

이 담 너머에 바닷길을 통하면 육지로 나갈 수 있는데요.

밀물일 때는 바닷길이 잠기고 썰물일 때는 열립니다.

지금은 이렇게 문이 잠겨있지만 이제 몇 분 후면 이 길이 열릴 텐데요.

이 앞에 보시면 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차들이 줄을 서 있습니다.

길이 열린 것은 오전 9시 15분쯤.

기다리던 사람들은 육지로 가려는 섬 주민들입니다.

[안충희/주민 : 9시부터 회의가 있는데 물 막혀서 못 나가가지고.]

[이종관/주민 : 5시 5분에 나갔어야 되는데 늦잠 자는 바람에 3시간 동안 기다렸다 물이 열리길 바라고 있죠.]

섬과 육지를 오가는 버스는 매시 정각에 있습니다.

하지만, 물에 잠겼을 때는 다니지 않습니다.

[김옥자/주민 : (길이 열리는 게) 9시 15분이면 10시밖에 갈 수 없어요. 여기서 기다리고 저기서 기다리고. 이틀 만에 오고 그래요.]

인구 약 600명의 섬 제부도.

하루에 2번씩, 길게는 8시간 동안 바닷물에 잠기는 길 덕분에 '모세의 기적'으로도 불립니다.

하지만 최근 주민들은 언제든지 다닐 수 있는 도로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최광수/바닷길통행개선추진대책위원장 : 물이 막히면 여기는 암흑과 같은 그런 마을이에요. (여객선 같은) 대체 교통수단이 전혀 없습니다.]

문이 잠긴 채 초등학교 분교가 방치돼 있습니다.

약 10년 전에 건물을 새로 지었지만 학생 수가 줄면서 지금은 폐교를 한 것입니다.

실제 섬에 사는 아이들은 모두 육지로 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원슬기/주민 : 9시에 물이 열려버리면 자연스럽게 지각이 되는 거예요. 새벽 4시에 나가서 데리고 있다가 등교 시간이 되면 데려다주고…]

사고 대처에도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부도 안의 소방서입니다.

구급차는 없고요.

보시면 소방차 1대가 있지만 바닷길이 닫혔을 때는 큰 불이 나도 이 1대로만 불을 꺼야 합니다.

실제 불이 났을 때 대처가 늦어진 적도 있습니다.

[전유라/주민 : 물이 닫힌 상황이었어요. (육지에서) 지원이 왔으면 금방 진압하실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이미 전소는 다 된 상황에서 바닷길이 열리고.]

섬에는 보건소와 함께 헬기장, 경비정이 있습니다.

[간호사 : 도시로 보내야죠. 의료도구 같은 게 없으니까. 의사는 없어요.]

응급 수단을 활용하지 못해 가족을 잃은 경우도 있습니다.

[A씨 : (남편이)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그래가지고, 헬리콥터 부르고 그러면 된댔는데 아무 생각이 안 나요. 물이 막힌 생각만 나고.]

화성시는 도로를 만들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생태계가 훼손되고 관광 가치도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도로를 만드는 것에 대한 외부인들의 반응도 엇갈립니다.

[최춘성/관광객 : 다리가 놓여져 있으면 아무 때나 우리가 문의 안 하고 올 수가 있잖아.]

[카페 직원 : 되게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다리가 생겨버리면 특색이 없어지는 거니까…]

최근 화성시가 민간사업자를 통해 섬과 육지를 잇는 케이블카를 설치할 계획을 밝히며 갈등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최광수/바닷길통행개선추진대책위원장 : 케이블카 타고 나가서는 움직일 수 있는 게 없습니다. 기상이변이 있을 때 케이블카를 이용할 수 있겠습니까.]

앞으로 약 3시간 뒤까지 바닷길은 물에 잠깁니다.

그 시간 동안 주민들의 불안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관광자원을 보존하는 것 뿐 아니라 주민 불안을 덜어줄 방법을 찾는 것도 정부가 해야 할 일입니다.

(인턴기자 : 윤현지)

윤재영, 황현우, 김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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